때론 푼수처럼 사는 것도 행복이다

김원하의 데스크칼럼

때론 푼수처럼 사는 것도 행복이다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든다. 남들처럼 잘 나지 못해 벼슬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소시민처럼 사는 것도 때론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양승태 前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이른바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을 보고서다.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것으로 보아 검찰은 자신이 넘치는 모습이다.

하기야 전직 대통령도 섰던 자리이고, 대통령 두 명을 감옥으로 보낸 검찰입장에선 대법원장쯤이야 하는 생각도 들것이다.

어쨌거나 전 정권에서 힘 좀 쓰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 상당수가 이런저런 죄목으로 감옥에 가 있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아둔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과거 정권 실세들이 현 정권에서 처벌 받고, 현재의 실세들이 미래 정권에서 처벌 받는 상황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어쩐 일인가.

물론 잘못을 저질렀으면 백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 것이 이른바 적페청산의 진실이다.

그런데도 때론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소시민들이 보기엔 그렇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당쟁사화(黨爭士禍)가 심해서 일부 선비들은 벼슬길을 접고 한량(閑良)길을 택하기도 했고, 푼수데기처럼 살기도 했다.

어느 정권이고 잘 난 사람들은 자천(自薦)이든 타천(他薦)이든 간에 정치에 발을 들여 놓는 경우가 많아진다. 머리 좋아 과거시험에 장원급제를 해서 관록(官祿)을 받다가도 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서는 충신의 소리를 듣던 사람도 하루아침에 찬밥 신세가 되기도 하고, 때론 사약을 받기도 하고 귀양을 가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에서 과거처럼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 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현 정권은 정권이 바뀌어도 감옥갈 사람이 없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제발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돌아가는 세상인심은 대통령 생각과는 꼭 일치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까 먼 훗날 현재의 상황을 살펴봐야 할 듯싶다.

시인 김하리는 수필집<푼수가 그리운 시대>를 통하여 가끔 생각이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꽉 채워져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사람보다는 약간 비어 있어 여유가 있는 넉넉한 사람으로 해석하고 싶다며 자신은 영원한, 귀여운 푼수로 살고 싶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김 시인이 푼수로 살고 싶다는 것은 아마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또는 ‘튀는 놈이 총맞는다’는 뜻을 에둘러 말했을 성 싶다. 진짜 푼수는 그런 생각조차도 못하니까.

‘푼수데기’란 말은 생각이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또 ‘팔푼이’도 같은 맥락에서 ‘푼수’와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어디 가서 잘 난체 하는 것 보다는 눈 딱 감고 푼수처럼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모두가 푼수처럼 살다간 어찌 되겠는가. 용기 있게 바른말 하는 사람도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설 것이 아닌가.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 실세로 있던 모 인사가 TV프로그램에서 정권의 실세는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에게 아니면 아니고 옳은 것은 목이 날아가도 바른말을 하는 것이 실세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전달하여 국가가 부흥하고 국민이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할 수 있는 길로 안내하는 실세가 많아지길 바란다.

삶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단순해지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복잡해진다. 아름답게 보면 아름답게 보이고, 추하게 보면 추해지는 게 삶의 모습이다. 때론 순수하게 살아갈 수 있는 푼수의 마음, 귀여운 푼수로 살아가는 것도 삶을 즐겁게 해주는 한 방편이 아닐까.

<교통정보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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