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김원하의 [데스크칼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접촉사고는 항상 있는 일이다. 운전이 서툴러서도 낼 수 있고, 운전이 능숙해도 잠시 한 눈을 팔다가 낼 수 있는 사고다. 교통사고 가운데 접촉사고는 비교적 가벼운 사고라 접촉사고 현장에서 경찰관들도 당사자들끼리 합의하도록 종용한다. 따라서 접촉사고는 대부분 운전자 끼리 즉석에서 합의(?)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물론 최근에는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하고도 큰 사고를 당한 양 엄살을 부리거나 가해자에게 엄청난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선 주차장 등지에서 접촉사고를 내고도 모른 척 가버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른 바 문콕사고를 내고 뺑소니치면 이 또한 뺑소니 사고로 처벌받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차문을 열다가 실수로 상대방 차에 흠집을 냈을 때 운전자가 없으면 쪽지라도 남겨야 한다. 본 사람이 없다고 자리를 떠나도 요즘은 블랙박스가 일반화 되어 언젠가는 발각이 될 수 있어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문콕사고는 대형 마트나 빌딩의 주차장들이 과거 주차장법에 근거하여 자동차 덩치가 커진 것을 감안하지 않고 주차장면적을 획정(劃定)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문콕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주차 단위 구획 최소 크기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주차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형 주차장의 폭을 종전 최소 2.3m에서 2.5m로 늘리고, 확장형 주차장도 기존 너비 2.5m, 길이 5.1m에서 너비 2.6m, 길이 5.2m로 각각 확대했다.

이 처럼 주차 면이 넓어지면 문콕사고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손석희 JTBC 대표이사의 구설수도 따지고 보면 가벼운 접촉사고에서 촉발 된 것 같다. 주차장에서 문콕사고는 아니더라도 후진 또는 전진하다가 접촉사고를 내는 것도 일반적인 사고 유형이다.

운전이 서투른 초보운전자라도 자기차가 상대방 차나 물체에 부딪치면 금세 알 수 있다. 손 대표가 2017년 4월 16일 일요일 저녁에 으슥한 과천 한 교회 주차장에서 상대방차(견인차)와 접촉사고를 내고 이를 몰랐는지 도주한 바람에 뺑소니로 오인한 피해차량이 쫓아와서 잡으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을 취재하던 프리랜서 기자에게 폭행을 했다는데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져버렸다. 사고 당시 조수석에 여자가 타고 있었다는 등 당초 접촉사고와는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우리는 이런 사건을 보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즐겨 쓴다.

이 속담은 일이 커지기 전에 처리하였으면 쉽게 해결되었을 일을 방치하여 두었다가 나중에 큰 힘을 들이게 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호미가 뭔지 가래가 뭔지도 모를 사람들이 꽤 있을 성 싶다.

호미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농기구 중 하나다. 호미와는 크기부터가 사뭇 다르고 용도도 다른 가래가 있다. 호미는 논이나 밭에서 김을 매거나 씨앗을 심을 때 사용하는 농기구다. 가래는 농사일을 할 때 흙을 파헤치거나 떠서 던지는 농기구다.

호미는 개인용 농기구인데 반해 가래는 줄꾼 두 사람과 장부(자루)잡이 한 사람 등 모두 세 사람이 하는 ‘세손목 한카래’가 있다. 작업량에 따라서는 장부잡이 한 사람과 줄꾼 여섯 사람 등 모두 일곱 사람이 하는 ‘일곱목 한카래’도 있다.

간단하게 혼자서 호미로 처리해도 될 일을 가래를 사용하면 그 만큼 많은 울력(運力)이 필요 한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일이 터졌을 때 수습하고 잘못을 저질렀으면 진정으로 사과를 하면 일이 크게 터지지 않는다. 그런데 사과(謝過)를 억지로 하거나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하다보면 사과를 아니함만 못 한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손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프리랜서 기자 김 모(49)씨는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내고 “손석희 사장님.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서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며 “저를 무고한 일에 대해서도 죄를 묻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보도된 내용으로만 보아서 김 기자에는 손 대표의 사과가 미흡했던 모양이다.

‘풀뿌리에 걸려 넘어져도 태산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다. 접촉사고에서 비롯된 사건이 이제는 전 국민이 알만큼 일이 커져 버렸다. 접촉사고시 일을 깔끔하게 처리했다면 한 줄짜리 기사거리도 안될 일이 각 언론에 큼직하게 다루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용서는 과거를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미래를 푼푼하게 만든다.”는 명언이 있다. 요즘처럼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져진 세파에 곱씹어 볼 말이다.

<교통정보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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