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문화가 낳은 가양주의 상징 ‘약주(藥酒)’

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전통주 스토리텔링/59번째

반주문화가 낳은 가양주의 상징 ‘약주(藥酒)’

 

‘약주(藥酒)’라고 하면, 정확히는 “약성(藥性)을 갖는 술”로 ‘약용약주(藥用藥酒)’의 줄임말을 의미하나, 우리나라의 음주문화의 한 가지로 ‘술의 높임 말’ 또는 ‘귀한 술’ 등 우리 술을 일컫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더 폭넓게 쓰이고 있다.

‘약주(藥酒)’의 유래는 두 가지 설이 전해오고 있는데, 그 한 예가 전통주의 전성기였던 조선시대에는 가문마다의 반주(飯酒)와 제주(祭酒), 손님접대 목적으로 가양주문화가 꽃을 피웠는데, 부모와 노인, 손님 접대에 반주를 내놓는 것을 예와 도리, 인정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때의 반주는 음주량이 2~3잔 정도로서 소화흡수와 몸을 따뜻하게 하여주는 효과가 있어, ‘소화제’와 같은 약으로 인식되었고, 특히 노인들의 경우 건강을 돕는 ‘백약지장(百藥之長)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부모나 어른들에게 대접하는 모든 술을 건강을 돕는 ‘주(藥酒)’로 부르게 되면서, “약주 대접하다”, “약주 한잔 하자”는 말이 일반화 되었다고 한다.

‘약주(藥酒)’와 관련한 또 다른 얘기는, 조선 중기 때 유학자(儒學者) 서성(徐偗, 1588∼1631)이 현재의 서울특별시 중구 중림동의 약현(藥峴)에 살았다. 그의 아호(雅號)가 약봉(藥峰)인 것도 그가 살았던 지명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그의 어머니 이 씨가 ‘약산춘(藥山春)’이란 청주를 잘 빚어 서울지역의 명주(名酒)로 회자되었다고 한다. 이에 세상 사람들이 “약현에 사는 약봉의 어머니가 빚은 약산춘의 맛이 좋다.”고 하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맛 좋은 술을 ‘약주(藥酒)’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약주(藥酒)’는 ‘약산춘(藥山春)’의 약칭(略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약봉의 어머니 이 씨가 빚은 약산춘의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이 약산춘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이른 바 약식(略式) ‘약산춘’이 ‘약주’라는 이름으로 빚어지기 시작했는데, 약산춘에 비해 쌀의 양을 적게 쓰는 것으로, ‘약주(藥酒)’는 소량씩 빚고 빨리 익혀 마시는 속성주법의 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약주’에 관한 설이 널리 확산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약주(藥酒)’라는 주품명도 생겨나게 된 것을 볼 수 있는데, <刊本閨閤叢書>를 비롯하여 <故事撮要>, <양주방(釀酒方)>, <飮食冊>, <朝鮮固有色辭典>, <韓國民俗大觀> 등에서 ‘약주(藥酒)’ 주방문을 목격할 수 있다.

또한 <刊本閨閤叢書>와 <韓國民俗大觀>에서는 약산춘과 유사한 과정의 주방문을 목격할 수 있으며, <양주방(釀酒方)>에서는 ‘부제(副題)’에 “가루밑 아니하고 빚는 법”이라고 하여, 상법의 ‘약주’ 주방문은 <故事撮要>나 <刊本閨閤叢書>와 같이 밑술을 빚을 때에 쌀을 가루로 빻아서 죽이나 떡을 만들어 빚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산춘’ 주방문은 수곡(水麯)에 백설기를 지어 밑술을 만들고, 한 달가량 발효시킨 뒤, 덧술은 멥쌀 고두밥을 지어 넣고, 한 달 여일 발효시키는 장기 발효주인데 반해, <刊本閨閤叢書>를 비롯한 대부분의 문헌에서는 21일간 발효시키는 것으로 되어 있고, <韓國民俗大觀>에서는 “이틀 후면 마실 수 있다.”고 하여 ‘약주(藥酒)’가 탁주(濁酒)라는 암시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韓國民俗大觀>의 ‘약주(藥酒)’가 ‘탁주(濁酒)’라고 하는 사실은, 2일이라는 발효기간으로는 도저히 완숙된 맛과 맑은 청주(淸酒)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연유한다.

또한 <韓國民俗大觀>의 ‘약주(藥酒)’ 주방문은 <刊本閨閤叢書>와 동일한 주방문으로, 죽이나 백설기에 누룩을 혼합해 넣는 일반적인 방법의 밑술에 찹쌀 고두밥에 끓는 물과 냉수를 합하여 덧술을 빗는 혼용 법으로, 특히 덧술의 발효기간이 2일이라는 사실과 관련하여 속성주로서의 주방문을 보여주고 있다.

1613년에 간행된 <故事撮要>는 ‘약주(藥酒)’를 수록하고 있는 문헌 가운데는 가장 시대가 앞선 기록으로 당시의 ‘약주(藥酒)’는 밑술을 죽을 쑤어서 사용하고 덧술은 고두밥을 사용하는 전형적인 양주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후의 <양주방(釀酒方)>에서는 밑술과 덧술에 두 차례 고두밥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바뀌었고, 누룩과 끓인 물 외에 ‘밀가루’와 ‘모주(또는 술)’가 사용되는 등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양주기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飮食冊>에서는 단양주법(單釀酒法)으로 간소화되고 ‘밀가루’와 ‘흰콩 한줌’이 사용되는 등 점차 변화를 나타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약주(藥酒)’는 문헌 마다 각각 다른 주방문과 양주기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약주(藥酒)’ 주방문의 원형을 찾기 어렵다. 결국 ‘약주’가 ‘약산춘’의 약칭이자 약식 주방문으로 이루어진다는 설은 근거가 없다고 판단되며, 어떠한 특정 주방문에 의한 제조방법이나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음주문화의 한 가지로 ‘술의 높임 말’ 또는 ‘귀한 술’ 등 우리 술을 일컫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폭넓게 쓰여 온 문화적 의미로서의 약주(藥酒) 유래에 한발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약주 <刊本閨閤叢書>

◇주원료밑술:멥쌀 시승(市升) 2되 5홉(5되), 누룩가루 5홉, (밀가루), 끓는 물 7식기(주발)

덧술:찹쌀 시승(市升) 5되(1말), 물 1사발, 냉수 7주발, (가향·약재 적당량)

밑술①멥쌀 시승(市升) 2되 5홉(5되)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새 물에 깨끗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 ②쌀가루를 시루에 안쳐 설기떡을 찌거나, 혹은 솥에 물 7식기(주발)를 푹푹 끓여 쌀가루를 풀어 넣고, 젓지 말고 불을 조금 넣어 (범벅, 반생반숙으로) 익힌다. ③설기떡은 시루에서 퍼내고, 물 7식기(주발)를 푹푹 끓여 합하고, 덩어리진 것이 없이 하여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범벅/반생반숙은 골고루 개어 죽처럼 되었으면, 그릇에 퍼내고 마르지 않게 뚜껑을 덮어 하룻밤 재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설기떡 또는 범벅에 햇볕에 널어 법제한 누룩가루 5홉(市升)을 넣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밀가루를 조금 넣기도 한다). 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봉하여 발효시킨다(일기가 차면 방에 두되 새끼로 똬리를 만들어 괴고, 일기가 매우 차면 거적에 싸두고, 일기가 더우면 찬 곳에 두어 술이 맑게 고이면 덧술 한다).

덧술 ①찹쌀 시승(市升) 5되(1말)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새 물에 깨끗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에 물 1사발쯤 골고루 뿌려 준 다음, 다시 뜸을 들여 얇게 고루 헤쳐서 하룻밤 재워 식힌다. ③고두밥에 밑술과 냉수 7주발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짚불 쏘인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21일간 발효시킨 후 촛불을 켜서 항에 넣어보아, 불이 꺼지지 않으면 채주한다.

▴주방문 말미에 “화향 약재도 덤으로 넣으라.”고 하였다. 이로써 전통 가양주는 계절이나 목적에 따라 꽃 등의 가향재와 한약재를 추가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藥酒(약주) <故事撮要>-救酒法>

◇주원료 밑술:백미 1되 5홉, 누룩가루 3되, 물 4말(되) :

덧술:찹쌀 1말

밑술 ①멥쌀 1되 5홉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 ②물 4말을 끓이다가, 쌀가루를 풀어 넣고 팔팔 끓여 죽을 쑨다. ③죽은 푹 퍼지게 잘 익혀, 넓은 그릇에 퍼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차게 식은 죽에 좋은(법제하여 마련한) 누룩가루 3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여름 3일, 겨울 5일간 발효시킨다.

덧술 ①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하룻밤 담가 불린다(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다). ②불린 쌀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무르게 익었으면 돗자리에 퍼서 고루 펼쳐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 차게 식은 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4일간 발효시킨다. ⑤4일 후에 용수를 박아 채주하여 마시는데 맛이 매우 진하다.

약주법 <양주방(釀酒方)> -가루밑 아니하고 빚는 법-

◇주원료 밑술:멥쌀 1말, 누룩가루 2되, 밀가루 1되, 끓인 물 1병 반, 모주 약간

덧술:멥쌀 2말, 끓인 물 3병 반(1말 1되 5홉)

밑술 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을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은 물을 뿌려서 뜸을 들여서 익게 찌고, 익었으면 넓은 그릇에 퍼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물 1병 반(4되 5홉)을 팔팔 끓여 넓은 그릇에 담고, 차게 식힌다. ④고두밥에 누룩가루 2되, 밀가루 1되, 좋은 모주 8숟가락, 끓여 식힌 물 1병 반과 함께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이레)일간 발효시키면 맛이 있는 술이 된다.

덧술 ①멥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을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물 3병 반을 팔팔 끓여 넓은 그릇에 담아 차게 식힌다. ③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고두밥에 밑술과 끓여 식힌 물을 한데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밑을 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삼칠일간(21일) 발효시킨다.

藥酒 <朝鮮固有色辭典>

야쿠슈. 약주. 밀 누룩, 멥쌀, 찹쌀 등을 혼합하여 양조한 술로서, 다른 술에 비하여 품질이 양호하고, 뛰어난 점은 과실주와 비슷한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주정분은 10내지 20%이다. 누르스름하고 투명한 색을 띠고 있다. 내구성이 부족하고 저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은 겨울에 이용할 술로서 양조된다. 황해도 이남, 특히 경성 및 경성 부근에서는 주류 중에서 진귀한 것으로서 널리 애용되며, 연회와 제사에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약주(藥酒) <韓國民俗大觀>

◇주원료 밑술:멥쌀 2되 5홉, 좋은 누룩가루 5홉, 물 7식기

덧술:찹쌀 5되, 냉수 7주발

밑술 ①멥쌀 2되 5홉을 잘 씻고(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가루로 빻는다. ②쌀가루를 시루에 안치고 쪄서 백설기를 짓거나, 끓는 물 7식기에 쌀가루를 젓지 말고 두었다가, 쌀가루가 익어 범벅이 되었으면 골고루 저어서 퍼낸다. ③ 백설기(범벅)는 그릇의 뚜껑을 덮고, 하룻밤 재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백설기(범벅)에 좋은 누룩가루 5홉을 합하고, 골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밀봉한다. ⑥날씨가 차면 술독을 새끼로 똬리를 만들어 괴고 거적을 둘러 방에 두되, 일기가 더우면 밖에 두어 술이 끓어오르기를 기다린다.

덧술 ①찹쌀 5되를 짤 씻어(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에 찬 물 1사발을 뿌려서 무르게 찌고 익었으면, 하룻밤 재워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에 밑술과 냉수 7주발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밑을 그릇(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2일간 발효시킨다.

<약주(藥酒)> 멥쌀 두 되 반을 잘 씻고 가루 내어 백설기로 찌거나 솥에 물을 일곱식기만 끓여서 가루를 넣고 젓지 않고 물을 조금 넣은 후 익으면 골고루 저어서 퍼낸다. 하룻밤 재워 식힌 다음, 좋은 누룩가루 반 되를 넣어 골고루 버무린 후 항아리에 넣고 봉해 둔다. 일기가 차면 방에 두되, 새끼로 똬리를 만들어 괴고 일기가 차면 거적을 둘러친다. 일기가 더우면 밖에 두어 술이 맑게 괴면, 찹쌀 닷 되를 잘 씻어 찐 다음, 물 한 사발만 부어 다시 불을 조금 넣어 하룻밤 재워 식힌다. 냉수 일곱 주발에 찐 찰밥과 밑술을 혼합하여 짚불을 쬔 항아리에 넣고, 봉하여 이틀 후면 마실 수 있다.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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