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20)

차동영 이태백 시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20)

6장 미소만 지을 뿐 마음만은 한가롭다네

 

무리 새가 높이 날아 사라지고

외로운 구름은 홀로 가는 게 한가롭구나

山中問答

산에서 묻고 답하다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하여 이 푸른 산에서 사느냐고

단지 웃으며 답하진 않지만 마음만은 절로 한가롭네

복숭아꽃 물길 따라 묘연히 떠내려가니

바로 여기가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라네

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배경 이백이 젊은 시절 은거하던 시기(이십대 후반)에 문답의 형식을 빌려 자연 속에 묻혀서 사는 생활의 즐거움, 세속을 벗어난 자연 속의 한가로운 삶을 표현한 작품이다.

어휘

余(여):나 여.

何事(하사):어떠한 일. 무슨 일.

碧山(벽산):청산.

杳(묘):아득할 묘.

杳然(묘연):아득히 멀어 종적을 찾을 수 없음.

해설 이 시에서 작가는 산에 은거하여 생활하는 시인의 평안하고 유유자적한 심리를 자문자답하는 문답 형식을 빌려 드러내고 있다. 왜 푸른 산에서 사느냐, 말이 필요 없다.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다. 그 즐거움을 어찌 말로 구구절절 설명할 수 있으랴. 마음은 여유로운데 다시 말하면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산이 왜 좋으냐고 물으면 그냥 좋다고…. 단지 웃음만이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다. 마치 도인들이 이심전심으로 통하듯이….

복숭아꽃은 도연명의「도화원기(桃花源記)」속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한다. 여기가 바로 인간이 사는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나 신선이 사는 소위 별천지인 것이다. 계곡 사이의 물길에 둥둥 떠서 흘러가는 분홍빛 복숭아꽃은 환상을 자아내게 한다. 그 정취에 취한 이백은 자신만의 무릉도원인 별세상을 만들어냈다.

‘대답 없이 그냥 웃는다’는 달관적인 내용은 한국의 시인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를 떠올리게 한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 밭이 한참갈이 / 괭이로 파고 / 호미론 풀을 매지요 //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 강냉이가 익걸랑 / 함께 와 자셔도 좋소 //

왜 사냐 건/웃지요

명구(名句)

笑而不答心自閑

別有天地非人間

 

夜宿山寺

밤에 산사에서 머물며

 

높은 누각이 높이가 백 척이나 되어

손으로 별을 잡을 수가 있네

감히 높은 목소리를 낼 수가 없네

하늘 위에 있는 사람을 놀랠까 봐 두려워서

危樓高百尺

手可摘星辰

不敢高聲語

恐驚天上人

배경

울적한 마음에 산 정상에 올라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거대한 자연의 웅장함을 겸허한 마음으로 읊은 시다.

어휘

山寺(산사):산속에 있는 절.

危樓(위루):매우 높은 누각. 산꼭대기에 지은 사묘(寺廟).

星辰(성진):별 진. 별의 총칭.

해설산꼭대기에 있는 누각이 높이가 백 척이나 달해 누각 위에 서면 하늘에 있는 별을 딸 수가 있겠네. 내가 누각 위에서 감히 큰 소리를 지를 수 없는 것은 하늘에 있는 신선을 놀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산사에서 밤을 보내면서 느낀 소감을 과장법을 쓰면서도 평이한 언어로 우뚝 솟은 산 정상의 형상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지금이야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라는 오란씨의 CM송으로 진부한 내용이지만 비행기도 우주선도 없는 천오백 년 전에 하늘에서 별을 딴다는 상상력이 바로 이백이 ‘별 중의 별’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

임을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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