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23>

차동영 이태백시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23>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峨眉山月歌

아미산에서 달을 노래하다

▴중국 중학교 교과서 수록

아미산 달이 반쯤 걸려있는 가을

그림자도 평강 강물을 따라 흐르는구나

밤에 청계를 출발해 삼협으로 향하는데

그대를 그리워하나 보지 못하고 유주로 내려가오

峨眉山月半輪秋

影入平羌江水流

夜發淸溪向三峽

思君不見下渝州

배경 이백이 724년 나이 26세에 처음으로 고향인 촉나라 땅을 떠나며 지은 작품이다. 이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미산의 평강에서 청계를 출발하고 삼협을 향해 유주로 내려가는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이 작품 속에 드러나 있다.

어휘

峨眉山(아미산):쓰촨 성 서남쪽 아미산시에 있는 산(높이 3,099m).

半輪(반륜):바퀴 륜. 해나 달과 같은 둥근 사물을 세는 단위. 둥근 형상의 반쪽. 반달.

平羌(평강):종족이름 강. 아미산 동북을 흐르는 평강강.

淸溪(청계):평강강 하류의 마을.

三峽(삼협):후베이 성 파동현의 서릉협, 귀향협, 무협의 삼협을 일컬음. 양편 기슭 칠백 리에 걸쳐 산이 이어져있어 하늘과 해를 가리므로 한낮이 아니면 해를 볼 수 없다 함.

君(군):그대. 군주.

渝州(유주):지금의 중경시.

해설 불과 스물여덟 글자로 아미산, 평강, 청계, 삼협, 유주에 이르는 긴 여정을 간결하게 표현하면서 그 연결이 매끄럽고 그 기상도 뛰어나 만고의 절창이라 평가받는다. 즉 아미산의 아름다움, 평강강의 적막한 흐름, 청계의 깨끗한 물소리, 삼협의 장활한 협곡 등의 이미지를 고유명사로 압축시켰다.

아미산의 가을 반달이 평강 강에 비쳐 강물과 함께 흘러간다. 그러한 밤에 청계 마을을 떠나 삼협으로 향하는데, 삼협은 한낮이 아니면 해를 볼 수 없는 곳이라 아직 산에 막혀 아미산에 떴던 그 달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산세와 수세가 수려한 촉 지방의 가을 달이 뜬 밤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아놓은 듯하다.

친구를 보지 못하고 떠나가는 안타까움과 함께 다가올 여정에 대한 기대감도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메이 산과 러산대불

어메이 산(峨眉山 :아미산)은 중국 쓰촨 성 어메이현 남서쪽에 있는 산으로 중국의 4개 불교성지 중의 하나다. 보현보살상을 모시고 있는 어메이 산과 더불어 대표적인 불상 러산대불은 중국 쓰촨 성 러산시 동쪽 링윈산(凌雲山)에 위치한 총 길이 71m의 석불로서 ‘산이 부처요, 부처가 곧 산이다’라는 말로 유명하다. 1996년 유네스코는 러산대불(문화)과 어메이 산(자연)을 묶어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했다.

특히 최고봉이 해발 3,099m인 어메이 산은 어메이산 현에 있는 청두평원의 남서쪽에 솟아있다. 바위가 많은 산 남쪽은 계곡들이 교차해있고 식물들이 밀집해 있는 반면 산 북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비탈져 떨어지는 폭포가 특색이다.

어메이 산은 불교에서 ‘빛의 산’으로 불린다. 산 정상에 있는 광상사는 자비의 여신이 불교 의식을 행했던 곳으로 중국에서 이름난 불교 신산 네 곳 중 하나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어메이 산에는 100여 개의 사원과 언덕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20여 개만이 남아있다. 산기슭에 있는 보국사는 명조(1368-1644) 때 세워진 가장 큰 사원이다. 사원 내부의 붉은 구리로 된 화엄동탑은 중국 불교를 공부하는데 중요한 유물이다. 이 14층탑은 높이가 7m이고 그 벽면은 4,700여 개의 부처 그림과 후아옌 종파의 불교 경전 전문이 새겨져 있다.

러산대불은 러산시 동쪽에 있는 링윈 언덕에 만들어졌는데 어메이 산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 장중한 불상은 높이가 71m에, 머리 부분만 14.7m에 달한다. 그 귀의 길이는 6.2m, 눈의 폭은 3.3m, 그리고 어깨 길이는 34m다. 머리에는 1,021개의 시뇽(뒷머리에 땋아 붙인 쪽)이 있다. 불상의 중지 길이가 8.3m이고 각 발은 길이가 11m, 폭은 100명 이상이 앉을 만큼 충분히 큰 8.5m이다. 불상 무릎에 놓인 손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고, 그 머리는 언덕 정상까지 이르고 그 발은 산허리 전체를 차지한 강까지 이르고 있다.

어메이 산과 러산대불은 현재 하나의 풍경구로 통합됐고 1996년에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에필로그

태산보다 높고 황도십이궁보다 더 신비한 이백의 시 33수를 번역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마침 쓰촨 성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당시를 가까이 할 기회를 가졌다.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한 여세를 몰아 감칠맛만 느꼈던 시의 매력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바다 같은 중국의 시 세계는 광대 무량해 그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전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서 펜을 들었다. 평생 한 번밖에 부르지 않는 가시나무새의 노래처럼 부르려 했었다.

펜은 끝없이 도전의 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길은 쉽게 갈 수 없었고, 가슴 깊이 똬리를 틀고 있었던 가시나무새의 노래도 목청껏 나오지 않았다. 생각한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가슴 깊이 느꼈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 했다. 더욱이 한자는 표의문자이므로 읽는 사람의 정서와 장소, 위치에 따라 해석이 달라 번역은 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번 저서를 쓰면서 번역이 창작 못지않게 뼈를 깎는 작업이란 것을 새삼 느꼈다. 2016년 독서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물론 내용이 좋았지만 뛰어난 번역가를 만난 일 또한 큰 행운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사실 대학에서 중문학을 공부하면서 언젠가는 바다같이 깊고 넓은 한자문화에 뛰어들어 마치 수영하듯이 더 파고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간절히 원하면 희망이 이뤄진다는 말처럼 나에게 그 길이 열렸다. 중국 근무의 행운을 잡은 것이다. 나는 특히 이백의 시에 빙의라도 한 듯 빠져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뜨겁게 작품세계로 빠져든 것이다. 나의 시각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작하고 번역한다는 것이 얼마나 험한지, 가위에 눌리기라도 할 듯한 작업이란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

세계화 시대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국경은 무너지고 언제 어디서든 지구촌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한 세상이 됐다. 특정 계층의 독점적 지위는 무너져가고 있다. 문제가 됐던 문자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못 해내는 과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문명도 현재까지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인간이 고유하게 느끼고 있는 사단(측은지심·수오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과 칠정(희·노·애·락·애·오·욕)을 인공지능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엔 뜨거운 피가 흐르지 않고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을 보며 느끼는 정서도 없다. 그런데 시선·적선·시협·주선 등으로 불렸던 이백의 시에선 사단칠정의 향기가 고스란히 풍기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더욱 번역에 어려움을 느꼈다. 중국인이 느끼는 감정과 한국인이 느끼는 감정 또한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흡하여 가시나무새의 노래가 제대로 불리지 못한 부분은 다음 기회에 보충하여 독자 제위께 만족스럽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지면을 통해 약속드린다. 그리고 1편 이백에 이어 2편 두보, 3편 백거이, 4편 왕유 등 시리즈로 머잖아 발간할 것이다.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당시를 매개로 중국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학문으로서가 아닌 대중과 함께하는 당시로 재평가되기를 바란다.

<다음호 계속>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