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하모, 디디고 빚고 나누는 정아인교”

금정산성 다목적광장을 가득 메운 축제 참가자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막걸리 하모, 디디고 빚고 나누는 정아인교”

금정산성막걸리 유청길 대표가 막걸리 애호가들을

위해 베푼, ‘제11회 막걸리축제’ 역대 최대 규모로 성료

 

막걸리 축제가 시작되고 나서 현역 연예인들이 대거 참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좌로부터 정진수, 임병기, 이경영, 홍여진, 노현희, 이윤채, 김형일, 소지유

부산하면 민속주 1호로 지정된 ‘금정산성막걸리’가 떠오른다.

50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맛이 한결같고, 누룩향이 짙은 특유의 막걸리 본연의 맛이 막걸리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잡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금정산성은 부산광역시 금정구, 북구와 경상남도 양산시에 걸친 높이 801.5m에 달하는, 부산을 대표하는 진산이다.

부산 사람이 아니면 일반적으로 부산전철 온천장역 앞에서 출발하는 203번 버스를 타면 금정산성을 쉽게 오를 수 있다. 오르는 길은 마치 강원도 산길처럼 헤어핀코스로 이어져 스릴만점. 창문 열면 소나무향이 가슴속까지 파고든다. 상쾌하다.

고개 마루를 넘으면 3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산성마을이다. 여기에 금정산성막걸리가 터를 잡고 막걸리를 빚은 지도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숙종 32년(1706년) 왜구의 침략을 대비하여 금정산성을 축성하면서 외지인들의 유입이 늘어나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금정산성 막걸리는 일제 강점기에는 만주와 일본까지 건너갈 정도로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1960년대부터 정부의 누룩제조 금지조치로 시련이 있었으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80년 전통 민속주 1호로 지정받아 오늘에 이른 곳이 산성막걸리다.

김재윤 금정구의회 의장의 건배사.
김재윤 금정구의회 의장의 건배사로 시작된 축제. “막걸리 축제를 위하여”가 연발한다.

산성막걸리가 유명해진 것은 조선 초기 이곳의 화전민들이 생계 수단으로 누룩을 빚기 시작한 것을 그대로 이어 받아 이 누룩과 금정계곡의 깨끗한 물과 국내산 쌀로만 빚었기 때문이다.

금정산성 하면 막걸리를 떠 올릴 만큼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금정산성막걸리의 유청길 대표는 10여 년 전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

“오늘날 금정산성막걸리가 어느 정도 자릴 잡게 된 것은 막걸리를 많이 마셔준 애주가들 덕분 아닌가. 이들에게 무엇인가 보답을 하자”며 생각해 낸 것이 ‘막걸리동차회’였다.

동창회란 것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 만나는 것이란 생각에 칠석날을 택해 ‘제1회 막걸리동창회’를 열었다. 결과는 대박!

초대 동창회장을 지낸 박종수 씨(상공회의소 부의장)는 감개무량했다.

“첫 회 때는 그저 막걸리 마시며 놀아보자는 정도로 생각 했었는데 매년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막걸리 축제의 장이 되었다”며 “글로벌 시대를 맞아 앞으로는 독일의 옥토버 맥주축제처럼 막걸리축제도 세계화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고 했다.

‘정겨운 산성사람, 술 익는 산성마을’

 

김세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정미영 금정구 구청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8월 10일 금정산성 다목적광장에서 ‘정겨운 산성사람, 술 익는 산성마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제 11회 금정산성막걸리 축제를 개최되었다.

금정산성 다목적광장은 잔디광장이다. 이곳에 200여개 테이블과 600여개의 의자도 놓여 있다. 모두가 처음 사용하는 신제품. 유 청길 대표가 직접 마련한 것이란다. 모르긴 해도 이런 비품을 포함해서 연예인 초청비용 등 수천만 원을 모두 유 대표가 부담했단다.

막걸리축제는 금정산성막걸리를 글로벌 문화 관광 브랜드로 도약시키고, 금정산성 역사와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 금정산성막걸리, 금정산성번영회, 금성동 자치위원회, 금성동 새마을금고 등 금정산성마을 자생단체가 힘을 합쳐 개최했다.

“막걸리 하모, 디디고 빚고 나누는 정아인교”
정진수(우) 씨가 유청길 대표(좌)와 빡빡이 대결을 한다. 유 대표의 웃음이 하회탈을 닮았다.

본격적인 축제에 앞서 막걸리 빚기 및 술 거르기, 술빵 만들기, 누룩 디디기, 막걸리 비누 만들기 같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다목적광장에서 진행되었다. 식초공장 체험장에서도 어린이들이 누룩 디디기 체험이 실시되었다.

오후 4시가 되자 쿠르즈관광차 부산에 들른 일본인 관광객 40여명이 방문하여 막걸리 빚기와 술거르기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비디오를 통해 산성누룩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를 이용해서 막걸리를 빚는 과정을 박수정 씨를 통해 설명을 들으면서 직접 빚은 막걸리를 페트병에 담아갔다. 집에 가서 물만 부으면 막걸 리가 된다는 이야기에 신기해했다.

일본 관광객들도 참가하여 막걸리 빚기와 거르기 체험을 했다.

다목적광장에서는 축제 준비를 위해 부추전이 한창 부쳐지고 있다. 본격적인 축제가 열리기 전까지는 관광객들에게 막걸리와 부추전을 실비를 받고 제공되었다.

오후가 되자 배우 임병기 씨(한국농어촌사랑 방송예술인공동체 이사장)가 개그맨 정진수, 배우 김형일, 이경영, 홍여진, 탤런트 노현희, 소지유, 가수 이윤채 씨 등을 인솔하여 축제장에 나타나자 축제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축제장에서 흥을 돋운 이들은 모창가수 일색이었는데 올해는 진짜 유명 연예인들이 나타나자 참석자들은 “와! 진짜 막걸리 축제 대박 나겠다”며 이들 연예인들을 맞이했다. 이 때 유 대표가 귀띔한다. ‘임병기 씨랑 친구’사이라고.

특별이벤트로 흑염소불고기도 제공
첫 주자로 등장한 임병기 씨. 그가 글을 쓰고 곡을 붙인 ‘막걸리’란 노래를 신인가수 이윤채 씨와 뚜엣으로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해가 서산에 걸릴 때가 되자 차일찬 금정산성막걸리 축제 위원장의 사회로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막걸리동창회 초대회장을 역임한 박종수 씨의 인사말에 이어 김세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박인영 부산시시의회의장, 정미영 금정구 구청장 등 내빈들이 축사가 이어졌다.

김 의원은 “제가 막걸리 동창회 2대회장을 지냈습니다. 이 경력(?)을 저는 아름답게 간직하고 살고 있습니다. 오늘 11회째를 맞이하는 축제를 보면서 너무 기쁩니다. 많은 막걸리 애호가들이 앞으로 더욱 산성막걸리를 많이 애용하셔서 산성막걸리가 세계화 되는데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고 했고, 박인영 부산시시의회의장은 “막걸리축제는 아름다운 마을축제로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발전되고 있어 기쁘다면서 앞으로 세계 축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정미영 구청장은 박목월의 ‘나그네’ 시를 산성막걸리로 패러디하여 축사를 대신했다.

여기 이 넓은 좌석에 축제참가자들이 찰 수 있을까 했던 염려는 한낱 기우였다. 불볕더위가 내리쬐던 광장은 밤이 되자 서늘해졌다. 막걸리 마시기에 딱 좋은 분위기다.

테이블마다 막걸리 주전자가 배달되고 부추전을 비록해서 도토리묵, 충무김밥이 제공되었다. 김재윤 금정구의회 의장의 건배사로 본격적인 막걸리 축제가 시작되었다.

이날 특별 이벤트로 산성마을에서 흑염소 불고기를 하는 식당들이 축제에 맞춰 흑염소 불고기를 숯불에 직접 구워 제공하기도 했다.

흑염소는 노화를 막아주는 비타민E가 45% 함유되어 있어 영양가가 풍부하여 대표적 보혈 보양제다.

개그맨 정진수 씨 사회로 2부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날 참석한 임병기 씨외 6명의 연예인들이 단상에 올라 인사를 나누었다.

본격적인 연예 프로가 시작되기 전 정진수 씨는 유청길 대표를 단상으로 불러올리고 나서 서로의 빡빡이를 비비는 퍼포먼스를 해서 한차례 웃겼다.

첫 주자로 임병기 씨가 열창한다. 특히 그가 글을 쓰고 곡을 붙인 ‘막걸리’란 노래를 신인가수 이윤채 씨와 뚜엣으로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막걸리는 영양만점 생명수 우리 막걸리….”

이어서 가장 많이 죽고 많이 살아나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는 이경영 씨가 만담과 함께 노래일발장전, 그 밖에 이날 참석한 연예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열창했다.

연예인들의 행사가 진핸 되는 틈틈이 푸짐한 경품도 추첨을 통해 수여되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유청길 대표의 부부. 부창부수(夫唱婦隨)라 했던가, 유 대표가 하는 축제를 뒤에서 소리 없이 도와준 유 대표의 부인 진현주 씨. “여보 고생했오”

이날 안주를 만드는 마을 부녀회원들을 진두지휘한 유청길 대표의 부인 진현주 씨가 참으로 열성적으로 도은 탓일까. 좋은 날씨가 축제의 대미를 장식해주었다.

밤이 깊어가도 막걸리 축제장은 계속 이어졌다. 산성막걸리가 이어 오듯이 말이다. 몇 개월 동안 직원들과 행사준비를 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고, 예산도 써서 이날의 주인공은 바로 유청길 대표임에도 겉으로 나타내지 않고, 모든 것을 주민들에게 양보하는 미덕이 참으로 좋아 보였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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