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한국전통술을 알리고자 하는가?”

한국술유통은 전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다양한 전통주를 취급하고 있다. “연락만 주세요, 바로 배송됩니다”
한국전통술 알리기에 앞장선 (주)한국술유통 朴正基 대표이사

“우리는 한국전통술을 알리고자 하는가?”

온라인쇼핑몰 ‘술마켓’ 오픈으로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득 돼

“전통주 많이 팔리면 쌀 소비 많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농민도 좋고 양조장도 좋아”

 

술은 나라를 대표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와인은 프랑스를 상징하고, 맥주는 독일을 사케는 일본을 보드카는 러시아를 위스키 하면 영국을 떠올린다. 나라마다 대표되는 술이 있고, 그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 못 할 만큼 막강하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11번째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을 대표 하는 술은 있을까? 있다면 어떤 술을 한국의 술이라고 해야 할까?

가장 많이 소비되는 희석식 소주나 맥주를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역사와 유래가 없어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술은 역시 우리의 전통주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외국은커녕 국내 술시장에서도 그렇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대 막걸리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박성기 회장은 캐치프레이즈로 “막걸리 세계화”를 외쳤지만 아직은 세계화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조차 막걸리나 전통주가 주류에서 비주류에 속해 있고 아직도 저급 술이라고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성기 회장 못지않게 한국전통술 알리기에 발 벗고 나선 사람이 있다. 바로 박성기 회장의 친동생인 朴正基(52, 한국술유통 대표이사) 씨다. 최근 한국 전통술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데는 박 대표의 헌신적인 노력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 주류시장의 평가다.

박 대표는 모든 것이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야만 원동력이 생겼을 때 추진력이 향상된다는 것.

전국 5만여 점포와 거래 하는 전통주 유통회사로 성장

장한평 중고차시장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주)한국술유통 사무실을 찾았을 때 첫눈에 들어 온 것은 정면에 걸려 있는 액자였다. 그 액자에는 “우리는 왜 한국전통술을 알리고자 하는가?”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글귀는 이 회사의 사훈 같기도 하지만 박 대표가 우리의 전통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나를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한국술유통은 2005년 특정주류의 도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회사 설립 이후 국내최초로 생막걸리 전문 유통밴더를 형성하였고, 콜드체인를 가동하여 전통주를 신선하게 유통시켰다. 이런 덕분에 2009년부터는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의 대형마트와 롯데슈퍼, GS슈퍼, 홈익스프레스 등 SSM에 입점이 가능하게 되었고,2010년에는 5대 편의점에도 입점하게 되어 전국 5만여 점포와 거래를 하게 되었다.

한국술유통에서 취급하는 막걸리

2017년에는 전통주관련법의 개정으로 옥션, 티몬,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와 G마켓, 옥션, 11번가, 네이버 같은 오픈마켓과 GS샵, 이즈웰, 카카오 등 선물하기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망라하여 한국 대부분의 유통채널과 거래를 하는 유통회사로 성장했다.

이처럼 눈부신 발전의 원동력은 전통술을 한갓 상품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전통주를 사랑한 결과로 현재 연 매출 200억 원에 달하는 전통주 유통회사로 우뚝 서게 되었다.

‘술마켓’으로 전통주 구매하면 하루 만에 받아

현재 한국술유통이 거래하는 양조장은 막걸리 업체가 150여개, 약주나 증류주 같은 전통주 업체가 100여개라고 한다. 국내 전통주 업체는 대략 700여개업체라고 하니 국내 양조장에서 자체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양조장을 제외하곤 많은 전통주 제조장들이 한국술유통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전통주

물론 한국술유통 외에도 전통주 유통업체는 많지만 규모를 가지고 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전통주 제조장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돼 한국술유통에서는 ‘술마켓’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으면 주문서를 양조장에 보내고, 양조장에서 구매자에게 직접 배송해주면 한국술유통에서는 수수료만 받는 시스템이었다.

이런 시스템은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각 제조장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다보니 여러 가지 배송문제나 소비자클레임 등에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아 구매자들로부터 클레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술마켓’을 운영하고부터는 주문과 배송 및 소비자의 니즈를 한곳에서 일괄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이런 하자가 거의 발생되지 않고 있다. 과거 양조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할 때는 적은 수량은 배송이 어려워서 소비자들은 전통주를 먹고 싶어도 이런 어려움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한 두병을 주문하더라도 하루 정도 지나면 술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술도 한꺼번에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앞으로 한국전통술을 알리는 온라인 술마켓은 전통주제품에 대한 신뢰와 고객들에게 깨어있고 살아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는 왜 한국전통술을 알리고자 하는가?”

“우리는 왜 한국전통술을 알리고자 하는가?” 에 대해 박 대표가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로부터 유통회사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는 왜 한국전통술을 알리고자 하는가?”라는 글귀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소주나 맥주 회사들은 규모의 경제가 형성돼 있어 운영이 잘 되고 있지만 전통주를 빚고 있는 소규모 양조장들은 어렵게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연 매출이 1억 원을 넘지 못하는 양조장들이 80%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같은 전통주 도매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전통주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소규모 전통주 양조장들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양조장에서는 더욱더 전통주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겨 이 같은 다짐을 하자는 뜻에서 만든 캐츠프레이즈입니다”

유통회사는 하나라도 더 파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팔려만 들면 한계에 부딪친다. 애정을 가지고 대하면 자연히 매출이 증가한다. 소위 상품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이다.

“술은 문화입니다. 좋은 술을 개발하고 이에 걸맞는 요리도 개발한다면 우리는 좋은 문화를 수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면서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전통주를 열심히 알려서 많은 국민들이 전통주를 많이 마셔준다면 농민들은 쌀 소비가 잘 돼서 좋고, 양조장들은 매출이 증가하여 더 좋은 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리라고 봅니다.”

공무원 집어치우고 주류시장에 뛰어든 것도 타이밍이 적절

박 대표는 모든 것이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했다. “제가 이 회사를 설립한 것이 너무 일렀으면 아니면 늦었으면 이 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타이밍이 맞아야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 박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술마켓’을 오픈 한 것도 이때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주질의 품질이 높아지고, 양조자들이 젊어져서 예쁘고 다양한 제품의 패키지가 만들어지고, 술 구매자들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구매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거래는 공간성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전통술을 취급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아직도 농업회사 법인이나 명인이 빚은 술 즉 협의의 전통주법상의 전통주만 온라인 거래가 가능하고 대부분의 지역 양조장에서 전통주는 온라인 거래를 할 수 없어서 정부의 규제가 하루 빨리 풀려야 한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박 대표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처음에는 기재부에서 다음에는 공정거래위원회서 일하다가 어딘지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박 대표가 공무원을 그만둘 때가 IMF시절이라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 날 때 사표를 던지고 나온 것 역시 타이밍이었을까?

그리고 주류시장의 밑바닥부터 일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이 또한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한 달에 책 한권 읽으면 10만원 장려금 지급

박 대표는 독서를 통해 많은 지식과 지혜를 습득하면 사회를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직원들이 소위 월요병이 없는 일하러 나가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회사를 통해 개인의 성장과 나아가 자아실현까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회사 발전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라는 생각으로 직원들이 교양을 높이는 것에도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독서에 눈을 돌렸다. 박 대표 본인도 1년에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있어 직원들도 책을 읽기를 바랐지만 바쁜 일상에 책을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금년부터 직원들이 읽고 싶은 책을 회사가 구매해주고, 한 달에 한권 이상 책을 읽으면 장려금으로 10만원을 지급한다. 책 읽었다고 돈 주는 회사는 모르긴 해도 이 회사가 최초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떤 복리 후생보다 알차 보였다. 속된 말로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닌가. 책값도 들지 않고 책 읽으면 돈도 받는다는데 안 읽을 사람이 있을까.

“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한 안중근 의사를 생각케 한다.

박 대표 사무실에는 어림잡아 수백 권의 다양한 책들이 장서에 꽂혀있다. 가시가 돋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전통주 도매는 생산과 소비의 중간에 서 있어 어느 누구보다 전통주의 흐름에 밝다.

박 대표는 “최근 전통주 시장에서는 가격이 다소 비싼 전통주도 많이 팔리는 것은 그동안 이른바 프리미엄 전통주가 등장되고 나서 소비자들이 전통주의 높은 가격 수용성의 단계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앞으로 5천년 역사와 함께한 우리전통주를 더욱더 많이 알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술이 되고 나아가 세계 경제규모에 걸맞는 한국의 대표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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