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力도 나이처럼 늙어 간다

김원하의 <취중진담>

酒力도 나이처럼 늙어 간다

 

“난 평생 소주 1잔만 마셔봤으면 원이 없겠다”

“주당들이 들으면 무슨 소리”냐며 의아하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술 한 잔이 바로 독약이나 매 한가지다. 술을 가리켜 ‘백약지장’이라고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겐 통하지 않는 소리다. 의학적으로 체내에 알코올을 분해해서 소화시키는 ‘알데하이드 분해효소’(ALDH)가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어떤 이들은 낮술은 못하고 밤술은 할 수 있다는 이들도 꽤 많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져서 낮에 마시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70년 대 초만 해도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져야 좋은 거지 변화가 없는 사람은 좋지 않다고 했었다. 이후 이것이 잘못된 상식이란 것이 밝혀지면서 술을 마시고도 변하지 않는 체질인 사람들은 술을 잘 소화시키는 능력이 탁월 하다고 우쭐 댄다.

문제는 이렇게 술 잘 마시는 사람들은 때론 자신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지나친 음주로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연합뉴스 지난 1월 30일 보도에 의하면 인천 한 주점에서 친구와 소주 6병을 나눠 마시고 사망한 50대 남성은 당시 누가 더 술이 센지 주량 대결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숨진 A(54)씨를 부검한 결과 ‘급성 알코올 중독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A 씨는 주량 대결을 하기 전에 이미 상당량의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한다.

제일 미련 한 내기가 먹기 내기며 그 중 술내기는 목숨까지 빼앗아 간다는 것. 특히 술을 처음 대하는 새내기들이 가끔 이런 변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데 술은 불(火)만큼 다루기가 어렵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풋술을 할 때는 술이 뭔지도 모르고 마신다. 덮어 놓고 많이 마시는 것이 술 잘 먹는 것으로 착각하고 마신다. 돌이켜 보면 이 때 술을 제대로 배워야 평생 술 때문에 고생하지 않고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세월만 흐른다.

새내기 시절 풋술을 마시던 시기에 올바른 음주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면 최소한 술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지금보다 좋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문제에 대해서도 지금보다는 좋아지지 않았을까.

술을 배우기 시작 할 무렵에 의학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체질인지 아닌지도 판별하여 술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를 알려주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알코올 성분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주변의 강권에 의해 술을 마시면 소량이라도 ‘알코올 사용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의사들은 경고 한다.

특히 “얼굴 빨개져도 술은 마실수록 는다”는 속설로 술을 강권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신철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한두 잔의 술에도 얼굴이 금세 빨개지는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술이 받지 않는’ 경우여서 소량의 음주도 몸에 해롭다.”고 말한다.

신 교수는 “알데하이드 분해효소의 유전적 결핍은 주로 한국, 일본, 중국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나 유럽, 북미의 백인, 아프리카의 흑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중·장년이 될 때 까지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당들이 술에 대해 겁을 먹지 않지만 풋노인이 되어 가면 술 마시기가 겁이 난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신체 나이처럼 주력도 쇠잔(衰殘)해짐이 못내 아쉽다.

풋풋했던 젊은 날에는 들고 가기 귀찮아 먹고 가던 사람도 나이 듦에 소주 1병도 버거워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술자리를 가급적 피하는 사람들은 신체 나이뿐만 아니라 술나이도 함께 늙은 모양이다.

조지훈은 ‘술은 인정이라’는 글에서 주도유단론(酒道有段論)을 논하면서 술을 배우는 단계인 학주(學酒)부터 애주(愛酒), 기주(嗜酒), 탐주(耽酒), 폭주(暴酒), 장주(長酒), 석주(惜酒), 낙주(樂酒: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단계를 넘으면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 수는 없는 관주(關酒)가가 된다고 일갈했다. 술이 있어도 마시지 못하고 구경만 하다가 주도유단의 마지막 단계인 폐주(廢酒)가 된다고 했다. 이는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진정 주당이라면 세상 하직하는 날까지 한잔 하고 가야 되는 것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 평소 몸관리 잘하여 기운을 저축해 두는 것은 어떨까.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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