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음주문화와 알코올 정책(上)

조성기 박사의 리포터

스웨덴의 음주문화와 알코올 정책(上)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스웨덴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공에 대해 집단면역으로 대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믿기 어려웠다. 오래전 ‘주세정책’에 대한 그들의 숙의과정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보기에 그들은 대단히 합리적이었었다. 감기를 등한시 하는 풍토나 소통의 욕구 등 나름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런 그들의 정책결과가 그렇게 피해를 낳는 쪽으로 결론이 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7월 7일 현재 확진자 73,858명, 사망자5,482명이다.

2005년경 스웨덴 국세청을 방문했을 때 “우리는 주세관련 서비스 행정만 합니다. 주류관련 정책의사결정은 국가보건위원회에서 합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국세청에서 모든 주류행정을 담당하는 우리는 주세정책까지도 국가보건위원회가 결정한다는 소리가 생소했기 때문이다. 술을 알코올정책 위주로 통제하는 스웨덴이지만 정책의사결정은 보건당국 중심의 합의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국가보건위원회에 물론 국세청도 참여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 ‘합리적 정책 의사결정 국가’가 집단감염(collective infection)을 선택했다는 소식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뒷사정이 또 있었겠지만 말이다.

귀국 길에 동경 가스미가세끼(Kasumigaseki)에 들러 후생노동성 담당관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일본의 경우는 국세청에 ‘청소년위원회‘를 두고, 문부성과 후생성도 그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오히려 국세청이 알코올 정책을 전부 관장하고 있었다. 스웨덴과 일본은 달랐지만 보건위원회건 국세청이건 정책결정의 주체에 합의하고 두 나라 모두 합리적 공론장을 펼치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는 달랐다. 보건복지부, 국세청에서 각자 필요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었고 부처 간 소통도 매우 적었다. 소위 관료주의로 부처 간 벽이 높아 정책의 합리적 추진상황을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 합리성을 보유했던 스웨덴이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에는 무기력하고 K-방역으로 우리가 우수하게 대처하고 있는 차이를 볼 때 바이러스가 실제로 뉴노멀 시대를 개시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는 인간이 쌓은 벽을 급작스레 완벽하게 허물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시기로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파헤쳐봐야 한다.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에는 보드카벨트, 맥주벨트, 와인벨트 등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 북동유럽의 ‘보드카벨트’에 속한 나라 중 하나가 스웨덴이다.

총 알코올소비량을 기준으로 할 때 1990년 기준 자료에는 유럽의 30개 국가 중 스웨덴은 28위에 불과했다. 그다지 많이 마시지 않는 수준으로 조사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공식통계 자료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온 거야!”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스웨덴 사람들은 당시 불법증류주나 민간이 직접 해외에서 사온 술이 많았기 때문에 그 순위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누가 봐도 스톡홀름의 길거리에 술 취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남부 스웨덴의 청년들이 독일 북부로 여행을 가서 술을 가득 차 트렁크에 싣고 돌아오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어 그 주장이 맞는 측면도 있다. 심지어 술을 많이 싣고 오기 위해 차 트렁크를 개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알코올과 관련된 지표들을 보면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스웨덴의 간질환이나 술과 관련된 사고 들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의 스웨덴 통계를 보면 간질환이 인구 10만 명당 남성기준 8.4명, 여성은 4.2명이었다.

교통사고의 경우 남성이 10만 명당 4.6명이고, 여성은 1.3명이었다. 암은 남성이 160.8명이었고 여성이 128.3명이었다. 인근 국가로 맥주벨트에 속한 독일과 비교해 보자. 독일은 간질환이 남성이 18.9명, 여성이 7.8명이다. 스웨덴 보다 술 관련 질환자가 훨씬 많다. 교통사고는 남성이 6.0명, 여성은 2.4명이다. 암도 남성이 198.9명이고 여성 131명이다.

2010년의 공식통계는 15세 이상의 스웨덴 남성이 순알코올 기준 15.1리터를 마셨고, 여성은 4.0리터로 평균 9.5리터를 마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 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이다. 2016년의 자료로는 평균 9.2리터로 조금 줄어들었다.

유럽지역 전체의 평균이 2016년 기준 9.8리터 이므로 지역의 다른 국가들 보다 조금 적게 마시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여러 가지 자료를 이리저리 살펴본 결과 그다지 과도한 음주국가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웨덴인들이 술을 많이 마신다고 알려졌을까? 대부분의 스웨덴인들이 자신들마저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술 소비패턴에 있다.

주말 스웨덴의 술가게에 가보면 술사는 인파가 줄지어 서있다. 주말파티를 할 때에도 폭음자들이 많다. 휴일 축제 때도 마찬가지이고 휴가 때도 그렇다. 스웨덴인들의 술 소비 패턴은 다른 보드카벨트의 국가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늘 과음이나 폭음을 한 다기 보다 한번 마실 때 무진장 마셔버리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

길거리의 풍경만 본다면 스웨덴인들이 이웃 덴마크 사람들보다 외관상 더 취하는 듯이 보인다. 그렇지만 사실은 남부유럽인들과 음주유형이 비슷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자주 마시지만 적은 량을 마시는 음주소비유형 말이다. 그리고 주말에 과도하게 집중적으로 마시는 것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자주 술을 집 밖에서 마신다. 술 마시는 광경이 눈에 뛰기 때문에 많이 마시는 것으로 인식되게 된다는 것이다.

스웨덴인들의 이 같은 음주패턴은 과거의 음주문화나 오랫동안 잘 발달된 ‘규제시스템’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규제시스템을 받아들인다. 그 규제시스템들이 스웨덴에서 시작된 것이다. 스웨덴은 그 규제시스템을 아주 빨리 도입했다. 그 중 운전 중 음주에 대한 규제가 가장 잘 알려진 사례다. 노르웨이는 1936년, 스웨덴은 1941년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규제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자동차가 오늘날처럼 일반화되기도 전이었는데 말이다. 음주운전 규제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이 아주 빨랐다. 그 이후에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술 소비와 관련된 규제는 다른 모든 국가들의 모범이 되었다.

1855년에 알코올 규제 중 하나로 ‘가정에서의 술 증류’가 금지되었다. 그 이전에는 가정에서 음용하기 위한 증류나 발효가 허용되었었다. 1830년경에 도수 높은 증류주의 1인당 음용량이 46리터까지 치솟자 정부는 가계가 필요한 양 이상을 증류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가정에서의 증류를 금지했다. 그 이후 왕은 귀족에게만 증류제조업을 허가했다. 소위 주류 제조 면허제도가 성립된 것이었다. 그 규제를 시작으로 생산과 유통단계에 주세를 과세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술 문제가 사회문제로 취급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1905년 이후에 증류주의 판매가 통제되었고, 독점으로 관리 되었다. 우리나라는 1200여개의 도매상들이 있지만 스웨덴은 알코올 농도 3.5%이상의 술은 독점 유통된다. 우리 기획재정부도 도매업 협단체들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술은 바로 이렇게 통제하는 거야!”라며 기염을 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웨덴은 정부가 소유한 시스템보라제트(Systembolaget)라는 회사가 주류유통을 통째로 관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결과로 그 회사의 이익 뿐 아니라 주류피해에 대한 연구도 모두를 국가가 관리하게 된 것이다. 주세도 물론이다. 그 금액은 상당히 크다. 하지만 사실 국가가 알코올 문제와 관련하여 지출하는 치료, 휴가보상, 조기 퇴직자 관련 비용, 술 관련사고 등 비용과 비교해 보면 국가가 걷는 돈은 사실상 적은 금액이다. 시스템보라제트가 연구한 2019년도 자료를 보면 스웨덴의 연간 사회경제적 피해액은 100억유로가 넘는다. 이 금액은 스웨덴 총국민소득의 0.2%에 해당한다. 인구에 비해 엄청난 비용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조세를 집단 간 자원의 이전으로 생각한다. 사회로 부터의 수입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알코올 소비에 대해 주세를 걷는 일이 스웨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스웨덴에서도 알코올 관련 치료나 피해 등에 지출되는 비용이 주세와 주류판매세를 합친 금액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민들은 시스템보라제트의 연구나 결정을 신뢰하고 있어서 알코올 정책이 힘을 발하고 있다.

<다음호 계속>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구소, 대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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