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陽일까 陰일까

삶과술 칼럼

술은 陽일까 陰일까

임재철 칼럼니스트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陰)과 양(陽)은 고대 중국에서 철학상의 기본을 이룩한 관념이다. 양(陽)이라는 글자는 원래 햇볕, 햇볕이 드는 곳, 빛을 받아 드러난 곳을 의미하고, 음(陰)은 그렇지 못한 면, 즉 그늘진 곳 혹은 해가 구름에 가려 어둑하다는 게 사전적 의미다.

말하자면 음양설은 천지간의 자연현상을 취하여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 뜻하는 것은 매우 심오하다 하겠다. 우리 인간도 이 천지간에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므로 삼라만상 중 하나에 불과하며, 따라서 이 법을 적용하여도 하등 틀림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즉, 사람은 이미 음양오행의 영향을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받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 같은 음양이 적용되는 원리가 천지만상에 걸쳐 있는 가운데, 술은 양에 속한다. 술을 먹으면 맥박이 빨라지고 얼굴이 붉어진다. 즉, 양적 작용이 있는 것이다. 술은 또 휘발성이 있다. 휘발성은 분자운동이 매우 활발하다는 것으로 그 물질은 매우 양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양적 음식은 효과가 느리나 술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술에는 맥주, 포도주, 진, 럼, 보드카, 위스키, 코냑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증류주는 열을 가했을 때 위로 증발하는 술을 모은 것으로 보다 양적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양적이라 할 수 있다.

△맥주:맥주는 이 중에서 가장 음적이다. 맥주의 주원료인 보리는 겨울에 싹을 낸다. 음의 성질이 강해서 가장 음적인 계절에 싹을 내는 것이다. 맥주에 쓴맛을 주기 위해서 보리 종류의 홉을 같이 넣어 발효시킨다. 홉은 맛이 쓰고 졸음이 오게 하여 진정제로 쓰인다. 음의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맥주는 술중에 음이나 기포가 들어 있어 소화활동을 촉진시키므로 소화에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맥주를 먹으면 잠깐 동안 흥분이 되나 그 본질이 음이기 때문에 졸음이 온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수면제 대용으로 쓴다.

△포도주:포도주는 맥주보다 양이지만 다른 술에 비해서는 음이라는 평이다. 백포도주는 밝은 색이라 양이고 포도주 중에서도 붉은 포도주는 음이다. 적포도주는 색이 붉은색이라 양일 것 같지만 본래 검은색의 포도로 만든 술이기 때문에 음이다. 생선은 소고기보다 음이므로 음양의 균형을 위해서 양인 백포도주와 함께 먹고, 소고기는 생선보다 양이라 음인 적포주와 같이 먹는다고 볼 수 있다.

포도는 다른 과일보다 신맛이 강하고 떫은맛이 있다. 신맛과 떫은맛은 음에 속하고 수렴한다. 술은 일단 양이기 때문에 매운 맛을 가지고 있어 위액분비를 촉진하고 위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다른 음식과 함께, 특히 고기와 함께 먹으면 음식에 양념을 뿌려 먹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술은 에너지 소모를 촉진시켜 기운이 생기게 된다. 기운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 즐거워진다.

△위스키:위스키는 불에 그슬린 참나무통에 숙성시켜서 색깔이 보드카보다 어둡다. 위스키는 보드카보다 음이라 할 수 있다. 음적인 어두운 지하실에서 오랫동안 저장시킨 위스키일수록 음양이 조화되어 맛이 좋다고 한다. 위스키는 원래 음인 맥주를 증류시킨 것이기 때문에 음적인 성질도 많이 띠고 있어 인체의 음 부위인 생식기로 내려가 성욕을 촉진시킬 수 있다. 그래서 약간의 위스키는 성욕강화제로 사용된다고 한다.

△보드카:보드카는 양중에 양이라 기운이 올라가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는 최고다. 때문에 추운 지방에 살면서 생리기능의 침체되기 쉬운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술일 것이다. 너무 치우친 양이라 거부감이 있을 때에는 에너지를 수렴시키는 음적인 맛인 시고 쓴맛이 나는 레몬이나 라임을 섞으면 맛이 더울 좋아지고, 치우친 양이 일으키는 해가 적어진다.

위스키는 음양이 어느 정도 조화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으나 진과 같은 백주는 빈속에 먹으면 맛이 없고, 폭탄과 같은 분해력이 있기 때문에 고기안주를 먹어주지 않으면 대신에 위장이라도 분해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빈속에 백주를 먹으면 위궤양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니 고기의 소화제로는 백주가 최고인 셈이다.

△증류주:앞서 대표적 증류주인 백주를 언급했지만 증류주는 강렬하고 빠르게 위액분비를 촉진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치즈나 고기 등의 에너지원인 안주와 같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빈속에 증류주를 먹으면 별로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술의 음양뿐만 아니라 음양을 보면서 천지의 모든 것이 음과 양으로 되어있고, 음양의 문화는 중국 역사를 움직이는 두 가지 힘으로서 작동하기도 했지만, 음과 양 둘 중에 어느 하나라도 더 우월하며 그것을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라 음이 있기 때문에 양이 있고, 양이 있기 때문에 음이 있는 관계라는 일반적인 분석이다. 다시 말해서 음과 양은 공존하는 관계인 것이다. 따라서 술도 음양이 맞게 마셔야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팍팍한 이 세상의 현실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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