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부문에서 ‘대대포’로 대상, 약·청주 부문에서는 최우수상 수상

죽향도가는 지난 10월 27일 실시한 ‘2020우리술품평회’서 탁주부문에서 ‘대대포(6%)’로 대상을, 약주·청주부문에서 ‘천년담주(15%)’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장유정 대표가 대상 상장과 상금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담양 竹鄕都家 權載憲 사장, 장유정 대표

상복 터진 죽향도가, ‘2020우리술품평회’서

탁주부문에서 ‘대대포’로 대상, 약·청주 부문에서는 최우수상 수상

 

사람의 얼굴에 화색(和色)이 도는 것은 건강이 넘치거나 기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화색이 도는 사람은 나이 먹어도 동안(童顔) 같다는 인사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담양에 위치하고 있는 죽향도가(竹鄕都家)의 권재헌(權載憲) 사장이 꼭 그렇다.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지 6년 전에 만났을 때 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권재헌 사장이 ‘린테우스(LINTEUS) 2007’에 첨가되는 상황버섯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자가 죽향도가를 다시 찾은 것은 농수산식품부가 주최한 ‘2020우리술품평회’서 탁주부문에서 ‘대대포(6%)’로 대상을, 약주·청주부문에서 ‘천년담주(15%)’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두 개의 상을 받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도 이를 해낸 속내가 궁금했다.

농업회사법인(주)죽향도가의 법인 대표는 권재헌 사장의 부인 장유정 씨다. 이번 시상식에도 장 대표가 수상했고, 권 사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참석도 못했다고 한다.

예년 같았으면 aT센터에서 ‘2020우리술품평회’축제를 크게 벌이고 세상에 우리 술에 대한 홍보도 했으련만 겨우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상패를 전달하는 행사로 끝내 아쉬움이 남는 한해가 되었다.

유기농 쌀로 빚은 ‘대대포’ 탁주부문에서 대상 수상

천년담주 상장을 들고 기뻐하는 장유정 대표.

서울에서 전남 담양까지는 장장 300여 ㎞로 가깝지 않은 거리다. 죽향도가에 도착 할 때 때 맞춤 권재헌 사장이 술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수상 축하합니다. 혈색이 좋아 보입니다. 대상을 받았기 때문인가요?

“수상해서 기쁜 것도 있고, 좋은 술 대대포를 장복(?)하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을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막걸리를 오래 마신다고 얼굴색이 좋아지나요?

“여기 산 증인이 있지 않습니까” 하며 웃는다. 이 말 속에는 대대포 막걸리가 그 만큼 좋다는 의미가 담겨진 말 일성 싶다.

탁주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대대포’

권 사장이 풀어내는 대대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자.

“술은 재료에서 좌우 됩니다. 좋은 술이란 우리 쌀로 빚기만 해서는 좋은 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원료부터 엄선되고 정제되어야 하며 정성을 담아 빚어야 맛과 향이 있는 술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대대포는 담양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쌀로만 빚는다. 유기농 쌀은 일반미에 비해 20㎏당 평균 2만 원 정도 비싸다. 보통 막걸리에 단 맛을 내기 위해 아스파담 같은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만 대대포는 토종 벌꿀로 단맛을 살려낸다.

여기에 노근(갈대뿌리), 댓잎, 생 대나무 분말을 적당량 첨가하여 막걸리를 빚는다. 보통 막걸리는 단양주(單釀酒)나 이양주로 술을 빚지만 대대포는 삼양주 기법으로 빚어 보통막걸리에 비해 제조 과정이 두 배 이상 걸린다. 삼양주 기법이란 밑술에 두 번 덧술을 가하는 것으로 고급술을 빚는 기법 중 하나다.

막걸리에 갈대뿌리인 노근(盧根)을 첨가하는 것은 대대포가 유일하다. 권 사장이 노근을 생각 한 것은 순천만 유기농 쌀을 구입하러 자주 찾는 이곳에 갈대가 지천인 것에 착한하여 갈대뿌리도 첨가했다고 한다. 갈대뿌리는 동의보감에도 수록되어 있는 약재다. 몸속에 열을 없애고, 중금속 해독작용, 이뇨작용, 숙취해소 등에 효과적이며 맛은 단 것이 특징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술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빚다 보면, 술맛이 깊고 부드러우며 향이 어우러져 마시기 좋은 술이 된다. 따라서 술 빚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고급 주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대포는 쌀의 아밀로스(amylose)를 최적화 하여 깔끔하며 감칠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사장은 말했다.

“이번에 우리 술 품평회에 출품하고 나서 서류 등으로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나자 본격적인 심사를 위해 5명의 심사위원들이 양조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렇게 까다롭게 심사를 하는 심사위원들은 처음 보았습니다. 공장 구석구석을 샅샅이 조사하더라고요, 심지어 하수구까지 조사했습니다”

이런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서 결국엔 대대포가 국내 최고의 막걸리로 인정받아 대상을 받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대대포는 국내 유일한 4각형 주병이다. 언뜻 보기엔 조니워커 블루처럼 생겼다. 주당들에겐 색다른 느낌을 주는 막걸리 병이지만 주병을 생산 하는 공장에서 생산이 까다로워 원형 주병으로 하라는 압력(?)이 심해 앞으로는 원형 주병으로 하면서 600㎖짜리로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6%의 막걸리를 출하하고 있는데 고객 니즈에 맞춰 3%, 13%, 15%의 막걸리도 출하할 계획이라고 권 사장은 밝혔다.

약주·청주부문에서 최우수상 받은 ‘천년담주’

명주 색을 띤 술빛이 고운 ‘천년담주’는 최우수상 받아

탁주부문에서 대상을 받은데 이어 약주·청주 부문에서도 ‘천년담주(15%)’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천년담주는 대대포를 4번 걸러서 제조한 약주다.

천년담주를 하얀 도자기 잔에 따르면 옅은 명주 색을 띤 술빛이 곱다. 술빛은 물론이고 술향이 코를 자극한다. 이도령이 춘향을 처음 만났을 때가 이런 기분 이었을까. 설레는 가슴으로 술잔을 들어 올려 천년담주를 마신다. 깨끗하다. 보통 약주나 청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술맛이다.

천년담주는 사케와는 전여 다른 드라이 하면서도 단맛이 올라오는 술이다. 네 번에 걸쳐 여과를 했다는 천년담주는 300㎖, 500㎖ 유리병에 담아 출하한다. 이는 홈술을 즐기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천년담주에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건강주로도 적합하다”고 하면서 “우리가 흔히 약주(藥酒)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술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과음만 하지 않는다면 술만큼 좋은 음식도 없다. 그래서 술을 가리켜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 하지 않던가.

권 사장 얼굴에 화색이 도는 비밀을 대대포와 천년담주에서 찾은 듯하다.

죽향도가 전경.
죽향도가에 대상 수상을 알리는 현수막.

‘대대포’는 호남지방뿐만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세 탄다

죽향도가의 탁주가 ‘대대포’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수년 전만해도 담양지방에는 순수한 유기농 쌀을 구입할 수 없어 순천만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쌀을 구입해서 막걸리를 빚었다. 갈대숲의 장관을 볼 수 있는 이곳 포구 이름이 바로 대대포(大垈浦:마을이 크다는 뜻)여서 술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이제 ‘대대포’는 호남지방뿐만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번 우리술품평회뿐만아니라 2010년 농식품부가 주최한 ‘남아공 월드컵 16강 대표 막걸리 선발대회’에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2011년 남도(광주·전남·제주)전통주 선발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도 ‘대대포 막걸리’가 남도 전통주 품평회에서 최고 전통주로 선정,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었다.

특히 올해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게 된 동기에 대해 권 사장은 “좋은 술을 빚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탓”이라고 했다. 술 빚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같은 노력은 기울인다.

좀 더 심도 깊은 비법을 알고 싶다는 질문에 권 사장은 “온도의 변화”라고 했다.

“수십 년 술을 빚으며 느끼는 것은 같은 쌀, 같은 누룩으로 술을 빚는데도 그 때마다 술맛이 상이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 일까를 수없이 자문하면서 깨달은 것이 술이 발효되는 과정마다 적정 온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온도를 찾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대대포를 처음 접해 본 사람들이 한결 같이 맛이 깨끗하다고 말하는 것이 빈말은 아닌 듯싶다. 마시고 난 다음날 숙취가 없다는 것도 대대포의 특징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권 사장이 온도의 변화를 연구하는 일은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했다.

41%인 증류식 소주인 죽향‘

대숲 맑은 41% ‘竹香’… “담양의 향기에 취하다”

요즘 주류업계 트렌드가 증류주 소주인 점을 감안하여 죽향도가에서도 본격적으로 증류주 소주인 ‘竹香’을 출시하고 있다.

대대포 탁주를 증류하여 알코올 도수 25%, 35%, 41% 짜리 소주를 375㎖ 유리병에 담아 출시하고 있는데 대대포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권 사장은 말했다.

증류식 소주의 맛 역시 어떤 술로 증류하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되는데 대대포가 워낙 좋은 술이다 보니 소주에서도 대숲 맑은 담양향이 난다.

권 사장의 술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나름대로 국내 전통주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주류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아직 본격적인 출시는 하지 않고 있지만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알코올 도수 46%인 ‘린테우스(LINTEUS) 2007’(700㎖)다.

상황버섯과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있는 ‘린테우스(LINTEUS) 2007’.

우선 이 술은 주병이 독특하다. 카뮤 XO를 많이 닮았다.

술빛이 오래된 코냑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엔 독특한 재료가 들어가서 그렇단다. 바로 상황버섯가루와 녹용이 들어가 독특한 빛깔을 내고 있다.

상황버섯은 1g당 베타카로틴이 522.73㎎이나 들어 있어 항암효과가 뛰어난 버섯이다. 여기에 국내산 녹용까지 들어간 ‘린테우스 2007’은 술이 아니고 보약이라는 느낌이 강한 술이다.

권 사장은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좀 더 개발하여 세계 주류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의 국주라고 하는 마이타이주도 따지고 보면 백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증류주도 그에 못지않은 술들이 많은데 아직까지 세계 주류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높은 벽을 뚫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바로 그런 단계까지 치고 나가기엔 한계가 있겠지만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권 사장의 생각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즐겨 마셨던 대대포, OEM방식으로 ‘봉하마을’ 빚어 납품

죽향도가(竹鄕都家). 담양은 대나무 고장이다. 대나무 고장의 양조장의 역사는 1932부터 출발한다. 권 사장의 증조부가 구례에서 이때부터 양조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담양에 터 잡고 양조장을 시작하면서 상호를 ‘죽향도가(竹鄕都家)’라고 한 것이 어연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차별화된 막걸리를 빚겠다고 별별 재료로 술을 빚으며 실패도 많이 해봐 많은 빚도 져봤다고 술회했다.

이런 시련이 지금의 탄탄한 죽향도가를 탄생시켜 전국 최고의 막걸리를 빚게 된 원동력이 된 것은 아닌가.

지금의 대대포는 2009년 11월 첫 출시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술맛도 맛이려니와 독특한 술병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민들이 착한 가격으로 좋은 술을 어디에서나 막걸리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장유정 대표와 권재헌 사장의 생각이다. 착한 가격의 도매임에도 불구하고 소매점에서 조금은 비싸게 팔리고 있는게 아쉽기도 하다고 했다.

유기농쌀로 빚은 대대포는 현재 전국팔도에 매니아층이 제법 생겼다.

그러다 보니 대대포는 경남 봉하까지 소문이 퍼져 나갔고 낙향해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워낙 막걸리를 좋아해서 근처 양조장이 생산하는 막걸리를 마셔봤으나 입에 맞지 않던 차 대대포를 알게 되어 구해다가 마셔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노무현 대통령 타계 이후에도 봉하 지역에서 대대포 막걸리 구매를 요청해와 OEM방식으로 ‘봉하마을’ 막걸리를 빚어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죽향도가를 찾은 날도 권 사장은 봉하로 막걸리 출하를 준비하고 있었다.

원료는 봉하마을에서 생산되는 쌀과 호남의 물로 제조하고 막걸리는 죽향도가에서 빚기로 한 것이다. 원료와 기술의 만남이고 영호남의 만남이고 화합의 의미를 가진다고 권 사장은 봉하막걸리를 영·호남 화합주라고 말한다.

권재헌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장유정 대표도 말을 거둔다. “이번 ‘2020우리술품평회’시상식 자리에서 ‘대대포’와 ‘천년담주’가 상을 받은 것은 오로지 권 사장의 부지럼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저는 게으른 사람, 거짓말 하는 사람들을 제일 싫어합니다.”라고 할 정도로 부지런 하다. 새벽 4시면 직접 거래처로 술 배달을 나간다 한다.

유기능쌀로 원료를 삼고 부지런함을 근기로 삼으니 양조장이 번성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글· 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