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예주(倭醴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84번 째 이야기

왜예주(倭醴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예주(醴酒)’는 ‘단맛이 강한 술’이란 뜻이고 ‘잔치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러한 ‘예주(醴酒)’는 종묘제례 등 국가의 중요한 의식에도 사용된 것을 볼 수 있고, 민간에서는 혼인잔치 등의 중요한 행사에 사용해 왔다.

그 예로 <太常志>에 “술의 빛깔과 맛은 본 시(奉上寺)에서 바치는 것과 같이 예주(醴酒)로 제향(祭享)한다. 술 빚는 법은 찹쌀 1말에 엿기름가루 4되, 누룩 1되 5홉으로 빚는데, 술 1병 반이 나온다.”고 한 기록을 엿볼 수 있어, 당시에 이미 국가의 중요한 행사와 의식에 확실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예주(醴酒)’의 등장은 그 역사가 매우 깊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정확한 기록에 의한 근거를 들 수는 없으나, 술의 성격이 짧은 기간에 빨리 빚은 까닭에 단맛이 강하고, 알코올도수가 낮아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는 술은 아니라는 데서, 그 배경을 엿볼 수 있다.

즉, ‘예주(醴酒)’와 같이 단맛이 강하고, 알코올도수가 낮은 술은 고대의 술이 갖는 공통점으로, 자연발효제인 산국 형태의 누룩(麴)이나 얼(蘖)을 사용하여 빚은 술이라는 것이다.

‘왜예주(倭醴酒)’는 <林園十六志>에서만 목격된다. <林園十六志>에 ‘왜예주’와 ‘왜예주 별방(別方)’ 등 두 가지 주방문을 찾아볼 수 있는데, “쌀 1말로 고두밥을 쪄서 식혀 누룩 1말, 물 1말 2되를 섞어서 하룻밤 지나 익으면 거르지 않고 마신다.”고 하고, “<화한삼재도회>를 인용하였다.”고 하였다.

따라서 ‘왜예주’는 ‘왜백주’, ‘왜미림주’ 등과 함께 일본의 문헌인 <화한삼재도회>에 수록된 주방문을 옮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예주’는 1450년대의 <山家要錄>과 1560년대의 <需雲雜方>, <林園十六志>, <酒饌> 등의 한문으로 쓰인 문헌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데, ‘왜예주’와는 술 빚는 방법이 상이하고, 차별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왜예주 별방(別方)’은 그 방법이 우리나라 문헌인 <山家要錄>의 ‘9말빚이 예주’와 <需雲雜方>의 ‘조초법(造醋法)’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왜예주 별방’에 “혹은 먼저 누룩을 벗기고 누룩옷을 물에 담갔다가 다음날 체에 걸러서 밥알을 낱낱이 해서 밥에 버무려 항아리에 담아서 익힌다.”고 한 것이 <需雲雜方>의 ‘조초법’에 나와 있는 ‘여뀌와 닥나무잎, 삼잎을 덮어서 띄운 밀’로 식초 만드는데 사용하는 누룩의 일종인 ‘고리’가 ‘누룩옷’이라고 생각되며, 이것이 <林園十六志>에 수록된 ‘황증(黃蒸)’이 아닌가 생각된다.

<林園十六志>의 ‘황증방(黃蒸方)’에 “일명 맥황(麥黃)이다. 7월 중에 밀을 가루로 빻아 물로 반죽하여 푹 쪄서 식힌다. 헝겊을 덮어서 맥완법과 같이하면 곰팡이가 핀다. 곰팡이를 날리지 말아야 하나, 날리면 손해인 것을 명심하라.”고 하였고, <需雲雜方>에서는 식초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누룩을 ‘고리’라고 하였으므로, 이 ‘고리’를 우린 물의 사용은, 누룩곰팡이의 효소를 이용해 쌀의 당화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로써 누룩곰팡이를 사용한 효소 중심의 발효법이 ‘왜예주’라는 결론에 이른다. 주방문에서 볼 수 있듯 “쌀 1말로 고두밥을 쪄서 식혀 누룩 1말, 물 1말 2되를 섞어서 하룻밤 지나 익으면 거르지 않고 마신다.”고 하였으므로, 고두밥으로 빚는 술을 하룻밤 만에 다 익힐 수는 없으므로, 미숙주(未熟酒) 상태의 잔당이 많은 감주류 형태의 술을 마신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임원십육지>의 ‘왜예주’는 발효 중심이 아닌, 당화중심의 발효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황증(黃蒸)’에 대한 연구도 병행되어야 할 일이다. 또한 술빚는 방법으로서, 하룻밤 만에 최대한의 당화와 발효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고두밥을 차게 식혀서는 안 되며,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혼화(混和)를 해야 하고, 술밑은 두텁게 싸매서 따뜻한 온돌방에 두고 익혀야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倭醴酒方 <林園十六志>

◇주 원료:멥쌀 1말, 누룩 1말, 물 1말 2되

◇술 빚는 법: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살짝 씻어 말갛게 헹군 후, 건져서 물기를 뺀 다음,)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②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온기가 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고두밥에 누룩 1말과 물 1말 2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단단히 밀봉하여) 하룻밤 발효시킨다.⑤다음 날 술이 익기를 기다렸다가 거르지 않고 (체에 걸러서) 마신다.

◈ 倭醴酒 別方 <林園十六志>

◇주 원료:멥쌀 1말, 누룩 1말, 물 1말 2되, 주박

◇술 빚는 법: ①먼저 잘 띄운 누룩의 ‘옷(겉에 핀 곰팡이)’을 벗겨낸다. ②물 1말 2되에 벗겨 낸 누룩옷을 취하여 담가 불려 놓는다. ③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살짝 씻어 말갛게 헹군 후, 건져서 물기를 뺀 다음,)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④ 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서 (온기가 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⑤누룩옷을 불린 물을 고운체에 걸러서 찌꺼기를 제거한 누룩물을 만들어 놓는다. ⑥고두밥을 낱낱이 떨어지게 하여 누룩물과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⑦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단단히 밀봉한 뒤) 발효시킨다. ⑧다음 날 술이 익기를 기다렸다가 마신다.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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