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 못하는 정권

데스크칼럼

읍참마속 못하는 정권

김원하 발행인

‘法’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법자를 보면 물(水)이 흐른다(去)는 뜻이 담겨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이것이 법이 갖고 있는 순리다. 그런데 때론 물이 거꾸로 올라가는 역류가 옳다고 법을 만들기도 한다. 힘 있는 다수가 자기 입맛에 맞는 법을 만들다 보니 여기저기서 굉음이 울린다.

법은 문자로 표현되고 문서의 형식을 갖춘 성문법(成文法)과 불문법(不文法)으로 대립되는 개념이다. 불문법은 성문법의 중요한 법원(法源)이 되기도 한다. 이 불문법에는 관습법(慣習法)·판례법(判例法)·조리(條理)가 포함된다. 근대국가가 대규모의 성문법을 편찬하기 이전에는 불문법이 오랫동안 법적 생활을 지배하여 왔다.

힘 있는 사람들이 법을 제정하다보니 법은 약자를 위하기 보다는 힘 있는 자들이 편리한 도구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 많다. 따라서 법이 새로 제정되면 대부분 강압적인 면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핫한 이슈의 대부분은 ‘法’과 연관이 깊다. 문 대통령 자신이 변호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선거관련법, 부동산관련법 등을 제정 또는 개정하면서 여당이 거의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통과시켰다. 법을 제정함에 있어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하다 보니 공수처법은 시행도 하기 전 개정해야하는 촌극을 벌리기도 했다.

최근 신현수 민정수석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 사퇴 한 것은 역시 법의 문제다. 신현수 민정수석은 박범계 법무장관의 일방적 인사에 불만을 품고 사의를 표명했고, 윤석열 총장도 여당이 일방적으로 수사청 신설을 밀어붙이는 것에 반발해 사퇴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시작으로 스텝이 꼬여가고 있는 것은 법이 법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랄 수 있다.

이를테면 내편에는 한 없이 관대하고 포용적이나 상대편에 대해서는 이와는 반대의 잣대를 들이미는데서 반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상당수 미디어가 비판을 쏟아내자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제도를 통해 비판 언론을 잠재우겠다는 겁박을 들고 나온다.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을 대명천지 하에서 벌리고 있다.

선무당이 칼춤 추듯하는 정치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선무당의 칼춤은 괜한 사람을 파멸로 몰기도 하고 죽게도 한다. 이재수 前 기무사령관의 투신자살이나 김학의 前 법무부 차관의 재수사가 그렇다.

이런 저런 미명하에 벌어지고 있는 적폐수사는 또 다른 적폐를 생기게 할뿐이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칼자루를 손에 쥐었을 때는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칼자루도 썩게 마련이다. 그 때는 칼자루 대신 칼날을 쥐게 된다.

중국의 사상가이며 도가 철학의 시조인 노자(老子)가 눈이 많이 내린 이른 아침에 숲을 거닐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굵은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땅에 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구부러짐이 없이 쌓인 눈을 지탱했지만 점차 무거워지는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부러진 것이다.

반면 이보다 가늘고 작은 가지들은 눈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레 휘어져 눈을 아래로 떨어뜨렸고 다시 원래대로 올라와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를 본 노자는 깊이 깨달았다.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즉, “저 나뭇가지처럼 형태를 구부러뜨림으로써 변화하는 것이 버티고 저항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이치로구나!”

요즘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은 오만방자(敖慢放恣) 하기가 이를 데 없다. 야당은 물론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어느 시대건 나라와 임금을 위한다고 큰소리치는 간신배들이 있다. 임금이 이런 신하의 달콤함에 속아서 정치를 하다보면 언젠가 임금은 그런 간신배들 때문에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물론 간신과 충신을 식별해 내는 식견이 뛰어난 임금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작금의 사태들은 초기에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마음으로 문제 되는 인물들을 쳐 내지 못한 문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제갈량이 눈물을 머금으며 마속의 목을 벨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엄격한 군율이 살아 있음을 전군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대통령의 임기 끝이 보이기 시작하자 이른바 레임덕 현상이 나타난다고 언론들은 경고하고 나서고 있다. 이제라도 문 대통령은 어느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하여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교통정보신문 · 삶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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