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11)

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11)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十 三 首

江畔獨步尋花 (之二)

강가에 꽃 찾아 홀로 걸으며

黃師塔前江水東, 春光懶困倚微風。

桃花一簇開無主, 可愛深紅愛淺紅。

황사탑 앞에 강물은 동쪽으로 흐르고, 봄빛에 노곤하여 따스한 봄바람에 기댄다.

복숭아꽃 한 무더기 피었는데 주인이 없네, 진한 홍색을 좋아해야 하나 아니면 옅은 홍색을 좋아해야 하나

◇어휘

黃師塔(황사탑) 승려를 매장한 탑.

懒困(라곤) 게으를 라(나). 곤할 곤. 기운 없이 나른하다.

倚(의) 의지할 의. 기대다.

簇(족) 모일 족. 떼 지어 모이다. 무더기.

淺(천) 얕을 천. 얕다. 옅다.

◇해설

전란의 아픔을 읊은 춘망(春望)이나 노년의 쓸쓸함과 인생무상을 읊은 등악양루(登岳陽樓) 등 두보의 시는 대체로 현실의 어두운 분위기를 반영하였는데, 이 시는 그와 달리 밝은 분위기가 느껴지고, 화사한 봄의 풍광을 서정적이고 미려하게 표현하였다.

◇명구

春光懶困倚微風。

十 四 首

春夜喜雨

봄밤에 내리는 기쁜 비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野徑雲俱黑, 江船火獨明。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좋은 비는 시절 알아차려,

봄이 되니 이내 내리네. 바람 따라 밤에 몰래 들어와, 만물을 적시네 가늘어 소리도 없이

들길은 구름으로 온통 어두운데, 강가 배에는 불빛만이 홀로 밝구나.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엔 꽃들이 겹겹이 피었겠네.

◇배경

두보가 50세 무렵 지금의 쓰촨 성 성도 두보초당에 머무를 때 겨우내 가뭄이 들어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목격하였다. 이러한 때 온 세상을 적셔주어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비가 밤새 내리는 것을 보고 기쁨에 못 이겨 이 시를 지었다.

◇어휘

當春(당춘) 봄이 되다

乃(내) 이내

野徑(야경) 들길

曉(효) 새벽

錦官城(금관성) 쓰촨 성 성도의 옛 이름

◇해설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봄의 희망을 생동하는 시어에 담아, 비 내리는 봄날 밤의 정경을 섬세하게 묘사한 명시이다. 여기에서 두보는 어두운 밤사이에 내리는 봄비가 바람결에 남몰래 소리도 없이 찾아들어 가뭄에 메마른 자연을 촉촉이 적셔주는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전반부는 봄비가 때마침 내려 가뭄이 해갈되어 너무 좋다는 안도의 마음이 드러나 있고, 그 내리는 봄비가 가늘어서 소리 없이 온 세상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음을 보고, 이를 만물에 아무런 차등 없이 골고루 내리는 봄비의 은택恩澤으로 표현하였다.

후반부는 현재 온 세상이 칠흑같이 어두운데 강 위의 불빛만이 깜빡거리고 있음을 말함으로써 지금이 아직 한밤중임을 암시하였고, 마지막으로 밤새 내린 비로 인해 금관성은 온통 붉게 젖은 꽃잎으로 뒤덮여 있으리라 예견한다. 이 부분이 봄비 내리는 밤에 느끼는 두보의 환희와 기대가 절로 넘쳐나는 대목이다.

세상 적시는 빗방울이 아름다운 저녁이다. 천사백 년이 지난 지금도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망과 환희의 기쁜 비를 흠뻑 맞을 수 있는 날이 언제 올 수 있을까? 갈증 나는 목을 축여주고 갈라진 마음을 적셔줄 좋은 봄비를 말이다. 두보의 ‘호우지시절’(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이 더욱 생각나는 것은 비단 나뿐인가?

좋은 비는 타이밍이다. 봄비의 미덕은 골든타임(時節)에 내려야 좋은 비(好雨)가 될 수 있음을 아는 데(知) 있다. 이게 바로 위정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명구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十 五 首

客至

손님을 맞이하여

舍南舍北皆春水, 但見群鷗日日來。

花徑不曾緣客掃, 蓬門今始爲君開。

盤飧市遠無兼味, 樽酒家貧只舊醅。

肯與鄰翁相對飮, 隔籬呼取盡餘杯。

집 남쪽 북쪽 모두 봄 물이 흐르는데, 단지 보이는 건 갈매기 떼만이 날마다 찾네. 꽃길은 일찍이 객을 위해 쓴 적도 없는데, 사립문은 오늘에야 비로소 그대 위해 열렸다오.

반찬은 시장이 멀어 허접한 것뿐이고, 잔에는 가난한 탓에 오래 묶은 술만 있다네. 이웃집 노인네랑 함께 먹기 괜찮다면, 울 너머 불러와 남은 잔 모두 비우세.

◇배경

두보가 온갖 난리를 겪고 성도 두보초당으로 이사한 뒤인 761년 51세 때 속세를 떠나 물과 꽃에 둘러싸여 한가롭게 삶을 살면서, 그의 초당을 찾아온 당시의 현령(縣令) 최 씨를 맞이하여 지은 시이다(여기에서도 시골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어휘

客至(객지) 손님이 이르다. 손님을 맞이하다. 지방 원님 최명부가 방문한 것을 기뻐하여 지었음.

緣(연) ~로 인하여. ~때문에.

蓬門(봉문) 쑥 봉. 가난한 사람의 허름한 사립문.

盤飧(반손) 소반 반. 저녁밥 손. 소반에 차린 음식.

無兼味(무겸미) 여러 종류의 맛을 갖추지 못한 것. 맛난 게 없는 것. 허접한 것.

◇해설

고뇌와 번민 속에 살았던 두보의 소탈하고 소박함이 묻어나는 서민적인 시다. 좀체 찾아오는 손님 없는 두보의 집에 반가운 손님이 왔나 보다. 미처 거르지 못한 오래된 탁주를 급히 내어놓는 어설픈 장면도 연출한다. 시장이 멀어 준비 못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실 가난했기 때문에 준비 못한 게 아닐까? 찢어지게 가난했던 두보의 어설픈 변명이 오히려 소박하고 진솔하게 다가오는 일면이다.

그리고 지방 원님에게 이웃 늙은이를 불러 백성들의 실정도 알아볼 겸 해서 함께 술을 나누자고 권유하기도 하는 대목에서는 백성들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한편 동시대를 살았던 호방한 이백은 지인과의 술자리를 이렇게 화통하게 표현했다.

“오색찬란한 말 오화마(五花馬)와 천금의 여우 털 천금구(千金裘) 꺼내다가, 아이 불러 맛 좋은 술과 바꾸어 오게 하시게나.”(이백의 장진주(將進酒)에서)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밥북사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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