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이 자칫 ‘확찐자’ 될 수 있다

김원하의 취중진담

혼술이 자칫 ‘확찐자’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술들은 유난히 안주를 당기게 하는 술들이 많다. 때문에 좋은 안주거리가 생기면 술 생각이 나고, 술이 생기면 안주가 생각난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모르는 것처럼 술과 안주는 어느 것이 먼저랄 것이 없을 만큼 불가분의 관계다.

특히 홍어 안주에는 막걸리, 치킨에는 맥주, 삼겹살에는 소주, 회 안주로는 청주가 좋다는 것처럼 특정안주와 술이 매칭 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주당들은 안주를 먹기 위해 술을 마시고, 어떤 이들은 술을 마시기 위해 안주를 먹는다.

일과가 끝나고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대포 한잔 기울이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이 샐러리맨들의 소소한 낙이건만 코로나펜데믹으로 이 또한 자유롭지 못하니 답답함만 더 할 뿐이다. 과거처럼 마음 놓고 왁자지껄 떠들고 웃을 수도 없는 세상이 언제나 끝날지 한숨만 나온다.

세상만사 모든 것은 변화가 있기 마련인데 음주문화도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홈술과 혼술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기 시작하다가 코로나19로 모임이 자유롭지 못하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가족끼리 마시는 홈술이야 어느 정도 마시면 제지해줄 사람도 있지만 혼술은 그야말로 혼자서 술을 마시니 누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람이 없어 나날이 주량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혼자서 술을 마시고 혼자서 취하니 제삼자에게 피해는 주지 않더라도 자주 혼술을 하다보면 건강에 적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어떤 이들은 혼술이 원인이 되어 알코올중독자가 되기도 한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외출을 자제하고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 급격히 살이 찐 사람들이 많아 졌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미국의 페닝턴 생체의학연구소는 전 세계 각국 775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시한 외출 제한 명령(stay-at-home order)’ 전후의 식 습관, 신체 활동, 정신 건강의 변화를 조사했다.

연구에서 응답자들의 평균 불안 지수는 예전에 비해 거의 두 배로 커졌다. 이 중 20%는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많은 응답자는 이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식탐은 늘었다고 답했다. 당분이 높은 음식의 섭취량도 많아졌다. 일부는 직접 음식을 요리하거나, 건강한 음식을 먹는 등 식 습관을 바꿔 몸무게가 줄었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의 27%는 체중이 늘었다.

연구자들은 불안감과 에너지 섭취, 식탐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고, 비만인 사람들에게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폭식이나 폭음으로 대처한다는 행동양식이 코로나19 이후 ‘확찐자’가 많아진 원인과도 관련된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특히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홈술이나 혼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자들은 대답하고 있다.

주변에는 ‘나도 코로나 확찐자’란 유행어도 돌고 있다. 이 말을 처음 듣는 사람은 ‘확찐자’를 ‘확진자’로 잘못 알아듣고 곁에 오지 말라고 경계를 하다가 농담인줄 알고 “예이 나도 확찐자가 되었네”한다. ‘확찐자’는 코로나펜데믹 시대에 생겨난 신조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살이 찐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부 활동과 운동량이 줄고, 집에서 먹기만 하니 살만 찔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혼술을 자주 하다보면 늘어나는 것은 체중뿐이다.

금주를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술을 마시돼 어떤 안주로 술을 마셔여 할까.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좋은 술안주 기준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날 배추 등 수분 함량이 많아야 하며, 칼로리가 적은 것을 추천한다.

가을 김장철에 노란 배추 속을 안주로 술을 마시면 소화도 잘되고 숙취도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경험을 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는 수분 함량이 높아 이뇨작용을 촉진해 알코올의 체외 배출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포’를 파는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60-70년대는 가게 앞에 ‘대포’란 팻말을 걸어놓고 ‘대포’를 팔았다. 대포는 맥주잔에 막소주를 담은 것인데 30도는 되는 소주를 한 번에 털어 넣고, 왕소금 몇 알 씹는 것으로 안주를 대신했다.

소금이 안주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능하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술안주로 소금을 파는 집들이 많지 않던가. 소금이 없을 때는 물도 훌륭한 안주가 된다. 기름진 안주로 확찐자가 되는 것보다는 났지 않은가.

<삶과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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