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누구이고, 지금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유월의 숲이 호수 바닥에 푸르게 누운 오리 떼들의 평화와 안식

『빈 술병』

우린 누구이고, 지금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육정균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시인/부동산학박사)

 

유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평범한 시민은 남에게 몹쓸 짓을 하지 않고 도덕적으로 산다면 나름대로 훌륭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보듯 군주는 권력을 보존하고 국가 안위와 질서를 지켜야 하는 책무가 있다.

따라서 군주는 환자 앞에서는 의사, 관객 앞에서는 광대의 역할을 해야 한다. 후덕하고 인자한데 백성을 굶기면 최악의 군주로 백성들의 돌에 맞아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결과로서 말할 뿐이다.

그렇다면 모든 국민에게 가장 좋은 국가체제는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 정치 및 사회복지 이데올로기와 사상적 체제(조류) 중 최대범위로 분화된 조지와 윌딩(Vic George & Paul Wilding)의 모형에서 생각의 범위를 넓혀보고자 한다.

영월의 한반도 지형을 끼고 도는 동강의 평온한 유람선 모습

조지와 윌딩은 1976년 ‘자본주의’를 지향(옹호)하는 반집합주의, 소극적 집합주의와 ‘사회주의’를 지향(옹호)하는 페이비언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 등 4분법을 제시하였고, 1994년 이를 6분위로 나누어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① 신우파, ② 중도노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③ 사회민주주의, ④ 마르크스주의에 ⑤ 페미니즘과 ⑥ 녹색주의를 더하여 6분법을 제시하였다.

반집합주의(anti-collectivism)를 수정한 신우파는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는 대신 시장이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체제를 옹호하면서 복지국가를 반대하였다. 19세기 영국을 지배했던 이데올로기로 1970년대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로서 자유시장이 경제를 조직하는 가장 효율적인 경제체제이며, 정부개입이 오히려 해가 되므로 복지국가를 부정한다. 그래서 정부는 공동자원관리자로서 가부장적 역할에만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극적 자유, 효율과 불평등(기회의 평등) 옹호, 선별주의, 개인주의가 특징이다.

소극적 집합주의(reluctant collectivism)를 수정한 중도노선은 바람직하고 실행 가능한 목적 성취를 위해 실용적 사회정책이어야 한다며 복지국가를 제한적으로 지지하였다. 케인즈(J. M. Keynes)의 국가개입주의 경제이론을 토대로 베버리지와 케인즈가 대표적인 학자이다.

자본주의는 심각한 결함이 있지만, 교정 가능하며 스스로 자기조절능력이 있다는 측면에서 실용적 자본주의로 불평등을 옹호한다. 정부의 역할도 사회변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제체제를 잘 보존하기 위함이며, 정부의 행동이 필연적이거나 시장보다 효율적인 경우에만 최소한의 범위에서 국가가 개입해야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페이비언 사회주의(Fabian Socialism)를 수정한 사회민주주의는 점진주의와 민주주의를 통한 사회주의를 옹호하면서 복지국가를 열광적으로 지지하였다. 자본주의를 수정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보았으며, 계급간 전쟁보다 공리주의적 윤리, 소득의 평등보다 부의 평등, 사회통합을 중시하였다. 특히, 기회평등의 촉진, 취약자에 대한 적극적 차별의 시행을 통한 적극적 자유, 계급혁명을 부정하고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간의 협상과 조정으로 노동가치와 자본가치의 공존을 의회주의를 통해 구현하는 점진적 방법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하자는 입장이었다.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는 스웨덴 등 북유럽을 복지선진국으로 이끌었다.

마르크스주의는 보편적 평등이 달성되는 사회주의를 옹호하면서 사회복지를 자본주의의 병폐은닉 수단으로 보고 복지국가를 적극 반대한다. 자본주의를 착취체제로 보고,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비판하였다. 페이비언 사회주의, 즉 사회민주주의가 노동자와 자본가의 양립을 위한 의회주의적 방법을 선호하지만, 마르크스주의는 계급 혁명적 방법으로 생산수단의 국유화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욕구에 따른 분배의 실현을 강조하였다. 특히 적극적 자유, 평등(결과의 평등) 옹호, 보편주의, 집합주의가 특징이다.

동강 산속의 이끼 낀 바위와 나무들의 평온함

페미니즘(Feminism)은 남성과 여성간의 차별과 억압이 사라진 사회를 옹호하면서 복지국가도 성차별 체계(Gender system)의 현대적 양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부정적 입장과 여성 친화적 국가라는 호의적 반응이 공존한다.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권리획득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적 페미니즘,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착취체제를 비판하는 사회주의적 페미니즘과 남성 집단이 여성 집단을 억압하고 남성과 여성을 적대적 관계로 보는 급진적 페미니즘이 있다.

녹색주의(Greenism)는 인간이 자연계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옹호하면서 경제성장, 소비의 지속적인 확대와 공공복지의 지출 축소를 주장하며 복지국가를 반대한다. 녹색주의 시각은 환경친화적 경제성장과 소비를 주장하는 밝고 약한 녹색주의와 환경문제가 경제성장과 소비축소의 유일한 해결책이며 종의 평등주의라는 어둡고 강한 녹색주의가 있다.

그러나 인류에게 편익만 주는 절대적인 정치체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체제든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영국에서는 앤서니 기든스(Antony Giddens)가 제시한 신노동당 프로젝트로 ‘제1의 길’(正)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사회민주주의의 고복지-고부담-저효율의 문제와 ‘제2의 길’(反)의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의 고효율-저부담-불평등의 문제를 지양하고자 ‘결과의 평등’보다 일할 기회를 넓히는 ‘기회의 평등’과 사회투자국가를 추구하는 ‘제3의 길’(The Third Way : 合)까지 등장했다. 우린 누구도 동의한 바 없는 알 수 없는 길로 가는 듯하다. 국민은 불안과 우울함에 쌀과 보리즙이 늘고 있다.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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