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또 무똥 로칠드(Mouton Rothschild) 1등급 격상의 노력
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원장
필리핀여사는 필립 드 로칠드 남작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로서 스스로 ‘드 로칠드 마담(Madame de Rotschild)’으로 불리는 것을 선호했다.
그녀는 필리핀 파스칼(Philippine Pascal)이라는 예명으로 파리 프랑스 국립극단인 코미디 프랑세즈에서 배우로 경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1973년 샤또 무똥 로칠드를 2등급에서 1등급 포도원으로 승격시킨 아버지 로칠드 남작의 부름으로 자연스럽게 포도원 운영에 관여하게 되었고 일을 배우게 되었다.1988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본격적으로 포도원 경영에 뛰어들었다. 뽀이약(Pauillac) 지역의 샤또 클레르 미롱(Chateau Clerc Milon), 샤또 다르마이약(Chateau d’Armailhac) 와인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포도원을 확장하였으며, 칠레에서 알마비바(Almaviva)와인을 캘리포니아에서는 오퍼스 원(Opus One)의 고급 와인 브랜드를 현지 포도원들과 합작하여 개발하기도 하였다.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나폴레옹3세 황제 명에 의해 제정된 보르도 메독 등급에서 1등급을 받은 샤또는 라피트(Lafite), 라뚜르(Latour), 마고(Margaux) 그리고 그라브지역의 오브리옹(Haut-Brion) 4개였다. 그때 무똥 로칠드는 1등급에 들지 못했고 2등급으로 유지되다가, 119년이나 지난 1973년에서야 격상되었다. 1855년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와인 등급 체계는 발표 당시 수많은 논란을 낳았고, 이때 무똥 로칠드는 1등급의 지위를 부여 받지 못해 당시 소유주였던 나따니엘 드 로칠드(Nathaniel de Rothschild)는 실망했지만, 무똥의 지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투자를 하고 정열적으로 건물과 창고를 수리했으며, 우수하고 능력 있는 직원을 채용하고 새로운 포도나무를 심었다. 하지만 샤또 무똥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나따니엘이 1855년 낙마사고로 중상을 입고 장애인이 되었고, 눈병까지 얻어 거의 실명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아들 제임스(James)는 부친의 기대와는 달리 샤또의 경영에는 관심이 없어 1등급 격상에 대한 큰 기대 없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1920년대 샤또에서 제조된 와인은 배럴 단위로 네고시앙들에게 판매 후, 그들이 병입하여 유통하고 있었다. 필립은 이로 인해 가짜 와인의 문제점과 와인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확신하여 와인을 직접 병입하여 판매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그 당시 네고시앙에게서 주도권을 뺏어오는 것이어서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필립은 샤또 마고, 라뚜르, 오브리옹과 접촉하면서 그들도 이러한 병입 결정 의견에 귀 기울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같은 패밀리인 샤또 라피트에서는 병입 장치 도입, 창고시설 확충 등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고 거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실익이 없을까 봐 필립의 제안에 주저하게 된다. 이 일로 그의 아버지 앙리는 경영에서 손을 떼라고 권고했지만 필립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3개의 1등급 샤또들이 지속적으로 필립의 손을 들어주자 결국은 샤또 라피트도 협조하게 되었고, 협력자들을 한데 모아 대화를 시도했다. 샤또 소유자들끼리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일이 없었던 보르도에서 필립의 노력은 작은 혁명이었다. 보르도의 유명한 레스토랑 ‘샤퐁 팽’에서 식사를 마친 후 샤또에서의 병입을 약속하는 계약에 서명했지만 라피트는 서명 대신 구두로 동의하였다. 출석한 5명의 샤또 대표자들은 추후 정기적으로 회합을 가지기로 합의하고 ‘다섯 동맹(Club of Five)’이라 불리며 보르도 와인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필립에게는 1855년 등급 분류를 변경하고 격상해야 하는 목표가 남아있었다. 그는 먼저 무똥 로칠드 와인을 라피트 와인보다 싸게 팔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그리고 샤또를 오픈하여 시음회 및 와인 이벤트 장소로 활용하여 1등급 격상에 어울리는 이미지 변신에 최선을 다하여 프레스로부터 좋은 신임을 얻게 된다. 이 노력에도 불구하고 승격 결정이 20년이나 걸리게 된다.
자크 시락(Jacques Chirac)프랑스 대통령이 1973년 6월 21일 당시 농업상 장관으로서 무똥 로칠드 와인이 다른 1등급 못지않게 품질이 뛰어나고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1등급으로 조정한다고 밝혔고, 지위를 확정하는 규정에 공식 서명했다. 이로써 필립의 20년간의 꿈이, 그리고 1855년부터 증조할아버지 나따니엘이 소원하던 바가 이루어진 것이다. 필립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좌우명을 만들었고, 피카소가 디자인한 1973년 빈티지의 와인 라벨에 이를 기재하게 된다. ‘난 1등이다, 2등이었으나. 무통은 변하지 않는다(Premier je suis, Second je Fus; Mouton ne Change).’
와인은 성격의 표현이고 그것에 책임이 있는 개인의 예술이라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샤또의 진짜 와인 성격을 밝히기 원한다면, 소유주의 성격을 이해하여야 하며 무똥보다 더 명확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아버지 필립은 샤또를 부흥시킨 사람이며, 심오한 지식, 위대한 힘의 소유자이며, 전적으로 자의식 없는 화려한 성격이다. 그의 창조물 또한 그렇다. 그의 딸 필리핀 드 로칠드(Philippine de Rothschild) 남작 여사도 의심할 여지없는 1등급 훌륭한 와인으로 이어온 레전드이다.
2014년 필리핀 드 로칠드 여사가 작고한 이후 바롱 필립 드로칠드 주식회사(Baron Philippe de Rothschild S.A.)는 그녀의 맏아들인 필립 세레이 드 로칠드(Philippe Sereys de Rothschild)가 후계자가 되어 그 전설을 이어가고 있다.
문의 및 Copy : 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원장)
(와인마케팅경연구원·그랑뱅코리아CEO)
주한 프랑스대사관 겸 제상무관실, 상무관(와인담당) 20년▴보르도 쌩떼밀리온 쥐라드(Jurade)기사 작위/▴저서: <보르드 와인>, <웰빙와인상식>▴ E-mail : grandvin
@naver.com Web : www.grandvin.co.kr▴Tel : 02-569-8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