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의 일본 오사카(大阪)는 약간 더운 초여름 날씨였고, 스이타(吹田)역에서 일행인 ‘오사카(大阪) 클럽’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사카 클럽’은 간사이(關西)지방 경제계 원로들의 친목모임이다. 대개 나이가 80세를 넘긴 분들이지만 현재까지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 클럽의 후쿠이(福井) 선생과는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는 관계다.
스이타역에서 일행들과 만난 후 바로 공장 견학을 체험했다.
먼저 VTR실에서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았다. 이를 통해 보리, 호프, 물, 효모가 맥주의 원재료이며, 보리를 수확한 후 2∼3개월 저장하고, 이를 발효시켜 맥아로 만들 때까지 약 10일의 담금 공정을 거치며, 약 1주일 간 숙성시켜 만들어지는 것을 알았다.아사히맥주 공장은 최첨단 기술과 최선의 품질관리를 거쳐 불량률 ‘제로(0)’에 가깝도록 한다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공장의 총무부 직원 고토(後藤) 씨는 “고객들이 ‘맛있다’라는 느낌을 갖는 것 이상의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품질관리 체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공장 견학 마지막 부분에 본 세계 각 국의 맥주 캔들은 터널처럼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나중에서야 이 캔들은 후쿠이 선생이 기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VTR과 공장견학을 마친 후 ‘오사카 클럽’ 회원들은 안주와 다과가 준비된 별실에서 맥주를 시음하며 서로의 느낌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다. 그곳에서 한국인은 내가 유일했다. 회원들은 그런 나에게 자신을 소개할 기회를 주었다. 좋은 경험을 하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을 때, 고토 씨가 한 마디 했다. 그는 일전에 한국의 하이트맥주 공장을 견학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 크기와 시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다소 부러운 듯한 표정으로 한국인인 나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한 가지 새롭게 느껴졌던 건, 한 기업이 열린 공간으로 지역 사회에 부응하며 은퇴한 경제인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실제 아사히맥주 공장에선 ‘오사카 클럽’ 회원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맥주와 안주를 무료로 제공한다. 회원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맥주 파티 때 제공받은 생맥주와 흑맥주, 캔맥주를 자신의 기호대로 선택해 마신다.
공장 직원들 역시 자신들이 만들어낸 맥주로 인해 사회인들의 친밀도를 높이게 한다는, 그래서 사회가 윤택해진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에도 적잖이 놀랐다.
매우 뜻깊은, 그래서 배울 점이 많았던 견학이라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