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지역에서부터 시작되어야하는 ‘술품질등급 제도’

한산소곡주의 술품질등급은 가능하지 않을까/ 출처–한산소곡주 공식홈페이지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135)

지역에서부터 시작되어야하는 ‘술품질등급 제도’

 

프랑스의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이탈리아의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스페인의 DO(denominación de origen)에 대해 알고 있다면 와인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제도들은 프랑스 등 유럽에 있는 와인 등급제도이다.

프랑스의 경우 1935년 AOC 제도를 채택하면서 지역의 와인, 코냑, 아르마냑 등이 세계적 명주로 발전하였고 지금은 국가기간산업으로 성장하였다. 특히, 제도는 전 세계 주류품질등급 표준모델로 자리 잡았다. 현재 대부분의 등급제도는 와인 원산지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와인 품질 등급제도가 지역을 거점으로 활성화 된 이유는 오래전부터 지역을 통해 활발히 소비되었던 술들이 현대에 유명해 지면서 이를 보호하고 마케팅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술과 관련된 등급제도는 시행하고 있지 않다. 비슷한 제도로「술품질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것은 국산원료를 사용하는 경우(나 형)와 국산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술들(가 형) 중에 품질인증을 신청한 술들에 대해 심사를 통해 선정을 하는 방식이다. 술 품질인증은 지역적인 특성보다는 그 술의 품질에 초점을 둔 제도로 다른 나라의 품질등급제와 비교하면 다른 형태이다.

2009년 국세청에서 준비한 ‘주류품질인증제’/ 출처-국세청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는 제도로는「지리적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주류가 아닌 모든 농산물을 대상으로 한다. 상품의 품질과 특성 등이 본질적으로 그 상품의 원산지로 인해 생겼을 경우, 그 원산지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지금 주류에서는 진도홍주, 한산소곡주, 무주머루주 등이 지리적 표시제를 사용하고 있다.

지리적표시제 / 지리적표시제 홈페이지

우리도 이제는 와인 품질등급안에 있는 ‘지리적 표시제’와 같은 ‘술품질등급제도’를 준비해야 될 시기이다. 지역적으로 비슷한 술들을 생산하는 한산 소곡주, 영동·영천의 와인, 포천 막걸리 들이 협의체를 통해 지역의 품질등급제를 만들면 지금의「지리적 표시제」와는 다른 형태로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앞에 언급한 지역들은 과거부터 이러한 논의들을 해왔고 일부는 현재도 진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논의가 관에 의해서 주도되는 면이 많았다. 이제 이러한 협의 자체를 지역의 생산자(양조장) 협의체가 주도해야 할 것이다. 유럽의 AOC 제도의 시작도 지역의 포도 생산자들이 모여서 시작을 하게 되었고 많은 토론을 통해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규약을 만든 것으로 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과학적인 관의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큰 틀의 합의는 술을 생산하는 생산자 협의체가 진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주류 시장의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지금 ‘술품질등급제도’는 지역의 술의 조금 더 성장 할 수 있는 기초 제도가 될 수 있다. 한산소곡주라는 술의 정의나 생산 규정을 생산자 협의체에서 정하고 품질을 유지하면서 술의 지리적 표시제를 통해 별도의 심벌을 만든다면 지금보다 한산소곡자의 브랜드 가치는 소비자가 믿고 마실 수 있는 술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제도를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최소한의 등급제 정도라고 협의체를 통해 시작을 하고 지자체나 정부에서 협의체에 대한 행정적, 금전적 지원을 통해 등급제를 보완 발전해 간다면 향우 지역에 맞는 ‘술품질등급제도’는 만들어 질 것이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먼 미래의 우리술 등급제를 위해 지금부터 지역에서는 ‘술품질등급제도’를 자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대형 박사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직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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