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술 접대 문화 이 대론 안 된다

김원하의 취중진담

술 접대 문화 이 대론 안 된다

 

클럽 버닝썬 사건, ‘장자연 사건’,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등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추잡스런 면면이 알려질 때 마다 창피한 생각이 든다. 우리의 의식이나 문화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자괴감마저 들 때도 있다. 이런 유의 사건들이 세상에 들어날 때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진실의 실체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서다.

힘 있는 자들의 갑질 접대요구가 이 같은 사건을 만들었을 것이다. 도를 넘은 접대를 줄여보자고 오죽했으면 김영란 法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음성적인 술접대는 근절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클럽 버닝썬 사건이나 장자연 사건 등의 시초는 술에서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술을 마시다 보면 술김에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을 테고 술을 접대하다 보면 자연스레 성 접대까지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주당들이 보기엔 민망스럽다. 술을 마시는 것은 인생을 망가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흥을 돋우고 긴장도 풀고 하여 참석한 사람들간 소통을 잘 해보자는 데 있다는 것이 정답이다.

우리의 음주문화가 언젠가부터 순 기능을 벗어나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이른바 ‘접대성 술자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이권을 따내기 위해서 힘 있는 사람에게 술 접대를 하다보면 상대방이 취하도록 해야 술 접대를 잘 하는 것으로 인식이 되었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 술 접대가 성공적으로 끝냈을 수 있기 때문에 술을 사는 입장에선 물불가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술 접대는 우리의 술의 다양성에서 시작되었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막걸리나 소주 보다는 맥주, 진, 보드카 및 위스키의 소비량이 급격히 늘었다. 이때부터 소비의 고급화가 진행되면서 접대성 술문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고급 술집에서 권세가들이 정치적 담론을 해왔고 그들만의 여흥을 즐겼다. 이른바 요정 정치가 부흥(?)을 이루다가 어느 사이 룸살롱이 등장하고,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제대로 술대접을 받았다는 증표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갑 입장에서 술대접을 받을 때는 의례 룸살롱을 찾기 일쑤였고, 술집 주인들은 이런 기회를 놓칠세라 바가지를 씌우기도 하고 이른바 2차(?)를 권하기도 했다.

물론 과거에도 접대성 술문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급 술집은 삼국시대로부터 서민들과는 상관없이 면면이 이어져 내려왔다고 한다. 고급 술집의 필수 조건은 여성이다. 웃으게 말로 술은 장모가 따르더라도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 난다고 하지 않던가.

술 접대에서 만취(滿醉)하도록 술을 권 하는 것은 몽골의 술문화가 들어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는 우리나라 소주의 기원은 몽골 소주가 고려시대 때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몽골에서는 손님으로 초대받은 경우 권하는 술을 거절하지 않고 취할 정도로 마시는 것이 손님의 예의로 간주된다. 따라서 취중에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이해하고 재론하지 않는다.

이런 전통(?) 때문일까. 평상시 음주에 있어서도 사람들은 무절제한 폭음을 일삼았다. 주류 판매 업소는 더욱더 고급화, 대형화되었다. 사람들은 술의 참맛을 즐기기보다는 술을 통해 허영과 과시를 드러내기 위해 음주를 하였다.

2년 전인가 김 모 재벌 3세가 한 술집에서 열린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10여명의 친목 모임에 참석했다. 그는 만취 상태에서 변호사들에게 “아버지 뭐하시느냐”라며 막말을 했고 일부 변호사에게는 손찌검까지 했다고 알려졌다.

이 사건에 당초 경찰은 김 씨에 대해 폭행·협박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피해 변호사들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힘에 따라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로펌은 그 재벌로부터 수임을 받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술 접대를 하면서 거래를 트려는 것은 경쟁 사회에서 이기기 위한 방편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거래가 성사 되었을 때 술 접대비용을 어떤 명목으로든 추가할 것이다. 과중한 술 접대를 받는 다는 것은 회사 돈이든 세금을 축내는 일이 될 것이다.

술은 신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다. 그런데 이 처럼 귀한 술을 인간들이 접하면서 좋은 점보다는 취함에만 열중(?)하다 보니 많은 부작용이 노출되어 귀함에서 때론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술 접대에 대해선 문외한(門外漢)인 필자가 술 접대에 대해 이렇군 저렇군 평하기엔 적절치 않지만 이제 이권 같은 것을 따내기 위해서 또는 사건을 눈 감아 달라고 힘 있는 자에게 술접대 하는 것은 근절되어야 하지 않을까.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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