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계 와인과 신세계 와인 비교
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원장
세계 와인 산업은 크게 구세계(구대륙) 와인과 신세계(신대륙) 와인으로 구분된다. 구세계 와인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국가에서 생산되는 것이며, 신세계 와인은 미국, 호주, 칠레 등 신흥 생산국의 와인을 일컫는다. 이것은 단지 지리적 위치뿐만이 아니라 와인 스타일, 양조, 마케팅까지 의미한다.
구세계나 신세계로 구분하는 것은 와인 스타일이 어떻게 다르고 소비자에 따라서 맛을 어떻게 다르게 느끼는지 와인 개념을 설명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이 두 세계가 차이가 있다고 해서 지도를 보며 와인을 둘로 구분한다는 것보다 포도가 재배되는 자연적인 환경인 떼루아(토양 및 기후 등)와 와인을 양조한 사람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천 년 이상에 걸쳐온 구세계 와인은 지역적인 특징, 음식과의 조화, 숙성의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진화되었다. 유럽의 고급 와인들은 척박한 환경의 거친 토양과 다양한 기후를 이겨낸 포도나무에서 최소 수확량의 포도로 양조하여 얻은 산물이다. 좋은 와인을 만드는 양조 기술은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했다. 자연 그대로 유지하며, 과학적인 논리보다는 장인 정신으로 묵묵히 노력하고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며 이어가고 있다.
와인에 대한 평가는 음식과의 조화에서 좋은 결과를 보인다. 각 지역의 와인들은 신토불이, 즉 토속 요리와 잘 맞도록 와인 스타일이 변화되었다. 그래서 구세계의 와인 특징 중 으뜸은 각 와인마다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이며, 특히 최상급의 와인에 있어서 위대한 예술작품처럼 독특한 매력을 지닌 것이다.
이러한 지역적인 특징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에선 20세기에 들어서 와인산업 전반에 걸쳐 원산지 명칭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된 ‘원산지통제명칭(AOC)’ 시스템은 현재 유럽에 적용되어 와인 이름을 붙일 때 고유의 원산지명칭을 기재하고, 규정에 의거하여 생산량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구세계 유럽 와인들은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고 지역적인 개성과 특징을 발전시키고 있다.
◇ 신세계 와인 생산
약 100~250년 전부터 유럽인이 소위 신세계라는 곳으로 이주를 시작하면서, 구세계의 포도 품종을 가져갈 뿐 아니라 와인 제조 노하우 역시 함께 이동했다. 유럽인은 아메리카 대륙과 남반구에 처음엔 진판델이나 무르베드르, 시라즈처럼 생산성이 뛰어난 포도 위주로 재배하였다. 하지만 몇몇 와인 생산자들은 와인 품질을 높이려고 프랑스 고급 포도인 샤르도네와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을 심었지만 유럽에서 나던 포도 품질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게 되었다.
신세계 포도밭에서 귀한 포도를 심어 놓아도 유럽처럼 잘 자라지 않았고, 양질의 포도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수준 높은 와인을 만들어 낼 ‘포도 재배 및 양조 기술’이 필요해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기술 혁신과 양조 방식의 변화를 이끌게 된다. 신세계 와인 양조자들은 ‘통제자’ 역할로서 포도밭에 물을 대고, 효모 품종을 골라 배양하는 것까지 합리적으로 계산해서 넣는다. 이렇게 하면 와인 양조에 실패 확률이 낮아지고 지속적인 품질과 성공할 확률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 와인이 기술 혁신과 규칙을 통해 고급 와인들을 생산하여 ‘올해 빈티지가 최고’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몇몇 생산자들은 점차 포도밭의 떼루아를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는 포도 재배 및 양조 기술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세계 와인에 나타나는 지역적인 특색이 신세계에서는 강한 느낌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 유럽 와인 생산자들이 신세계의 자유로운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기도 하고, 신세계 와인 생산자임에도 구세계의 전통주의를 추구하기도 한다. 구세계와 신세계는 한때 완전히 상반된 생산 지역, 와인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 세계적 와인 산업이 거대해 졌으며, 와인 업계의 상업주의로 인해 와인 스타일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또한 와인 초심자인 소비자들이 과일즙이 풍부한 신세계 스타일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유럽의 와인 메이커들도 전략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 변화로 유사한 와인이 생산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최신 트렌드인 내추럴 와인이나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으로 명품 와인을 생산하는 메이커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포도 심는 것부터 최종적으로 와인을 병에 담기까지 전통을 유지하며, 더 좋은 품질과 개성 있는 와인을 생산하려고 매진하여 와인 산업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한때는 와인이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것 인지 알고 있으면, 그 맛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향과 맛으로만 원산지를 알기에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처럼 구세계, 신세계든 많은 와인 메이커들이 중도를 향해 변화되어 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와인들은 지역적인 특색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예전 방식으로 요약한 ‘구세계 와인과 신세계 와인 비교’는 일반적인 와인 생산 요건 및 특징으로 이해하면 된다. 또한 두 곳의 구체적인 와인 스타일은 와인의 종류, 가격, 등급 등, 양조자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 자료는 두 지역 와인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안내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
◈ 구세계 와인과 신세계 와인 비교
구세계 (구대륙) | 신세계 (신대륙) | |
생산국가 |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오스트리아,그리스 등 | 미국, 칠레,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아르헨티나 등 |
와이너리 운영 | 전통적인 가족 중심 | 혁신적인 기업화 운영 |
포도밭 규모 | 소규모 포도밭 | 포도 재배 지역이 광범위 |
양조 철학 | 예술적으로 접근 | 일종의 과학적으로 접근 |
양조 방법 | 전통적 양조 방법 | 새로운 양조 기술 |
양조 특징 | 떼루아를 잘 표출 | 포도의 맛을 잘 표현 |
품질 특징 | 품질의 다양성 | 획일적인 맛 |
와인 스타일 | 섬세하고 우아하며, 미묘한 와인 | 과일향 풍부하고 진하며, 힘이 강한 와인 |
빈티지 | 매년 다른 품질로 빈티지 중요 | 매년 좋은 기후로 상대적으로 덜 중요 |
와인 레이블 | 생산자 및 원산지, 전통 이미지 | 포도 품종명 및 원산지, 상징적인 이미지 |
(와인마케팅경연구원·그랑뱅코리아CEO)
주한 프랑스대사관 겸 제상무관실, 상무관(와인담당) 20년▴보르도 쌩떼밀리온 쥐라드(Jurade)기사 작위/▴저서: <보르드 와인>, <웰빙와인상식>▴ E-mail : grandvin
@naver.com Web : www.grandvin.co.kr▴Tel : 02-569-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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