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마을 (주)청산녹수 대표이사 金鎭萬
편백숲 맑은 공기를 막걸리에 넣은 것처럼 맑고 시원한
‘편백숲 산소막걸리 순수령’ 한 잔에 미세먼지도 날린다
국내 막걸리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호평을 받아
우리에게 산소(oxygen, 酸素) 열풍을 일으킨 이는 배우 이영애가 아닌가 여겨진다.
91년 이영애가 태평양화학의 ‘마몽드’ 화장품 모델을 통해 ‘산소 같은 여자’로 유명세를 타면서 갑작스레 산소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산소는 용접할 때 사용하는 정도로 인식하다가 산소는 공기 중 전체 부피의 약 21%를 차지하며 질소기체(78%) 다음으로 많다는 것. 따라서 산소의 존재 없이 동물은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 등을 새삼스레 느끼며 살게 했다.
산소는 보통 투명하다. 따라서 ‘산소 같은 여자’라면 피부가 투명하고, 생기 있고, 자연적이고, 아름다운 여자의 대명사로 통해 ‘마몽드’가 대박을 터뜨리게 되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로 숨쉬기도 겁이 날 때 ‘산소’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산소를 주제로 한 ‘산소막걸리’가 출시되고 있다니 불원천리 마다하겠는가. 길채비를 서둘렀다.
맥주 순수령처럼 막걸리에도 순수령이 필요하다
‘산소막걸리’를 출하 하는 양조장은 전남 장선군 장성읍에 터 잡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청산녹수(62, 대표 金鎭萬)였다. 청산녹수는 본지 220호(2017.7)에 자세히 소개된 적이 있어 김 대표와는 구면이다.
-‘산소막걸리’라! 주명(酒名)이 재미있네요, 하기야 프리미엄 막걸리인 ‘사미인주’도 직접 지으신 분이니까. ‘산소막걸리’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장성에는 피톤치드 향내음이 가득한 축령산 편백나무 숲에서 산림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산림욕을 하면서 이 맑은 공기를 막걸리 속에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편백숲 맑은 공기를 가득 담은 산소막걸리 한잔이 도시에서 미세먼지와 스트레스로 지친 사람들에게 제공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산소막걸리’를 빚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진짜로 ‘산소막걸리’에는 삼림욕에서 즐기는 산소가 들어 있습니까?
“그럴 수는 없죠, 붕어빵에 진짜 붕어가 없듯이 ‘산소막걸리’는 그 만큼 순수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현재 ‘편백숲 산소막걸리’와 프리미엄 급 ‘편백숲 산소막걸리 순수령’을 빚고 있는데요, 막걸리에 ‘순수령’을 붙인 것은 우리도 맥주 순수령처럼 첨가제를 넣지 않고, 쌀과 누룩, 물만 가지고 막걸리를 빚어야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Reinheitsgebot)을 발표했듯이 우리의 막걸리도 본연의 순수한 맛을 찾기 위해서는 아스파담 같은 인공감미료를 일체 첨가하지 않고 오직 쌀, 누룩, 물로만 빚는 막걸리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자칭 ‘막걸리 순수령’을 내놓게 되었다고 했다.
현재 청산녹수가 출하하고 있는 ‘편백숲 산소막걸리’는 국내산 쌀로만 빚은 생탁주로 알코올 5.2%로 소매가격이 1,600원~1,700원이지만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재 구매를 한다.
또 프리미엄급인 ‘편백숲 산소막걸리 순수령’ 역시 생탁주로 알코올 도수 5.8%와 8%짜리 두 종류가 있는데 8%짜리가 더 인기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산소막걸리’의 향기를 가장 잘 즐기기 위해서는 가급적 와인 잔으로 마시길 권하지만 식당에서 와인 잔 대신 맥주잔으로 첫잔을 대하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느 막걸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향이다. 바나나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여러 과일 향이 섞인 향같기도 하다. 어떻게 이처럼 다양한 향이 나올 수 있을까. 목넘김 역시 감미롭다.
‘산소막걸리’를 마시면서 어릴 적 목화 꽃망울을 따 먹던 생각이 난다. 사탕처럼 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던 꽃망울이 생각난 것은 막걸리에서 목화꽃망울 같은 순수한 맛을 느꼈던 때문은 아닐까.
‘과학으로 전통을 계승하는 양조장’ 청산녹수
농업벤처기업 ㈜청산녹수의 김진만 대표는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식품생물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생물공학 박사를 받았다. 국내 미생물공학 분야에서는 손꼽히는 사람이다.
현재 전남대학교 생명산업공학과 교수이기도 한 김 대표는 스스로 개발한 밀 누룩과 쌀누룩, 녹두와 밀을 섞은 누룩을 개발하여 술 빚는데 사용하기도 하고 경쟁이 될 수도 있는 다른 양조장에 공급도 한다.
청산녹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이루어낸다. 그래서 ‘과학으로 전통을 계승하는 양조장’이라는 슬로건을 내 건다.
-막걸리 맛이 정말 좋습니다. 비법이 있습니까?
“기존 대부분의 막걸리가 25℃ 내외의 상온 단기 발효임에 반해 산소막걸리 발효방식은 15℃ 내외의 저온 장기 발효와 10℃ 이하의 숙성 단계를 거치는 방식을 채택해서 부드러운 맛과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나나향기와 같은 뛰어난 향기를 함유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관능평가에서 국내 막걸리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김 대표의 말이 과장 된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다.
‘산소막걸리’의 탄생은 전남대학교에서 미생물과 발효 공학을 전공한 전문 인력 중심으로 구성된 기업부설연구소가 개발한 O2 fermentation technology와, 한국식품연구원이 전통누룩에서 찾은 토종효모 Saccharomyces cervisiae 98-5 효모를 사용하여 국내 최초로 부드럽고 상쾌한 맛에 더하여 메론 또는 바나나와 같은 순수 발효 향기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김 대표는 O2 발효기술은 (주)청산녹수의 약 10년간 전통주 제조 경험과 기업부설연구소의 약 2년간 연구 결과의 성과물이라고 했다.
여기에 조상들의 전통지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응용한 독창적인 기술로, 효모의 발효 메커니즘을 산소제어공법(Oxygen Control Method)과 삼투압생성공법(Osmolarity Genesis Method)을 이용하여 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산소막걸리 안주로는 육류가 잘 어울리며, 특히 묵은 김치를 곁들인 홍어삼합이나 겉절이 김치를 곁들인 보쌈과 궁합이 잘 맞으며 이외 부침이나 전류와 함께 마시면 한 마디로 끝내준다.
증류식 소주 ‘첨내린’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금상 수상
전국에는 현재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곳이 34개에 달한다. 이는 정부가 쌀 소비를 극대화하여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양조장을 이해하고 우리 술인 막걸리도 많이 마시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 벌리는 사업이다.
선정된 양조장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홍보도 하고 시설도 개선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어떻게 선정이 되었는지 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방치된 곳도 있다. 따라서 추후 철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그런데 청산녹수는 양조장 건물이 과거 초등학교 건물이라 양조장을 견학하기엔 안성맞춤. 견학 자들은 막걸리학교에 입학한 기분으로 막걸리 양조에 관한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1학년 반으로 이동한다. 유리창 너머에서 술 만들기에 핵심인 누룩과 고두밥을 발효탱크에 넣는 광경을 보면서 설명을 듣는다. 2학년 반에서는 1차 발효를 끝내고 저온발효실에서 2차 발효과정을 보고 배운다. 3학년 반에서는 발효의 마무리 단계와 술거르기를 하고, 4학년으로 올라가서는 상품화의 시작으로 제성실에서 브랜딩과정을 견학한다. 5학년이 되면 본격적인 상품화가 이루어지고, 6학년은 졸업반으로 포장을 하는 과정을 견학한다.
청산녹수의 연구실은 규모면에서 대단하다. 대기업 못지않은 연구 장비를 갖추고 있다.
술의 품질을 관리하는 기본적인 일과 전통주의 발효원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양조기법을 개발하고, 꽃이나 과일 또는 누룩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영재 효모와 곰팡이를 발굴한다.
청산녹수는 R&D 사업을 계속 한 결과 가시적인 성과로 지난 2018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iTQi(국제 식음료 품평원) 2018 Superior Taste Award 에서 아로니아 식초로 2 Golden Star를 받았으며, 2018년 9월 홍콩에서 열린 2018 Asia International Spirits Competition 증류식소주 부문에 ‘첨내린’으로 출전해 최고 영예인 Gold와 Soju producer of the year를 수상하기도 했다.
온라인몰 ‘술팜’에서 전통주 구입하세요
김진만 대표는 맛 좋은 전통주를 빚어도 소비자들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쉬워 관계 당국에 이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 결과 온라인상에서 전통주를 거래할 수 있는 ‘술팜 전통주’(http://www.soolfarm.com)를 지난 해 말 오픈하여 이에 찬동하는 84개 양조장이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 싸이트에 들어가면 내로라하는 169개의 전통주를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전통주를 구입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규모 있게 장터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는데 ‘술팜’에서는 다양한 전통주를 골고루 장마구니에 담을 수 있고, 주문 후 2일 이내에 받아볼 수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전통주 판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김 대표는 앞으로 신제품 상세페이지 디자인 후 당사 술팜닷컴 이외에 술팜닷컴을 경유하여 네이버 푸드윈도우, 지마켓, 11번가, 위메프, 쿠팡, 다음 카카오 등의 오픈마켓에 광고·프로모션과 함께 순차적으로 입점할 계획이며, 특히 여수밤바다 막걸리의 경우 시장진입 초기 판매지역을 전남 여수군 지역과 온라인 마켓으로 한정하여 희소성을 부각 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남도, 5월 전통주에 사미인주 선정
사미인주는 송강 정철의 가사(歌詞) 사미인곡(思美人曲)을 모티브로 ‘임에 대한 그리움이 어찌 달콤하기만 하겠는가!’라는 맛에 대한 상상을 막걸리의 맛으로 표현해 낸 술이다.
조선시대 최고 문학가 중 한명인 송강 정철은 장성 인근인 담양에 유배를 왔을 때,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을 그리며 시를 하나 지었다. 가사 문학의 대명사 사미인곡(思美人曲)이다. 사미인곡은 말 그대로 미인을 생각하는 노래인데, 여기서 미인이란 중요한 사람, 즉 정철이 충절을 가지고 모시던 선조를 뜻하며, 이러한 마음을 남편과 생이별하고 계속 그리워하는 여인의 속내로 비유했다. 너무나도 애절히 사랑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충절과 연군의 정으로 나타낸 것이다.
저온에서 숙성을 시킨 국내 1세대 프리미엄 막걸리로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아, 살짝 드라이한 맛을 가지고 있는데, 국내산 천연벌꿀과 사과 농축액을 더해져 싱그러운 과일 향과 산뜻한 풍미가 느껴지는 알코올 도수8%의 막걸리다.
김 대표는 “술을 빚는 것은 정성입니다. 정성이 깃들지 않은 술은 마시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좋은 술을 개발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이 잘 되게 하려면 한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프랑스나 일본처럼 국가에서 전통주를 발전시키는 연구소를 하루 빨리 세워서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정부 책임자들이 귀 담아야 할 대목이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