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리학을 공부한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실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누구에게 감명 받느냐에 따라 엉뚱한 해결책을 받을 수도 있고, 혹은 정확하고 냉정한 감명을 받을 수도 있다. 명리학을 보는 사람 가운데 고객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실력 있는 고수는 아니다. 단지 그 사람이 돈을 버는 운에 와 있고, 사람들이 꼬여들기 시작하는 시기라서 유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진짜 고수인데도 고객은 별로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실력은 훌륭하지만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잘 모르거나 너무할 정도로 솔직하게 말을 하는 탓에, 사람들이 고수들의 말을 잘 믿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런 사람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명리학 고수들을 상대로 강의를 한다든지 하면 그 진가를 드러낼 수 있다. 아무래도 일반인이라면 그 진가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서적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을 출판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역학을 배운지 얼마 안 된 초학자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출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랜 임상을 거친 고수가 책을 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점에 역학 책은 많아도 읽을 만한 책을 고르기가 무척 힘들다. 그나마 이 책에서 조금, 저 책에서 조금 가져와 짜깁기한 것들이 많은데, 이 책들은 한결 같이 이론도 없고 앞뒤도 맞지 않는다. 차라리 없으면 좋을 책들이 생각보다 많다. 때론 책을 낸 고수들 중에는 본인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수준에서 평범한 이론을 전개하고 실제 자신만의 이론은 교묘히 감춰 들어내지 않는 예도 있다. 그 책의 고객층이 대부분 초학자들일 텐데, 설사 깊이 있는 이론을 넣으면 혼란만 가중되기 때문에 자신만의 이론은 빼고 시중의 이론을 심도 있게 설명만 한 것이다.
역학의 기초이론을 배우는 기회는 많아졌고 중간실력을 갖기는 쉬워졌으나, 실제 고수로 가는 길은 더욱 힘들어졌다. 고수는 자신의 이론을 많이 내놓지 않고, 출판사 입장에선 판매부수를 의식해 깊이 있는 이론은 전개하지 않으려 한다. 또 특이한 이론을 발표하면 여기저기서 물어보고 반론을 제기하며 시끄러워지기 때문에 명리고수들은 그러한 귀찮은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대중매체나 출판사 역시 어려운 내용의 책은 편찬하지 않으려 해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고 책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독학으로 역학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고수의 길로 가기가 무척 힘들다.
취미로 역학을 배우려 한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역학을 제대로 알기 원한다면 좋은 선생님에게 술사가 아닌 정통명리 이론을 배워야 한다. 술사의 이론은 반짝 맞는 것 같지만 절대 길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책도 없다. 원인이 있으면 분명 해결책도 있기 마련인데 해결방안이 없다면 명리를 반만 배운 것이기 때문에 배울 때 제대로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