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전통주 스토리
溫故知新 박록담의 재현주 스토리텔링 63번째 이야기
품질이 뛰어난 여름철 술 ‘하시절품주(夏時節品酒)’
‘하시절품주(夏時節品酒)’는 “여름철에 빚는 술로 맛과 향 등 품질이 뛰어나다.”는 뜻에서 유래한 술 이름이다. 연대와 저자 미상의 <釀酒集>에 수록되어 있는 주품으로, 우선 ‘하시절품주’라는 주품명이 눈길을 끈다. ‘하시절품주’는 술 이름 그대로 여름철에 빚는 술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주방문과는 매우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분류를 통해서 여름철 술빚기가 ‘백설기’와 ‘고두밥’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이들 주방문의 경우 주로 수곡(水麯, 물 누룩)과 끓인 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여름철 주방문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단양주이거나 속성주가 주류를 이룬다는 사실이다. 여름철은 기온이 높기 때문에 발효기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잡균의 오염에 의한 산패를 방지하기 위해, 오히려 높은 온도에서 단시간에 발효를 촉진시키는 방법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하시절품주’의 경우, 이양 주라는 사실과 함께 밑술을 구멍떡 형태로 하여 빚고, 덧술용 고두밥을 냉수로 냉각시키는 방법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두밥을 찬물로 냉각시키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 주방문으로 <釀酒集>의 ‘하시주’와 <양주방>의 ‘청명향’을 들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술빚기는 여름철 주류에서는 매우 드문 일로 여겨진다. <釀酒集>의 ‘하시절품주’와 ‘하시주’, <양주방>의 ‘청명향’ 등에서 보듯 술 빚을 고두밥을 찬물로 씻어 냉각하는 방법은 특별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釀酒集>의 ‘하시절품주’는 첫째, 술의 알코올도수가 높고 맑은 술빛깔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둘째, 구멍 떡으로 빚는 술의 특징인 강한 방향(芳香)을 나타내며, 술맛에서 부드러우면서도 콕 쏘는 듯 한 맛으로 상쾌함을 줌으로써, 여느 여름 술과는 다른 맛과 향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매우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은 술로, 쏘는 듯한 강한 향기는 ‘하시절품주’만의 돋보이는 장점이라고 할 것이다.
◈ 夏時節品酒 <釀酒集>
▴덧술:찹쌀 1말, (냉수 2말)
◇술 빚는 법▴밑술:①멥쌀 1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갔다가, 새 물에 다시 씻어 맑게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가루로 빻는다. ②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하여 구멍 떡을 빚는다. ③물 2복자를 끓여 구멍 떡을 넣고 삶아 그릇에 건져내어 차게 식기를 기다리고, 떡 삶은 물도 퍼서 차게 식힌다. ④구멍 떡에 떡 삶은 물과 가루누룩 7홉을 섞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⑤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오래 담갔다가, (새 물에 다시 씻어 맑게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 고두밥이 익으면 소쿠리에 퍼 담고, 찬물을 흠씬 뿌려 골고루 식히되, 매우 차게 하여 물기가 빠지게 밭쳐 놓는다. ③ 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차지도 덥지도 않은 곳에 두고) 7일간 발효시킨다.
▴술이 익으면 진밥 상태가 되어 있으므로, 냉수를 쳐가면서 체에 걸러 막걸리를 만들어 마신다. 여름철 양조가 용이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여 주방문을 만든 것으로 여겨지며, 이 술과 비슷한 주방문으로 <양주방>의 ‘청명향’ 들 수 있다.
▴밑술의 ‘물 2복자를 끓여 구멍 떡을 넣고 삶은 다음 건져낸다.’고 하였는데, 이는 쌀가루를 익반죽할 물의 양과는 다른 물로 생각해야 된다.
<夏時節品酒> 뫼 一升 로 어 구무 비저 믈 두복 살마 로누록 七合을 섯거 치되 살몬 믈 식여 너허 쳐 녀허 둣다가 괴거 粘米 一斗 닉게 찬믈 밧트되 가장 차게 밧타 밋술 섯거다가 七日 後 라.
여름철 술 빚는 법의 전형 ‘하일주(夏日酒)’
우리나라와 같이 계절풍의 영향을 받는 나라는 기후조건상 술을 빚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근거로 특별히 여름철 양주 법에 대해 언급한 주품명과 주방문들이 상당수 등장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여름철 술이라는 직접적인 주품명과 주방문을 예로 들면, ‘하삼청’을 비롯하여 ‘하숭사시절주’, ‘하숭사절주’, ‘하시절품주’, ‘하시주’, ‘하양주’, ‘하엽주’, ‘하월수중양법’, ‘하일두강주’, ‘하절이화주’, ‘하일약주’, ‘하일점주’, ‘하일청주’, ‘하일청향죽엽주’, ‘하절삼일주’, ‘하절주’, ‘하절불산법’ 등 수 없이 많다.
<要錄>의 ‘하일주(夏日酒)’ 역시 여름철 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름철 술 빚는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름철이라도 술이 맑아야 하고, 동시에 향기와 맛도 좋아야 하는데, 여름철은 주변온도와 습도가 높아 과발효로 인한 산패와 혼탁현상을 초래하기 쉬우므로, 인위적으로 발효부진을 유도하는 것이 첫째이고, 양주용수를 적게 사용하여 발효시킨 밑술을 이용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발효를 더디게 유도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또한 물 누룩(水麯)을 만들어 두었다가 백설기를 쪄서 빚고 3일간 발효시키는 방법이 강구되기도 한다.
여름철 술 빚는 법의 전형적인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 주방문을 보면, 첫째는 단양주(單釀酒)로서 백설기를 사용하여 술을 빚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끓여서 차게 식힌 물에 가루누룩을 풀어 물 누룩을 만들어 하룻밤 불려 놓았다가 찌꺼기를 제거한 누룩 물을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밀가루를 사용하여 잡균의 억제와 함께 적당한 산미(酸味)를 부여해 상쾌한 맛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간편하면서도 빠른 기간 내에 술을 익히되 감칠맛과 함께 적당한 산미를 갖는 탁주를 얻기 위한 방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체에 걸러서 탁주로 마신다는 점에서 여름철 술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여름철은 높은 온도와 함께 갈증을 느끼기 쉬운데, 백설기로 빚는 술에서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은 발효기간이 3일이라는 단기간에 걸친 발효를 통해 잔당으로 인한 단맛과 누룩 물로 빚는 술에서 나타나는 산미가 적절하게 조화되면서, 그 감칠맛이 배가되는 까닭에 자꾸만 마시고 싶어지고, 시원한 맛을 동시에 주게 된다는 점에서 선호되는 주방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要錄>의 ‘하일주(夏日酒)’는 다르다. 주방문을 보면, “백미 1말을 백번 씻어서 곱게 가루로 만들어 끓는 물 7사발을 부어 술죽을 쑤어 식은 후에 누룩가루 4되와 밀가루 4홉을 섞어 놓는다. 3일이 지난 후에 백미 3말을 백번 씻어서 가루로 만들어 끓는 물 2말 5되와 섞어서 식은 후에 앞서의 주본에 섞어서 빚어 놓았다가 7일 후에 사용한다.”고 하였다.
<要錄>의 ‘하일주(夏日酒)’는 두 차례에 걸쳐서 범벅을 쑤어 빚고, 누룩과 밀가루는 밑술에만 한 차례 사용하는데, 술의 발효기간은 총 10일이어서 속성주류로 분류할 수 있다. ‘하일주(夏日酒)’처럼 두 차례에 걸쳐서 범벅을 쑤어 술을 빚는 주방문은 매우 드물기도 하거니와 덧술의 발효기간이 7일이라는 점에서 자칫 산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절대다수의 하절 술에서 밑술은 죽이거나 흰무리 떡을 만들었다가, 다시 끓는 물과 섞어서 죽 형태로 하여 빚는 방법으로, 3일 만에 채주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굳이 ‘하일주(夏日酒)’와 유사한 주방문을 찾는다면, <需雲雜方>의 ‘하일약주 우방’과 <釀酒集>의 이양주법 ‘삼일주’ 등을 들 수 있다.
‘하일약주 우방’은 밑술과 덧술을 백설기를 쪄서 끓는 물과 섞어 다시 죽처럼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이고, ‘삼일주’는 밑술과 덧술을 다 같이 죽으로 하는 방법이다. 그만큼 ‘하일주(夏日酒)’는 독특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주방문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일주에 한 차례 더 범벅을 만들어 덧술을 한다면 ‘삼해주’와 같은 명주가 될 수도 있다.
<要錄>의 ‘하일주(夏日酒)’를 빚을 때는 특히 덧술의 범벅을 쑬 때 주의해야 한다. 쌀의 양이 많은 반면 끓는 물의 양은 많지 않으므로 고루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쌀가루와 물을 등분하여 여러 그릇에 나누어 범벅을 쑤도록 하고, 완전히 차게 식혀야 한다는 것이다. ‘하일주(夏日酒)’의 맛과 향기는 덧술의 범벅을 얼마만큼 고루 익히고 차게 식혀서 사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여름철이기 때문이다.
◈ 夏日酒 <要錄>
◇주 원료 ▴밑술:멥쌀 1말, 누룩가루 4되, 밀가루 4홉, 끓는 물 7사발
▴덧술:멥쌀 3말, 끓는 물 2말 5되
◇술 빚는 법 ▴밑술:①멥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뺀 후) 가루로 빻는다. ②솥에 물 7사발을 팔팔 끓여 쌀가루에 골고루 합하고, 주걱으로 무수히 저어 반생반숙의 범벅을 쑤어 놓는다. ③범벅을 (담은 그릇에 뚜껑을 덮어)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범벅에 누룩가루 4되와 밀가루 4홉을 한데 합하고, 고루 힘껏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⑤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멥쌀 3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가루로 빻는다). ②솥에 물 2말 5되를 팔팔 끓여 쌀가루에 골고루 합하고, 주걱으로 무수히 저어 반생반숙의 범벅을 쑤어 놓는다. ③범벅을 (담은 그릇에 뚜껑을 덮어)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범벅에 밑술을 한데 합하고, 고루 힘껏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 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키고 익기를 기다린다.
박록담은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