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이 대학에선 ‘전통주실습’이 전공과목이다

충남 홍성의 혜전대학 창의관에선 ‘전통주실습 시음회 및 품평회’가 열렸다. 이 학교 호텔조리외식계열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그간 준비한 술과 음식들을 맘껏 뽐냈다. 격려차 참석한 이재호 총장은 학생들이 직접 빚은 술과 음식을 맛보며 만족스러워 했다.
호텔조리외식계열 음료경영전공 학생들은 올해부터 1학년 2학기에 ‘전통주실습’이란 전공과목(3점)을 배운다. 그래서 이날 열린 시음·품평회도 가능했다. 전국 대학 가운데 전통주를 교과목에 포함시킨 학과는 이곳이 유일하다.
전통주실습 강의는 한국전통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이 올해부터 맡고 있다. 류 소장은 “생각보다 학생들의 열의가 대단하다. 그래서 놀랐다”고 말했다.
전통주실습 관련 중간고사는 이론 필기시험으로, 기말고사는 리포트로 대체한다. 그러나 저마다 팀을 짜서 실제 실습해보는 것에도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 덕분에 지난달 20일 열린 ‘2010 대한민국 가양주 주인(酒人) 선발대회’에서 강태준(姜泰俊·19) 군이 금상을, 김혜진(金惠珍·22) 양이 동상을 각각 수상했다.




전통주를 커리큘럼에 포함시킨 주인공
호텔조리외식계열 김용문 교수

김용문(金用文·53) 교수는 호텔조리외식계열 음료경영전공 과목에 ‘전통주실습’을 포함시킨 장본인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지만 그는 “술도 음식이니 전공과목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5년 전부터 커리큘럼에 전통주 과목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학교 측에서 난색을 표명했죠. 전통주여서가 아니라, 어느 학교든 정해놓은 커리큘럼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아요. 꾸준히 개진해오다 마침내 2년 전 심의에 들어갔고, 올해부터 1학년 2학기에 전통주 강의가 시작된 겁니다.”
그는 어떤 문제든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이뤄낼 때까지 끊임없이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그 같은 추진력 때문인지 지금의 자리까지 초스피드로 왔다. 2003년 시간강사로 시작해 2005년 겸임교수, 2007년 초빙교수, 2008년 전임 조교수까지 일사천리다.
김 교수는 교수직을 맡기 전 조명(照明)사업을 오래 했다. 꽤 많은 돈을 벌었지만 부도 한 번이 그에게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끔 했다. 아내와 상의 후 음식점을 하기로 맘먹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주방일부터 배워야 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다 외국인을 주로 상대하는 한 한정식집에 입사했는데, 그는 여기서 주방은커녕 18개월 동안 설거지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한 습진까지 생겨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언젠가는 한복려 원장의 ‘지화자’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을 봤다. 많은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기존 직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결국 다른 곳에서 일하던 그를 2년 후 한복려 원장이 다시 불렀다. 이후 대학로의 유명 한정식집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
“음식점에서 오래 일해 보니 조리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당시만 해도 저질 조리사가 많았죠. 직업의식도 없고, 오늘 싸우면 내일 말도 없이 그만 두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그러다 문득 여러 음식점에 괜찮은 조리사만 전문적으로 알선해주는 용역사업을 해보기로 맘먹었죠.”
여러 생각 끝에 우선 조리학과 동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혜전대학에 입학했다. 기막힌 우연이다. 아니, 이쯤 되면 필연이 맞다. 졸업 후 시간이 좀 지나니 시간강사 제의가 들어왔다. 아무래도 조리사 출신이니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지 않겠냐는 판단에서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혜전대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금까지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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