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에세이집인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에서 김우영 시인은 ‘술꾼이 권하는 四訓, 六戒, 三補’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四訓
① 술잔을 돌릴 때 가급적이면 주량이 센 사람에게는 권하지 말고 술을 잘 못하는 사람한테 권하라. 왜냐하면 주량이 센 사람한테 권하면 자신한테 술잔이 되돌아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② 술잔의 3분의 1 양은 늘 남겨놓고 다른 사람이 권할 때나 비로소 비우고 돌려라.
③ 가급적 술잔은 2~3개 갖고 있는 사람한테 집중 공략하라. 그러면 그 사람으로부터 자신에게 돌아올 확률은 그만큼 늦어지거나 적어진다. 따라서 잔이 없는 사람이 많아져 술잔의 공백을 분산시키는 계기가 된다.
④ 가능한 한 자신의 술잔을 비워두지 않는다. 술잔이 비면 자꾸만 돌려야 하고 잔이 없는 자신에게 돌아올 확률이 높다. 다만 입에 술잔을 대지 않으면 강요를 받으므로 늘 3분의 1은 남겨야 한다.
六戒
① 대화중 옆 사람하고만 심취하지 말라. 그것은 좋은 매너가 될 수 없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친다.
② 상호간 의견대립이 민감한 화제는 가능한 한 피하고 서로 공감대 형성이 쉬운 화제를 나누라.
③ 전체적인 화제를 주도하게 될 때 자신만이 잘 아는 화제로 이끌어 가면 여타 사람들이 피곤해 한다.
④ 사정상 부득이 먼저 좌석을 떠나려면 화장실을 가는 척하고 자연스럽게 벗어난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는데 간다고 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⑤ 지나치게 점잔을 빼면 곤란하고 적당히 취한 척해서 분위기에 어울린다.
⑥ 다음날 직장엔 꼭 출근하고 전날 술좌석의 해프닝은 가급적 화제로 삼지 않는다.
三補
① 술을 깨는 확실한 방법은 충분한 휴식이다. 꿀물이나 수정과, 생강차 같은 당분을 섭취해 알코올대사 효소의 작용을 촉진한다.
② 음식으로 숙취한다. 푹 곤 쇠뼈국물이나 콩나물국, 시금치를 넣어 시래깃국으로 얼큰하게 끓인 술국으로 속을 푼다. 또 동치미국, 매운탕, 북어 같은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한 것도 좋다.
③ 한 번 술을 마시면 최소한 3~4일이나 1주일 이상 술을 먹지 말아야 한다. 이 길만이 위와 간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첩경이다.
연말이면 술을 줄이겠다든가 하는 것들이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 사훈, 육계, 삼보라도 잘 지키며 술자리에 참석한다면 술병 들을 고생은 덜 할 것이다.
같은 유교권인 중국, 일본과 달리 유독 우리나라에선 술잔을 상대방에게 권하는 수작(酬酌)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아무리 언론에서 ‘술잔 돌리기를 하지 말자’고 해도 술잔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이것이 한국의 전통적인 주도(酒道)이기 때문이다. 인심 쓰듯이 술잔을 돌리고, “건강을 위하여” 같이 분위기 돋우는 식의 구호를 제창하면서 마시는 것이 우리의 술좌석 분위기다. 특히 “원샷!” 등의 구호로 술잔속의 피 같은 술을 일각에 쏟아 넣는 것이 미덕인 양 돼 버린 우리의 음주문화를 이제부터라도 올바르게 정립했으면 한다. 술잔이 오고가는 대작 음주문화는 “한 배에 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부여한다”고 하지만 싫다고 하는 사람에게까지 강권하는 분위기는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주당들이여! 새해에는 술 한 잔을 마시더라도 격에 맞게, 그리고 예의를 지키며 마시는 분위기 조성에 노력합시다. 와인이나 양주가 아닌 막걸리나 소주를 마시더라도 좀 더 세련되게 마시려는 노력이 있어야 선진문화민족이란 칭호를 받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