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3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 강원도 막걸리 양조장 실태조사를 했는데, 탁주관련 협회나 문건,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 조사한 강원도 막걸리 양조장의 숫자는 91개였다. 그런데 현지 조사를 하면서 새로 창업하고, 문 닫은 곳들이 있어서 최종적으로 45개 양조장이 파악되었다.
강원도내의 막걸리양조업은 전체 18개의 시·군중에서 원주, 강릉, 춘천, 홍천, 정선 지역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고,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왜소해졌다. 이글에서는 그중에서 홍천강이 흐르는 홍천지역의 양조장 상황을 통해서, 강원도 술의 한 단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홍천읍내의 홍천탁주합동양조장은 가슴 찡하도록 애잔하고 슬픈 곳이다. 폐허,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곳이랄까. 철문은 굳게 닫혔고, 무너진 담장 안마당은 쑥대밭이 되었고, 동굴처럼 어두운 양조장 내부는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가까이 가면 쓰러질 듯 한 양조장벽, 골조 구조가 드러나고 하늘이 보이는 천정, 뒤꼍에 나뒹구는 빈 병들 그리고 한때 꼼꼼하게 기록했을 서류 뭉치들마저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다, 급작스럽게 떠나가 버린 피난지, 도적들이 휩쓸고 간 뒷자리를 보는 듯했다. 막걸리를 즐기던 사람들이 떠나가거나, 소주나 맥주로 변심해버린 것을 어떠하겠는가? 그들을 잡지 못하여 홍천에서는 가장 번성했던 양조장이지만 영화로웠던 시절을 죄다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홍천은 다른 지역보다는 술이 존재할 수 있는 내성이 강한 곳이다. 쓰러지는 곳도 있지만 다시 일어서는 곳도 있다. 그것은 넓을 홍자를 쓰는 홍천강 때문일 것이다. 홍천강은 홍천군 서석면에 발원하여 서면 팔봉리, 모곡리, 마곡리를 거쳐 홍천군을 가로질러 청평호까지 143km를 흘러간다. 동서로 오목조목 흘러가는 홍천강을 따라 형성된 홍천군은 마치 홍천강의 영역을 배려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지자체로 보인다. 풍광 좋은 홍천강 가에는 팔봉산유원지, 모곡유원지, 반곡유원지, 청벽산물골안유원지, 남노일강변유원지 등 유원지들이 펼쳐진다. 좋은 물이 있으니 좋은 술이 나올 테고, 경치가 좋으니 술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즉 술이 필요한 곳이고, 술이 있으면 찾을 사람이 많은 곳이다.
팔봉산양조장은 서면 반곡리에 있어서, 반곡양조장이라고 불렸다. 지금은 김충선 대표가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막걸리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을 무대로 판매되고 있다. 홍천강 팔봉산 물이 좋다는 것을 든든한 뒷배삼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양조장이다.
반곡리에서 물길을 따라 더 내려가면 모곡 유원지가 나온다. 모곡 유원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영지양조장이 있다. 영지양조장은 길가에 막걸리 병을 진열해놓고, 지나가는 관광객이나 피서객들이 양조장을 찾아들 수 있게 해두었다. 양조장 마당은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고, 양조장 내부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홍천군 남면 시동리에는 홍천양조가 있는데, 홍천탁주합동이 문을 닫은 뒤로 시동양조장에서 홍천양조로 이름을 바꾸었다. 시동리는 주변의 산세가 좋고, 편안한 마을이다. 홍천양조는 마당이 넓은 곳에 큼지막한 양조장 건물도 갖추고 있다. 작은 동네 양조장이 아니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홍천에서 막걸리를 대량 생산하고 있는 곳은 하이트진로에서 운영하는 진로양조다. 홍천군 소재지의
홍천의 물이 좋아, 홍천으로 귀촌한 이가 차린 양조장이 있다. 홍천의 동쪽에 있는 내촌면 물걸리에 자리 잡은 전통주조 예술이다. 예술의 정회철 대표는 서울에서 변호사이자 헌법학자로 활동하다가, 물걸리에 양조장을 차리고 아예 귀촌해버렸다. 황토방을 들여 발효실을 만들고, 전통누룩으로 술을 빚어 항아리에서 숙성시킨다. 작은 규모지만, 재료의 선정에서 빚는 모든 과정에 ‘손과 몸’을 사용하고 있다. 농림부에서 선정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의 강원도 대표로 선정되었고, 2013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는 약주 동몽이 강원도 대표 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탁주로는 알코올 도수 10%의
물이 많고 물이 좋은 홍천 땅은, 좋은 술을 길러낼 수 있는 멋진 고장이다.
영업 |
팔봉산양조장 |
홍천군 서면 감물악길 28-33 |
팔봉산막걸리 |
434-0010 |
영업 |
영지양조장 |
홍천군 서면 한서로 332 |
쌀 막걸리 |
434-1386 |
영업 |
홍천양조 |
홍천군 남면 망덕산로 96 |
찰강냉이술 |
432-6347 |
영업 |
남면주조장 |
홍천군 남면 양덕원3길 40-1 |
양덕원막걸리 |
432-4020 |
영업 |
전통주조 예술 |
홍천군 내촌면 동창복골길 259-9 |
만강에 비친달 |
435-1120 |
영업 |
진로양조 |
홍천군 홍천읍 솔골길 7 |
진로막걸리 |
435-9966 |
폐업 |
홍천합동양조장 |
홍천군 홍천읍 갈마곡리 2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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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
삼포합동양조장 |
홍천군 화촌면 외삼포리 5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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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
속초양조장 |
홍천군 동면 성수리 4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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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천강가에서 열린 홍천인삼축제날에
2 홍천인삼축제에 맞춰 출시된 남면주조장의 양덕원인삼막걸리
3 문을 닫은 홍천읍내 홍천합동양조장
4 막걸리 수출에 주력하는 진로양조
5 남면 시동리에 있는 홍천양조
7 팔봉산 양조장의 발효실
8 전통주조 예술에서 단호박막걸리를 항아리에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