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品 안동소주’를 만나다
가히 조 회장은 조지훈의 주도유단론(酒道有段論)에서 15단(惜酒: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급인 酒賢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날 대화가 끝나갈 무렵 조 회장이 슬며시 건넨 것이 ‘名品 안동소주’였다. 증류식 소주인데 맛이나 보라며 건넨 소주 2병을 받는 순간 정말 감격했다. 술꾼에게 술만큼 귀한 것도 없겠지만 술병의 첫 인상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전통주라면 도자기 병이 보통이고, 너무 튀게 만들다 보면 거부감이 있기 마련인데 ‘名品 안동소주(19.8%)’병은 마치 크리스탈 소재처럼 보이는 백색 유리병이다. 평범한 유리병이 크리스탈로 보이게 한 것은 20각형으로 디자인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손에 들어오는 감촉이 밋밋한 것에 비해 훨씬 감각적이고 도전적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술병 디자인에 1억 원이나 쏟아 부었다니 짐작이 간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술병. 같은 술이라도 담는 용기에 따라 이처럼 느낌이 달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다. 한층 고급스럽게 느끼게 하고 저절로 손이 가게 만드는 것은 만든 이가 술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꾸 찾게 되는 좋은 만남 좋은 느낌
주당들이 새로운 술을 만나면 가슴이 뛴다. 마치 총각 때 선 보러 나가는 마음이라고나 할까. 첫 인상이 좋은 아가씨 손을 잡은 기분으로 ‘名品 안동소주’를 안고 한 걸음에 달려왔다.
기자는 바로 조 회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적어 이메일을 날렸다.
“해톳비가 내리는 날 ‘名品’이 나를 즐겁게 했습니다. ‘좋은 만남 좋은 느낌’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합니다”고 했다.
‘名品 안동소주’가 내건 슬로건이 바로 ‘좋은 만남 좋은 느낌’이였기 때문이다. 이 처럼 좋은 술을 마신 사이가 오래갔으면 해서다. 만남이 좋고 느낌이 좋으면 자꾸 찾게 되는 것이 사람뿐만 아니라 술과의 인연에서도 예외는 아닐 듯싶다.
“안동소주를 명품반열에 올려놓겠다”
“도대체 이처럼 좋은 술을 누가 빚었을까”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名品 안동소주’공장(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노리 988-3번지,www.andongmyoungju.com)을 찾았다.
‘名品 안동소주’가 위치한 곳은 풍산읍농협단지내인데 제일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 풍수지리상으로 봐서 명당이 틀림없다. 전통주 술공장이라면 어딘가 예스럽고 오래된 건물이려니 하는 생각이 일순간 사라졌다. 술병만큼이나 현대식 건물이다.
이 회사 윤종림(42세) 대표가 농업회사법인으로 안동전통명주(주)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08년 7월 23일로 역사가 짧기 때문일 것이다.
윤 사장이 술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2년, 그의 부친이 운영하던 ‘칠갑산주조(주, 충남 청양군 본의리)’에 입사하고부터다. 이후 2006년 ‘칠갑산주조’ 대표이사에 취임 한 후 15년간 주류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동안 칠갑산주조에서 구기자주, 복분자주, 매실주, 산삼주, 송이주, 오디주, 석류주 등을 개발하여 주류 제조․판매에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한 윤 사장이 증류식소주의 본 고장인 안동에다가 공장을 차리게 된 내력 또한 재미있다.
윤 사장 역시 증류식 소주에 반해 안동소주를 인수수하기 위해 안동을 찾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인수 못하면 차리면 되지”하는 마음으로 안동시청을 찾아가 자신이 “안동소주를 명품반열에 올려놓을 자신이 있다”고 역설하자 시당국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바로 공장 건설에 들어간 것이 오늘날 ‘名品 안동소주’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 한다.
감압증류방법으로 화덕내 최소화
현재 안동전통명주에서는 국산 쌀과 지하 158m의 천연 암반수를 사용하는 한편 전통양조법에 특유의 감압증류법을 가미해 전통과 현대의 맛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 느낌(19.8%, 30%), Feel (40%), 도자기 선물세트(30%, 45%)등을 생산한다. 안동전통명주가 소주 도수를 다양화 한 것은 무더운 나라의 경우 도수가 낮은 소주를, 추운 나라는 독한 술을 마신다는 것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누룩 향을 줄이는 대신 순하고 부드러우면서 뒤끝이 깔끔하도록 냉동여과 증류원액을 사용해 외국인들의 기호에 맞췄다. 그리고 화덕내를 최대한 걸러낸 탓에 젊은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는 안동지역의 전통 소주제조기법과 고객취향의 신개념 양조기술을 접목한 데다 우리 쌀로 빚은 증류식 소주로 화학재료 없이 저온 고밀도 여과방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순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한 명품 소주로 사랑 받는 까닭”이라고 윤 사장은 설명한다.
특히 일본 사람들이 ‘名品 안동소주’를 맛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단다. 그래서 일본 최대 유통회사인 세븐일레븐에도 곧 납품돼 일본 전국에 ‘명품’이 선보이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했다.
이미 지난 2008년 11월에 필리핀과 베트남에 수출이 시작되었고, 지난해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에도 ‘名品’이 상륙했다.
‘술 대통령’이 나의 꿈
전통주는 생산이 문제가 아니라 유통이 문제라는 것이 정설이다. 86년 아시안게임 이후 전통주 문호가 개방되면서 전통도 없는 많은 전통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최근 부도사태를 맞아 문을 닫은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이 같은 여건에 대해 패기 넘치는 윤 사장은 “개념 없이 상술 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면서 “대기업과 싸워도 자신감 있게 밀고 나가면 전통주는 반드시 승산이 있다”고 피력했다.
술이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 음료가 아니라 민족의 전통이 스며든 문화상품으로서 건강에 좋다는 신개념 음주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윤 사장은 앞으로의 꿈이 ‘술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 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주류를 취급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 賢士도 안중에 없다는 인식이 박혀 있어서다. 한 마디로 酒格이 낮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이 같은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생산자부터 스스로 격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사회에서 술공장을 하고 있다면 프랑스처럼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주류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名品 안동소주’는 비롯 후발주자이지만 킴스클럽, 농심마트, 백화점, 대형할인매장 등을 통한 판매와 우체국 등을 통한 통신 판매를 실시하고 있으며, 육․해․공군 등 군납과 인천국제공항 등 면세점에도 출고를 추진하고 잇다.
이를 위해 첨단시설로 양질의 주류를 생산하기 위해서 주류의 숙성과정, 증류과정, 포장과정 등 다량생산에 따른 위생상, 주질상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하여 첨단제조 시설로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반자동화 시설로서 하루 생산능력은 19.8%/350㎖ 기준 10,000병에 이른다.
특히 올 가을 그가 개발한 쌀을 주 원료한 발포식 맥주가 출하되어 대박을 터트리면 그가 꿈꾸어온 ‘술대통령’이 될 날도 머지 않을 상 싶다. (문의 전화:054)853-1200)
안동 현지에서 김 원 하 기자(tinews@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