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허홍구는 대구 토박이다. 대구 사투리를 모르면, 허시인의 시에서 “맛”을 놓친다. 옆의 작품에서 그 “맛”을 느끼고, 다음 글에서 대구 사투리의 진수를 경험하자.
"[수암칼럼] 물티이, 쫌새이, 배막띠이는 빼고… 어제는 대서(大暑). 한더위 속에 시(詩)라도 감상하며 무더위를 덜어보자. 대구`경북의 방언(사투리)을 구사하며 시의 미학적 완성도를 이뤄냈다는 대구 출신 상희구(70) 원로시인의 연작시(連作詩), ‘大邱’(대구`도서출판 황금알 펴냄)라는 시집이다.
<대구풍물> 용두방천에는 돌삐이가 많고 무태에는 몰개가 많고 쌍디이 못에는 물이 많고 깡통골목에는 깡통이 많고 달성공원에는 가짜 약장사가 많고 진골목에는 묵은디 부잣집이 많고 (중략) 칠성시장에는 장화가 많고 자갈마당에는 자갈은 하나도 안 보인다.
해학이 넘치는 상 시인의 시를 꼽아본 것은 요즘 우리 주변 곳곳에 차고 넘치는 ‘많은 것’들 중에는 왜 낭만적이거나 추억을 되씹고 싶어지는 것들보다는 입맛이 떫은 것들만 차고 넘치느냐는 거부감이 있어서다.
보통시민들의 갑갑한 가슴속에서는 ‘대구풍물’ 시를 이렇게 패러디해 보고 싶을지 모른다. 여의도에는 검찰에서 잡아 갈라 카는 사람이 많고 을지로에는 가난빼이 이자 삐끼묵는 은행이 많고 청와대에는 떡꼬물 조우 묵다가 언치는 사람이 많고 대학에는 선거 돈 퍼 미기다가 자빠라지는 총장이 많고 월급 마~이 받는 자동차 공장에는 뻘건 머리띠가 많고 광화문 청사에는 어문 짓하는 삐개이(병아리)들이 많다 지대로 돌아가는 거는 씨가리 만큼도 안 보인다.
많고 많다는 것들, 고작 이런 거다.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을 감싸는 방탄 국회, CD 이자 담합으로 서민 가계를 쥐어짜는 시중은행들, 병아리 수준의 외교력으로 한일 정보 교류의 외교적 혼선을 일으킨 정부, 부속실장까지 뇌물 의혹을 받는 청와대, 최고 지성 집단이라는 대학의 혼탁한 총장 선거 비리, 평균 연봉 7천만 원 공장 직원들의 파업…. 그런 위기와 실망 속에 그나마 희망을 던져줘야 할 대선 주자들마저 너도나도 현실감 없는 숫자놀이 입 인심에다 물고 뜯는 험담만 쏟아내고 있다.
그들을 보며 ‘大邱’의 시 한 편만 더 감상해 보자. <물티이> 가리늦게(뒤늦게) 머시마만(남자애) 너이로(네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