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그 솔직함이 좋아서 보슬비 내리는 날 목로주점에 앉아 술을 마시는지 모른다. 이런 것이 인생의 멋과 낭만이라 여기면서 되지도 않은 인생철학을 논한다. 소시민의 일상이다.
술은 최고의 음식이다.
그러나 술을 잘못 마시면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한 개인의 말로를 우린 지금껏 많이 보아왔다. 술에는 공과 실패가 담겨있으니 술 먹기를 밥 먹듯 하면 탈이 없다.
술을 마시면 힘이 쎄진다. 피로도 어느 정도 가신다. 그래서 옛날 어르신들은 농사일을 하실 때 밭두렁이나 논두렁에서 농주를 마시며 힘을 북돋았다.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힘을 보충하기 위함이다.
술을 마시면 힘이 쎄진다는 것은 일상에서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주석에서 힘이 약한 사람이 주사를 부리며 싸움을 걸어 올 때 이를 말리다 보면 평소보다 엄청 힘이 쎄졌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같은 힘을 가졌더라도 술을 마신 사람과 팔씨름을 해 보면 안다.
그러나 술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적당히 마시면 백약지장(百藥之長)이란 소리를 듣지만 도가 지나치면 패가망신(敗家亡身)의 지름길이 술 마시는 일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주신(酒神)은 해신(海神)보다 더 많은 사람을 익사시켰다.”고 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게 아니고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타깝게도 작년에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신분을 은폐하려한 음주운전 공무원이 887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재작년 939명에 비해 5.5%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소에는 공무원 신분임을 십분 발휘하면서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공무원이 아닌 척한다’는 것은 공무원 자격이 없는 비열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바로 공무원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떳떳하게 공무원신분을 밝히고 그에 응당한 처분을 받는 것이 진짜 주당의 모습이다.
안행부는 신분을 은폐한 음주운전 공무원에 대해서는 신분을 밝힌 경우보다 가중처벌을 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또 이런 사람들도 주당사회에서 추방시켜야 한다.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술김에 그렇게 되었다’고 선처를 바라는 것 역시 술을 모독시키는 처사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술도 음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술은 인류역사와 그 괴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애주가는 정서를 가장 귀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얼큰히 취하는 사람을 최상의 술꾼으로 쳐준다.
석잔 술은 대도로 통하고(三盃通大道), 한 말술은 자연과 하나 된다(一斗合自然)고 했다. 이런 경지를 이해하고 술을 마신다면 술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전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의 추태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인턴사원과 술을 마시다가 성희롱을 했다는 것인데, 만약에 이번일이 터지지 않고 넘어갔더라면 어찌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르긴 해도 이번일 보다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을 가져본다.
비 한 방울이 진흙 속에 내리면 진흙을 어지럽게 하나, 옥토에 내리면 그곳에 꽃을 피우게 하는 것처럼 술 한 잔이 신분 상승도 되고 윤창중 씨처럼 패가망신에다가 국격까지 추락시키기도 한다. 이번 일오 제2, 제3의 윤창중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가정이나 학교, 또는 직장에서 올바른 음주문화를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만 술을 욕되지 않게 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