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식약처로 승격, 비논리적 상황 견제

보건당국자들이 혼란에 빠지는 이유는 주류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가져온 기본인식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술의 정의에 대해 크게 고민을 해 본 일이 거의 없고, 학교에서도 가르친 적이 없으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대토론에 임한 적이 없다.

다만 정부당국자들이 1990년대 말 근본적인 논의가 부족한 가운데 주류를 의존성 약물로 정의하고 건강차원에서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정책을 펴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술은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제례, 접빈객, 사교시 상음해 왔고, 음식과 동일시해온 기호품이었다. 즉 국민들은 음주친화적 삶을 가졌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1965년 국세청 설치 이후 주류는 세원조달과 산업합리화, 위생관리 등을 목표로 주세법체계 하에서 통합관리되어 왔다. 즉, 주류는 면허, 첨가물, 표시사항, 안전관리, 산업발전 등에 대한 정책대상물질로 관리되어왔다.

그러한 주류를 건강과 관련한 물질로 공식적으로 규정한 것은 2006년, 보건당국이 주도한 정책인 파랑새플랜에서였다. 하지만 불과 6년 전의 일이었고, 아직도 그 정의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파랑새 플랜에 국가적인 정책인 것을 제대로 아는 국민도 없고, 공직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그 내용에 대해 깊은 인식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틀린 평가는 아닐 것이다. 그 일이 필요했지만 이루어 지지 않았고, 그렇게 정책은 추진되었더라는 것이다.

그 가운데 이번 주류안전관리법 개정은 사실 2010년 세원관리와 주류면허관리는 국세청이, 안전관리는 식약청이 담당하도록 이른바 행정체계의 분화에 관한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 각서)의 체결에서 비롯되었다. 그동안 주류수입량이 늘어남에 따라 수입주류의 안전관리를 식약청이 개입하였고, 이에 수입주류의 안전관리 소관부처를 두고 논란이 생겼다. 그런 일이 계속되자 술도 식약청이 안전관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문제의식이 싹 텃다.

그렇지만 소관부처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술이 식품인가?, 의존성 물질인가? 마약인가?” 등과 관련한 정의 문제를 두고 주장이 있었을 뿐 심층적인 토의를 하는 자리를 볼 수 없었다. 나중에 소관부처를 식약청으로 결론을 지었지만 사실 교통정리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의 구성절차가 완전치 않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 전에 주류안전관리의 소관부처 논란을 정리한 것이 2006년의 국세청과 식약청간의 MOU교환이었다. 즉 주류제조사업자의 소관부처는 국세청이며, 소관법령은 주세법이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다만 주류의 안전관리는 식약청이 식품위생법의 원료, 첨가물, 유해물질 잔류, 가공과 유통과 관련한 기준에 따라 관리하고, 필요한 수준의 시정명령 또는 과태료 처분을 하고, 국세청에 통지된 경우 주세법에 따라 면허취소, 제조 및 출고정지, 과태료처분 등을 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결국 면허와 제조 및 출고정지와 같은 강력한 제재는 국세청이 담당하지만 주류안전관리와 실제로 관련된 모든 관리와 처벌은 식약청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보다 하드(hard)한 규제는 국세청이 보다 소프트(soft)한 제재는 식약청이 담당하여 상호 균형과 협력을 통해 보다 유연한 규제정책을 펴자는 합의로 보인다.

이같은 합의는 잠깐 이었고 이내 식약청으로 통폐합이 되었다. 그러므로 국세청에서 관리할 때는 식품이 아니라 다만 주류이었기 때문에 식품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알코올 의존증 측면 통제를 강화할 수도 있는데 식품으로 정의되게 되면 위생상의 측면에서만 문제가 되지 않으면 의존증이나 양적 통제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나의 부처에 포함된 기관일 때는 그러한 비논리적 상황이 가능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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