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전국에 오메기·고소리술 공장은 우리뿐

회사 인수後 정상화 궤도에 올려놔

술냄새도 못맡지만 발로 뛰며 영업

 

작년 품평회 大賞 이후 관심 폭발

30도 고소리술 등 신제품 곧 선봬

 

 


제주를 대표하는 술 가운데 하나가 좁쌀로 만든 약주(藥酒) ‘오메기술’이다. 이 술을 전통방식으로 증류해 얻은 소주(燒酒)가 ‘고소리술’이다. 대산영농조합법인은 이 두 가지 술을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유일한 회사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아예 상표등록까지 해놓았다.

“제주에도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그러니 육지(다른 지역)사람들은 더 모르겠죠.”

대산영농조합 김숙희(48) 대표는 이 회사를 2010년 7월 인수했다. 회사는 1998년에 설립됐지만 그가 인수하기까지 두 명의 오너가 왔다가길 반복했다. 사실 김 대표가 이 회사를 인수한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그는 술과 친하지 않다. 전혀 마시지 못한다. 술을 입에 대지 않았는데도 느껴지는 취기(醉氣)는 한동안 그를 무척 힘들게 했다.

“원래 향토음식전문점을 운영했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자의반 타의반 이 회사를 맡게 됐죠. 아는 것 하나 없었지만 별 수 있나요, 처음부터 배워야죠. 그런데 발효된 향을 맡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거예요. 두 달가량을 그렇게 보냈죠.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법인회사를 운영해 본 적 없었던 것도 걸림돌이었다. 그는 “재무제표(財務諸表)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다”고 했다. 인수하고 보니 재무제표가 마이너스 상태였다는 얘기다. 이는 어느 금융권에서도 대출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 역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래도 김 대표가 맡고서부터 회사가 변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에다 자금이 충분한 것도 아녜요. 그렇다고 도(道)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없어요. 그래서 이전 대표들이 힘들어 포기한 것 같아요. 영업은 엄두도 못 냈을 거고요. 물론, 지금이라고 달라진 건 없어요. 하지만 여러 생각 끝에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죠. 전 지금도 직접 밖으로 나가 영업해요.”

만년 ‘마이너스 성장’이던 이 회사는 조금씩 기지개를 켜더니, 급기야 올 상반기엔 플러스로 돌아섰다. 김 대표가 2년도 안 돼 회사를 ‘폭풍 성장’시킨 것이다. 더불어 그간 제주에서만 유통·판매됐던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서울까지 진출시켰고, 이젠 중국·일본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비교적 운(運)도 잘 맞아떨어졌다. 고소리술은 지난해 10월 유명세를 확실히 탔다. 이 술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한 ‘2011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식소주 부문 대상(大賞)을 받았다. 덕분에 당분간 회사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대상 한 번 받고나니까 주문 전화가 계속 들어오더라고요. 대상 술 한 번 맛보고 싶으니 보내달라는 거죠. 확실히 마셔본 사람은 또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 1년 정도만 더 고생하면 형편은 좀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술맛은 물맛’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술 원료 가운데 물의 비중이 크다. 그런 면에서 제주의 물을 사용한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제주의 물은 어느 시도(市都)에서나 사고팔 수 없다. 이 회사는 자체 지하수를 갖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수질검사를 맡기는 등으로 음용(飮用) 관리를 철저히 한다. 그런 물로 만들어내는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의 알코올 도수는 각각 14도와 40도. 오메기술을 만들 땐 약초 몇 가지가 들어가지만, 고소리술용(用)에는 넣지 않는다. 훨씬 깨끗하고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올해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에 조금씩 변화를 줄 계획”이라고 했다.

먼저, 오메기술은 원료의 비율을 새로 조정한다. 현재 좁쌀 53%, 쌀 47%이지만 앞으론 좁쌀을 적게 넣고 제주 쌀을 더 많이 넣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술맛은 더 맛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좁쌀이 많을 때보다 텁텁한 맛은 덜하고, 쌀을 좀 더 쓰니 주질(酒質)이 한결 부드러워질 것이란 얘기다. 그는 제주 농가(農家)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에는 논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예전엔 쌀 재배를 거의 안했죠. 대신 조를 많이 재배했어요. 그래서 이 술을 만들기 시작한 건데, 지금은 조 재배를 거의 안 해요. 새들이 다 쪼아 먹어서 하기 힘들다고 해요.”

조만간 30도까지 내린 고소리술도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모든 개발을 끝내고, 현재 병 디자인 선택만 남겨놓은 상태다. 김 대표에게 고소리술과 어울릴 만한 제주음식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제주 흑돼지와 참치와 무척 잘 어울린다”고 했다.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1997-1 ☎064․799․4225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