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막걸리는 물론이고 소주, 맥주 판매도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하소연이다. 주머니 사정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술 마시는 기회자체가 감소하고 있는데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말 송년회 모임이나 동창회 같은 모임도 술 대신 영화를 보거나 불우이웃돕기 행사 등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뚜렷해져 술 소비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처럼 술 마시는 기회가 감소하고 있는 데는 최근 일부 메이저급 언론사에서 주폭(酒暴)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술 마시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고, 건강문제를 생각하여 술을 자제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공화당 시절에는 주류업계에서 유발되는 생산유발효과가 국내 전체 GDP의 12%를 차지할 만큼 주세의 비중이 막강 하여 주당들이 애국자란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 최근에는 연간 22조6천억 원 정도로 국가재정에 주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해졌다. 앞으로 우리도 일본처럼 해가 갈수록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1982년 1월 5일, 1945년부터 무려 37년 동안 시행했던 통금이 폐지됐다. 통금이 폐지되면서 가장 활기를 찾은 곳이 술집들이 아니었나 싶다. 통금폐지에 주당들은 제 세상만난듯 열광했다. 통금에 걸릴까봐 대충 목만 축이고 술집을 나서야 했던 것을 맘껏 마실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신났겠나. 아마 이때부터 주류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했고, 주당들도 폭주를 일삼아 주폭자를 양산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시간이 흘러 이제 통금해제의 효과는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여행 자유화로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많은 음주문화를 겪어본 주당들은 술은 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기류로 인해 한 때 영웅 취급을 받던 폭주자(暴酒者)는 주석에서 인기가 떨어져 자칫 외면을 당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주석에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이 또한 인기 없는 사람이 된다.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게 최상의 미덕이다. 경험에 의하면 자기 주량의 70%를 넘지 않게 마시면 실수도 않고, 몸도 망가지지 않는다. 적당량의 술을 마시면 술을 안 마시는 사람보다 장수한다는 것은 그 동안 여러 논문에서도 제시된바 있다.
술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다르다. 종교적인 문제부터 신체적인 문제 등 각양각색인데 이는 아마도 알코올이 흡수되면서 나타나는 변화에 대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스탠퍼드대와 텍사스 주립대학(오스틴) 연구팀이 20년 동안 1,824명을 대상으로 음주실태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하루 적당량의 음주자와 폭음자 그룹의 사망확률이 비음주자 그룹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조사결과 비음주자는 20년 기간 동안 69%가 사망했지만 폭음자는 59%, 그리고 적당량의 음주자는 41%가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 보듯 적당량의 알코올 섭취는 그 술이 어떤 술이든 간에 관계없이 심장질환을 25~45%정도 감소시키고 사망률도 10%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당들이 들으면 솔깃한 말이겠지만 두주불사(斗酒不辭) 같은 폭주자들은 ‘적당량’이라는데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음식도 편식이 나쁜 것처럼 술도 음식이라 여긴다면 두주불사(斗酒不辭) 할 것이 아니라 주종불사(酒種不辭) 해야 할 것이다. 많이 마시는 것 보다는 여러 가지 술을 먹어 보는 것 또한 즐겁지 않은가.
설 명절에 가족끼리 둘러 않아 도소주(屠蘇酒:설날에 마시면 邪氣를 물리치고 장수한다는 도소를 넣은 약주. 歲酒의 시초이다)라도 마시면서 덕담을 나눌 때 “금년부터는 적당량만 마시자”는 다짐이라도 한다면 어떨까.
적당량을 마시는 음주 습관이야말로, 술이 백약지장(百藥之長)으로 약주(藥酒)란 것을 실감할 것이다.
[사진설명] 삶과술 178호 표지 사진/ 전남 목포 홍탁삼합과 막걸리 사진 문일식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