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주-약주 열전을 열며

글-사진/ 허시명(막걸리학교 교장)

조금 무모하고 많이 호사스러운 일이지만, 대한민국에서 빚어지는 청주-약주를 죄다 모아놓고 맛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청주-약주의 규모를 짐작해보려고 양조장과 제품 목록을 작성했다. 내가 의존할 수 있는 것은 흩어진 술책들과 대한민국 술품평회 출품목록 그리고 인터넷 정도였다. 목록을 작성하니 대략 60여개의 청주-약주 회사가 열거되었다. 술의 종류는 얼추 100종이 넘었다. 내가 마실 술이라면 네댓 종류만으로도 많지만, 대한민국 청주-약주의 전부가 100종을 간신히 넘다니 그 적은 숫자에 우선 놀랬다. 약주 시장이 위축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이는 백세주로 대표되던 약주 시장 줄어들었던 것이지, 약주-청주 산업은 본래 왜소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술을 어떻게 맛볼까 궁리하다가, 막걸리학교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뭇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그래서 2014년 1월에 막걸리콘서트라는 주제로 <대한민국 청주-약주 열전>을 열고 이런 글을 올렸다.

“술은 크게 탁주, 청주, 과실주, 소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탁주를 막걸리라 부르고, 청주를 약주라 부르고, 과실주를 와인이라 부르고, 소주를 희석식소주와 증류식소주 또는 리큐르 등으로 달리 부르기도 합니다. 2014년 막걸리학교 연속 기획으로 이들 술을 모아놓고 비교 시음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내 고장에 어떤 술이 있는지, 내 나라에 어떤 술이 있는지 모르고 술을 마셔온 이들이 많은 게 한국음주문화의 현실인데, 이런 행사를 통해서 한국 술의 현주소도 가늠해보고, 술맛도 익혀보고 평가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기획으로 대한민국 청주-약주가 앞장을 섭니다. 청주-약주 회사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 중입니다만-사실 이런 통계를 한군데 모으고 알리는 곳도 없습니다. 왜 이렇게 숨겨놓기만 할까? 맛있는 술이 있는데, 그 술을 통해서 좀 더 멋들어지게 친구를 맞이할 수 있는데 왜 그럴까? 그런 의문을 품고 이번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땅에 맛있는 술이 많으니 자랑도 하고, 그 맛도 함께 즐겨봅시다.

청주와 약주는 관습적으로는 서로 뒤섞어 사용하기도 하고, 주세법이나 사전에서는 분리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좀 더 넓은 범주에는 증류하지 않은 맑은 술 정도라고 할까요. 이번에 대한민국 청주-약주 열전에서는 한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약주-청주 중에서 한국을 대표할 만한 술들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눈과 코와 입으로 술 공부를 해봅시다. 그리고 평가 지를 제시하여, 인기투표도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의 대표 청주-약주를 모아놓고 시음하는 ‘보기 드문’ 자리이니, 이 자리를 통해서 한국 청주의 위상과 수준을 함께 가늠해봅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목록을 작성하고 그중에서 60여개의 청주-약주를 구해다놓고 술을 맛보았다.

◇대한민국 청주-약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