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7)

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⑦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7)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七 首

登岳陽樓

악양루에 올라

昔聞洞庭水, 今上岳陽樓。

吳楚東南坼, 乾坤日夜浮。

親朋無一字, 老病有孤舟。

戎馬關山北, 憑軒涕泗流。

예로부터 동정호 말로만 듣다가,

오늘에야 악양루에 올랐다.

오나라와 초나라 동남으로 갈리고,

하늘과 땅에 낮과 밤이 뜨는구나.

친한 벗 소식 한 자 없고,

늙고 병든 몸 외로운 배 한 척뿐이네.

관산 북쪽 전쟁 아직도 그치지 않으니,

난간에 기대여 눈물만 흘리노라.

◈ 배경

대력 3년(768) 겨울, 57세에 악양루에 올라 동정호를 바라보며 늙고 병든 몸으로 방랑하는 자신의 신세와 아직도 전란에 휩싸여 있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눈물로 쓴 시다.

어휘

▴岳陽樓(악양루) 호남성 악주부(湖南省 岳州府)에 있는 부성(府城)의 서쪽 문 누각.

▴洞庭水(동정수) 동정호(洞庭湖:호남성 북부에 있는 중국 제2의 담수호).

▴坼(탁) 터질 탁. 갈라지다.

▴乾坤(건곤) 하늘과 땅.

▴戎马(융마) 전쟁터에서 쓰는 말. 즉 전쟁을 의미함.

▴關山(관산) 변방.

▴憑(빙) 기대다. 의지하다.

▴涕泗(체사) 눈물 체. 콧물 사. 눈물 흘리다.

해설

동정호가 유명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그 물가의 악양루에 오르니, 동쪽과 남쪽으로 펼쳐진 옛 오(吳)나라와 초(楚)나라 땅은 확 트여있고, 하늘과 땅이 밤낮없이 물에 떠 있는 듯 넓고도 넓기만 하다고 동정호의 광활한 모습을 잘 표현하였다.

호쾌한 동정호의 풍광은 장대하여 나무랄 데 없지만 지금의 처지를 생각하니 친구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연락조차 없고, 내 늙어 병든 몸은 외롭게 배를 타고 떠돌아다닌다. 고향 땅 저 북녘은 아직도 전쟁 속에 있으니 돌아 갈 길 막막해 악양루 난간에 기대어 서서 눈물만 흘린다며 시인 자신의 심경을 읊었다.

◈ 명구

親朋無一字, 老病有孤舟。

八 首

旅夜書懷

나그네 밤의 회포

細草微風岸, 危檣獨夜舟。

星垂平野闊, 月涌大江流。

名豈文章著? 官應老病休。

飄飄何所似? 天地一沙鷗

가냘픈 풀잎에 미풍 이는 언덕,

높다란 돛 달고 밤에 홀로 떠 있는 배.

별빛 쏟아지는 평원은 광활하고,

강가에 비친 달 물결 따라 흘러가네.

어찌 글로써 이름을 드러내리오?

관직은 이미 늙고 병들어 그만두었는데.

떠도는 이 신세 무엇에 비할까?

하늘과 땅 사이 한 마리 갈매기일세.

◈ 배경

당 대종(代宗) 영태)(永泰) 원년(765) 정월에 두보는 절도참모를 사임하고 성도 초당에서 살았다. 그해 4월에 엄무(嚴武)가 죽자 그는 의지할 곳 잃고 가족을 이끌고 성도를 떠나 동쪽으로 내려오는 도중에 자신의 신세를 외로운 갈매기에 비유해 지었다.

◈ 어휘

▴危檣(위장) 높은 돛대.

▴垂(수) 드리우다.

▴月涌(월용) 장강의 넓은 수면 위로 달이 솟아오름을 표현하였음.

▴飄飄(표표) 바람에 가볍게 날리는 모양. 바람에 휩쓸리듯 떠돌아다님을 표현.

▴沙鷗(사구) 물새. 백사장의 갈매기.

◈ 해설

인간사에 대한 탄식과 비애가 시 전반에 흐르고 있다.

이 시는 뱃길로 장강(長江)을 따라 충주로 가는 도중 배 위에서 밤을 새워가며 쓴 두보의 자화상이다. 이 나이 먹도록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헛되이 살아왔다는 자아를 비탄한 것이다. 즉, 곤궁과 실의 속에 세월을 보낸 두보는 위기에 처한 나라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지 못한 자신이 못내 한탄스러웠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산다는 명제 앞에서 누구나 뒷모습은 쓸쓸하다. 해 놓은 것도 없고 정착할 곳도 없는 늙은 나그네는 병으로 육신도 여의치 않고, 뒤돌아보니 쓰라린 인생 여정마저 착잡하기만 하다. 그러한 처지를 두보는 모래밭에 앉아 있는 한 마리 ‘나그네 새’인 갈매기와 다를 바 없다고 하면서 짙은 고독감을 나타내었다.

서산의 빈 바닷가 모래톱에 걸려있는 작은 조각배. 물이 차고 달이 솟아오르는 밤이 되면 또 어디로 향할까?

◈ 명구

飄飄何所似, 天地一沙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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