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고 박정희 대통령이 즐겼던 능곡 막걸리

한 때 박정희 전(前) 대통령이 들판에서 모내기를 하고 난 후 농부들과 막걸리 잔을 주고받는 정겨운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그 때 마시던 막걸리가 바로‘능곡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다.

사실 박 대통령과 능곡양조장 막걸리의 인연은 우연히 맺어졌다.

1960년대 한양골프장에 들렀던 박대통령이 인근 실비집인‘실미옥’이란 대포 집에서 능곡양조장의 막걸리를 맛본 뒤“술맛이 좋다. 어디술이냐”고 물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청와대 직원이 찾아와 매주 1∼2말씩 대통령이 마실 막걸리를 실어갔다. 능곡양조장에서는 1966년부터 79년까지 14년 간 청와대에 막걸리를 공급했다.

박 대통령은 양주를 먼저 마시고, 다음에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독특한 음주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시해 당하던 그 날에도 청와대에서는 능곡막 걸리를 받아갔고, 그 날 받아간 막걸리를 마시기 전에 시해 당했다.

14년 간 청와대에 막걸리를 공급했던 박관원(고양탁주합동제조장 대표이사)씨가 그동안 수집해온술 관련 자료들을 모아 오래전 ‘배다리술박물관’(031-967-8052)을 개관했다.

지하철 3호선 원당역에서 내려의정부 쪽으로 300여m쯤 걷다보면 길가에‘배다리술박물관’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바로 초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 건물치고는 너무 근사하다. 건축을 전공한 박관장의 장남 상빈 씨가 직접 설계하고 집을 지었다.

1200평 부지에 지상 2층 건물(연면적 220평)의 박물관에는 제1, 제2전시실 외에 영상실, 강의실, 휴게실이 아담하게 갖춰져 있다. 지역의 각종 문화를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도 마련돼 있어 지역 문화인들로부터 호평 받고 있다.

2층에 마련된 제1 전시실에는 조선 중기 탁주, 약주(청주), 소주를 빚을 때 사용된 누룩 틀을 비롯해소주고리, 종국상자, 술시루, 쳇다리, 약주틀 등의 도구들이 전시돼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술 저장용으로 사용했던 각종술독, 술항아리, 술통들을 구경할 수도 있는데, 사람이 들어가도 보이지 않을 만큼 커다란 대형 술독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제2 전시실은 조선말기 때 술 빚는 과정을 미니츄어(밀랍)인형으로 전시한 것이 특징. 술 재료 준비과정에서부터 누룩 딛기, 밑술 만들기, 술 담그기 등의 과정을 구체적인 인물묘사와 동작을 재현해 흥미를 돋구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술 박물관을 열게된 직접적인 동기인 인근상회(술·잡화가게로 1915년 고양군주교리에서 박승언 옹이 창업)코너를 마련했다는 것. 그 때부터‘배다리술도가’가 시작

돼 지금의 박 관장에 이르기까지4대(代)가 술도가를 지키고 있다.

장남인 상빈씨가 5대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어 세업은 계속되고 있다. 제2 전시실 한 쪽에는 박 전 대통령이 허름한 탁자 위에 막걸리한 사발을 따라 놓고 막 마시려는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위>접시 위에 올려놓은 북어가 안주의 전부. 대통령의 술상치고는 너무 간소하다. 박 대통령이 ‘실미옥’을 찾을 때는 으레 북어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즐겼다

고 한다. 지금 1층 갤러리에서는 박물관개관기념으로 고양미술협회 회원들의‘9인각색전’이 열리고 있다.

술 박물관을 개관한 박 관장은 지독한 수집광이다. 레코드를 비롯해 엽전, 우표 같은 것들을 닥치는데로 수집했다. 술 박물관 개관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

“6년 전 일본의 삿포로맥주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곳에는 과거부터 사용해오던 술 빚는 도구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잘보관해놓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감명 받았죠. 그래서 모으기 시작한 술 관련 수집 품이 집안을 채우고 공장까지 넘쳐났습니다. 결국 가족회의를 거쳐 술 박물관을 짓자는 데 합의를 봤죠.”술 박물관은 이제 고양시의 새로

운 명소가 됐다.

앞으로‘배다리박물관’에서는 술전문가와 강사 등을 초빙, 수강생들이 직접 약주를 빚어 발효 및 숙성까지 실습할 수 있는 교육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당분간 박물관은 무료로 개관한다. 뿐만 아니라 고양탁주(구 능곡양조장)에서 제조되는 막걸리와 동동주 등도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전통술 歷史와 4代전통이 한곳에 ‘배다리술박물관’개관 故박대통령 즐겼던 능곡막걸리 14년간 청와대 공급 박관원씨가 오랜 술자료들 모아 3일 문열어조선시대 술도구등 다양, 당분간 입장·시음 무료전통주조백년사(傳統酒造百年史)박관원 관장이 평생 술도가를 하면서 모은 자료와 배다리술도가의 숨겨진 이야기들이진솔하게 담겨져 있다. 이 책 속에는 술의 역사와 문화, 근대화 이후 전통주의 변모와 배다리술도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주교주(舟橋酒)‘배다리’를 한문화하면‘주교(舟橋)’가 된다. 박물관 개관을 기념하고, 막걸리 수요가 격감하자 박상빈 대표가 개발한 술이‘주교주’다. 16도의 이술은‘소주처럼 취하고 순곡주처럼 부드러운 것’이 특징. 배다리술박물관에는 소주고리 등의 술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박관원씨는 그간 모아온 자료들을 토대로 술박물관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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