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85번 째 이야기
왜백주(倭白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왜미림주’가 소주를 사용하여 발효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술이라고 한다면, ‘왜백주(倭白酒)’는 누룩을 사용하는 대신, 이미 발효된 술을 누룩과 물을 대신하여 사용함으로써, 술을 색깔을 희고 밝게 만드는 방법의 매우 기교적인 술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의 술에서 누룩은 술 색깔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특히 한·중·일의 술 색깔은 각 나라의 누룩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한·중·일의 술 색깔만으로도 그 구별이 가능할 정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왜백주(倭白酒)’에서는 누룩의 색깔이 술의 색에 반영되지 않는 까닭에 매우 밝고 흰 색깔의 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술빚기에서도 청주를 사용하여 탁주를 얻고, 탁주를 사용하여 청주를 얻고 있는 주방문들이 등장하는데, 일본의 ‘왜백주’에서도 그와 같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왜백주’에서는 찹쌀 7되로 고두밥을 지어 누룩이나 물 없이 술 1말로 발효시키는데, 주품명이 ‘왜백주’인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백주’ 역시 조선의 양조기술이 일본에 전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증거를 들자면, <林園十六志>가 일본에도 유출되어 소위 <대판본(大板本)>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고려대본’이나 ‘규장각본’과 비교하여 보면 체제도 바뀌어 있고, 각 항목마다 주해(註解)를 달아 놓기도 하고, 순서가 바뀐 부분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林園十六志>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연구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데 우리는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민간에서 개인 추렴으로 연구를 해왔지만 힘에 부친다고 하자, 이제야 정부가 나서서 번역사업회를 만들고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비하여, 일본에서는 <林園十六志>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이미 수십 년 전에 끝나, 그 연구 결과가 사회 각 분야에 얼마나 퍼져 있고, 산업적으로도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어떻든 우리 전통주에서도 ‘왜백주’와 같은 주방문을 찾아볼 수 있는데, ‘급청주’를 비롯하여 ‘급시청주’, ‘시급주’, ‘청감주’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들 주품은 이미 빚어서 마실 수 있는 청주를 사용하여 탁주를 얻고, 탁주를 사용하여 청주를 얻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띠는데, 이들 주품이 ‘왜백주’와 다른 점은 술을 빚을 때 누룩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攷事新書>를 비롯하여 <攷事十二集>, <山林經濟>, <林源十六志)>, <海東農書>에 백주가 수록되어 있고, 일제 강점기의 일본인에 의해 저술된 <조선고유색사전>에서도 ‘백주(白酒)’를 찾아 볼 수 있다. <조선고유색 사전에 조선의 백주에 대하여 소개하기를, “백주는 ‘하쿠슈’. ‘박주’라고 한다.”고 하고, “백주(白酒)라고 불리지만, 내지(內地, 일본)의 추절구(雛節句, 히나셋쿠, 3월 3일 여자아이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일본의 기념일)의 백주(시로자케)와는 재료가 다르다. 밀 누룩, 맥아, 찹쌀을 혼합하여 소주를 가미한 약주이다. 주정분은 10~18%이다. 다른 술들에 비하여 수요는 적다.”고 하였다.
이렇듯 여러 문헌에 ‘백주’가 등장하는데, 우리 술인 ‘백주는 청주나 탁주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쌀과 흰누룩(白麯), 또는 쌀과 흰누룩, 물을 사용하여 발효시킨다는 점에서 ‘왜백주’와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어떻든 ‘왜백주’는 발효한 뒤에 누룩을 사용하지 않는 관계로, 콩물처럼 술덧을 맷돌에 갈거나 체에 비벼서 거르는데, 고두밥 찌꺼기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다 마시는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술이 완숙되기 이전이라야, 다시 말하면 술의 발효가 다 끝나기 전에 체에 거르거나, 콩물처럼 갈아야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주방문 말미에 “발효시킨 지 5일 후에 젓가락으로 밥알을 건져 손으로 문질러보면 다된 술은 밥알을 갈면(문지르면) 흰색의 즙이 나오며, 감미가 이를 데 없다.”고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단맛이 남고 유백색의 탁주 ‘왜백주’를 얻으려면 완숙되기 전에 걸러야 하고, 완숙되고 나면 쓴맛이 강하여 맛이 훨씬 떨어진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倭白酒方 <林園十六志>
◇주 원료 :찹쌀 7되, 술 1말
◇술 빚는 법:①찹쌀 7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미리 빚어 둔) 좋은 술 1말과 고두밥을 함께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밀봉한 후, (덥지도 차지도 않은 곳에서) 봄과 여름에는 3일, 가을과 겨울에는 5일간 발효시킨다. ⑤ 술독 뚜껑을 열고 젓가락으로 밥알을 꺼내서 맛을 본다. ⑥다된 술은 밥알을 갈면(문지르면) 흰색의 즙이 나오며, 감미가 이를 데 없다.
박록담은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