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일부 과학자들은 비가 오는 날은 습도가 높아지는데, 그렇게 되면 인체의 혈당이 상당히 떨어지게 돼 몸에서 혈당을 올려주는 뭔가를 요구하게 되는데 파전에는 밀가루가 섞여있고, 그래서 몸에서 파전을 생각 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면 왜 하필이면 파전에 막걸리일까.
어느 시인의 생각이다. 막걸리와 파전은 과거 조상들이 비오는 날 즐겨 먹었다. 우리나라에 밀이 들어오고 난 후부터는 쌀보다 가격이 싸고 또 배급도 밀가루가 주류였기에 거의 모든 가정에는 밀가루가 있었다. 그래서 어려웠던 시절 김치나 야채를 많이 넣은 부침개는 술안주로서는 물론이고, 한 끼의 훌륭한 식사가 되었고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지금에야 양주, 맥주, 소주 등이 흔하지만 옛날에는 맥주는 비싸서, 특별 한 날이 아니면 사먹지 못해 보통 막걸리를 먹었다. 집안의 대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막걸리이고, 특히 시골에서 농사철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술이 막걸리였다. 그때 안주가 대개 부침개였는데 이런 풍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란 얘기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60년대 말경에는 지금 가짜 양주처럼 가루비누로 만든 가짜 맥주가 있었다면 믿지 않겠지만 그 당시 신문의 사회면을 살펴보면 가끔 가짜 맥주를 만들어 팔다가 적발된 기사가 실리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껏 가짜 막걸리가 나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으니 막걸리야 말로 진짜 술이 아닐까.
주종불사(酒種不辭)인 필자는 막걸리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막걸리가 최근에 놀라울 정도로 품질이 좋아져 전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 효능 또한 뛰어난 것 같다. 막걸리 1병의 유산균과 요구르트 100병의 유산균이 맞먹는다는 얘기도 있다.
특히나 최근 막걸리가 대변신을 꽤해 옛날처럼 텁텁하지 않은 것이 매력적이다. 어떤 학자들은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알코올 성분만 제외하면 영양제를 먹는 것과 같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막걸리의 성분은 물이 80%, 20%중에서 알코올 6-7%,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 이다. 나머지 10%는 식이섬유, 비타민 B, C와 유산균 효모 등이다. 식이섬유는 대장운동을 활발히 해서 변비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도 있다. 또 막걸리는 다이어트도 시켜준다.
조선 시대 중엽 막걸리를 좋아하는 판서 한분이 있었다. 좋은 소주 와 약주가 있는데 하필이면 막걸리만 드시냐고 자제들이 탓하자, 아무 말 않고 소 쓸개주머니 3개를 구해오라고 했단다.
빈 쓸개주머니에 하나는 소주를 넣고 다른 하나에는 약주를 넣고, 나머지 하나에는 막걸리를 담아 며칠 후 열어보니 소주 쓸개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었고, 약주 쓸개는 상해서 얇아져 있었으며 막걸리 쓸개는 오히려 두꺼워져 있었다고 한다.
약주와 막걸리는 한 술항아리에서 더불어 탄생한 동질의 술로, 약주는 용수를 박아 선별된, 상대적으로 상류층의 술로 인식되었고, 막걸리는 선별 없이 막걸러 상대적으로 하류층이 마시는 술로 인식되어 왔다.
한 항아리에 태어났으면 서도 약주는 쓸개를 해치는데 막걸리는 쓸개를 튼튼하게 함은 바로 막걸리가 반 계급적, 평등지향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막걸리 한잔을 들이키면 요기가 되며 흥도 나고 기운도 돋우어 일을 수월하게 해주는 막걸리가 농주라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