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백수환동주국 白首還童酒麴

백수환동주국은 녹두와 찹쌀로 빚는 누룩으로 양주방(1837년경), 전씨주방문(1886년), 홍씨주방문(1800년대 중엽)에 수록돼 있다. 백수환동주를 빚기 위한 전용 누룩인데, 이와 비슷한 것들로 이화주(梨花酒)용 이화국, 향온주(香?酒)용 향온국, 동양주(冬?東陽酒)용 동양주국 등이 있다. 이 누룩과 명칭은 다르지만 온주법(1700년대 후기)의 녹미주국은 똑같은 방문(方文)이다. 일반적인 누룩은 통밀이나 보리와 쌀이 주재료이고 녹두는 부재료로 많이 들어가며, 증보산림경제(1766년)의 녹두국은 생녹두와 멥쌀이 동량(同量)인데 여기서는 주재료로서 녹두의 양이 더 많다.
쌀누룩은 밀로 만드는 누룩에 비해 발효력이 낮아 주로 단양주로 빚고 저장기간도 짧다. 찹쌀과 녹두가 혼합된 이 누룩은 주품(酒品)의 특이성으로 관심과 인기가 많다. 원래 방문은 단양주(單釀酒)이지만 이양주(二釀酒)로 빚어도 발효과정과 주질(酒質)에 문제가 없다. 또 직접 시음해 보면 이양주의 적정 알코올 도수와 투명하면서도 예리하게 쏘는 듯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녹두누룩으로 빚은 향온주와 백수환동주 등은 맑고 시원하면서도 정(淨)한 맛과 향이 있다. 그 특징은 다음의 문헌들에서도 볼 수 있다. 증보산림경제 녹두국의 주방문은 ‘쌀 1말에 누룩가루 2되 비율이면 술이 아주 맑고 맛이 차다’, 온주법의 녹미주는 ‘흰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빠진 이를 다시 나게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회안녹두주(淮安菉豆酒)는 ‘녹두가 든 누룩으로 만든 것이므로 독을 푸는 데에 좋은 술’이라고 설명했듯이 녹두는 냉성(冷性)과 해독력(解毒力)이 있다. 여름철 술인 백수환동주의 청냉(淸冷)함은 무더위를 식혀주고, 이 술을 보약(補藥)처럼 반주(飯酒)로 장복할 경우 신체 순환과정에서 배출되지 않고 누적된 독소를 분해해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양주방’의 백수환동주 방문 끝에 도교양생법(道敎養生法)의 영향을 받은 듯한 은유적 표현으로 ‘머리가 흰 늙은이가 도로 아이가 되는 술’이라며 보익(補益) 효과를 강조하고, ‘하늘나라의 비밀방문’이라며 귀하게 여길 것을 당부했다. 예로부터 술은 ‘신(神)에게 올리는 음식’이라고 해서 술 빚기 전부터 마음과 몸을 재계(齋戒)하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 ‘술은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하는 미친 약이라 숭상할 것은 못 되지만 없어서는 안 될 것이고…’라는 옛글에서 볼 수 있듯이 ‘신의 음식’이 사람들에게 오남용(誤濫用)돼 발생하는 개인?사회적 폐해는 크다. 술을 에틸알코올이 함유된 단순한 기호음료로 대하기보다, 오랜 세월동안 검증되고 또 검증돼 전해 내려온 전통발효음식의 하나로 인식하는 문화가 폭넓게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전통주에 대한 시선이 보다 따뜻해지고 품격이 높아지며, 건강한 음주문화의 형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양주방의 지은이는 특별히 백수환동주를 두고 ‘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은 배우게 하지 말라’고 경계한다. 과연 이 술을 배울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대답해보자. 또한, 백수환동주를 마시면서 몸의 회춘(回春)뿐만 아니라 마음도 어린아이의 순진무구(純眞無垢)함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자. 그리고 그 순백(純白)함이 연륜(年輪)으로 다져진 백발노인(白髮老人)의 지혜로운 순수(純粹)함으로 빛나기를 바란다.


<만들기>

tip. 녹두는 주방문의 지시대로 살짝 쪄야 찹쌀과 섞어 성형하기 좋다. 녹두를 차게 식힌 후 찹쌀가루와 섞어야 질어지지 않고, 또 발효과정에서 썩지 않는다.

출처문헌 : 양주방(1837년경)
찬자(撰者) 미상의 순한글 필사본(여성이 쓴 전라도체로 추정)으로, 술 빚는 법 71가지가 수록돼 있다. 단순히 재료와 주방문이 소개된 다른 문헌들에 비해 실제 경험에 의해서 터득한 독특하고 자세한 양조비법을 서술하고 있다. 그 상세한 기록이 별도의 부연설명 없이도 그대로 따라서 빚을 수 있을 정도인데, 별첨의 해설이 오히려 사족(蛇足)이 되는 것 같아 (현대문으로 해석한) 백수환동주국의 원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 정월 초열흘 전에 녹두 한 말을 맷돌에 타서 껍질을 벗겨 겨우 익을 만큼 찌고, 찹쌀 닷 되를 깨끗이 씻고 또 씻어 가루로 만들어 녹두 찐 것을 방아에 찧으며, 찰가루를 켜켜이 넣어 한데 섞이거든 배꽃술(이화주) 누룩같이 쥐어서 솔잎에 재어 두어라. 한 이레엔 뒤집어 재고 두 이레엔 바람을 쐬고, 세 이레엔 아주 말려 두어라.
여름에 찹쌀 한 말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담갔다가 익게 지에밥을 쪄내어 시루째 쳇다리 위에 놓고, 냉수 두 동이쯤 끼얹어 더운 기운이 없도록 저어가며 씻어라. 그 누룩을 가루로 만들어 두 되(씩) 넣어 빚되 딴 물일랑 일체 넣지 말고 잘 버무려 넣고 항아리 부리를 굳게 싸매어 찬 데에 두어라. 세 이레 뒤에 따르되 누룩을 만들며 술 빚기의 다소는 마음대로 해라.
이 술의 딴 이름은 상천삼원춘이라고 하니 하늘나라의 세 가지 으뜸가는 봄이라 한다. 술맛이 입에 머금은 후는 삼키기도 아깝고, 사람에게 몹시 보익하여 온갖 병을 물리치고 골수를 꼭 차게 하니 허약한 사람에게 좋고 기운이 쇠한 이에겐 얻기 어려운 큰 약이다. 한 말에 한 기의 수를 더한다 하였으니, 한 기는 열두 해다. 하늘나라에서도 비밀방문이니 너무 헛되게 전하여 세상의 더러운 사람으로 하여금 배우게 하지 말아라. 머리가 흰 늙은이가 도로 아이가 되는 술.

재료  녹두 1말, 찹쌀 5되, 솔잎

1. 솔가지에서 솔잎을 따로 다듬는다 – 3/6, 0079
2. 준비된 솔잎 – 0175
3. 녹두를 맷돌에 타서 껍질을 벗긴다 – 0162
4. 거피한 녹두를 익을 정도로만 살짝 찐다 – 0124 or 0130 中
5. 찐 녹두를 차게 식힌다 – 0148
6. 녹두를 빻는다 – 0216
7. 찹쌀을 깨끗하게 씻어 불린 후 건진다 – 0108
8. 찹쌀을 빻는다 – 0208
9. 분쇄한 찹쌀과 찐 녹두 – 0222
10. 고르게 섞는다 – 0228
11. 체에 내린다 – 0240
12. 혼합된 상태 – 0243
13. 반죽을 쥐어서 동그랗게 만든다 – 0248
14. 단단하게 다진다 – 0249
15. 성형된 애누룩 – 0257
16. 준비된 솔잎에 켜켜이 담는다 – 0279
17. 7일 후에 뒤집어 넣고, 14일 후에 꺼내 거풍(擧風)해서 담는다 – 0284
18. 21일째에는 완전히 건조시킨다 – 4/3, 0093

* 타이틀사진 – 4/3, 0089~0096 中 선택하시고, 중심의 갈색부분을 흐리게 처리주세요

<술 빚기>

원방문 原方文 : 단양주 單釀酒

재료  찹쌀 1말(10ℓ, 8~8.5㎏), 백수환동국 가루 2되(2ℓ, 900~950g)

①여름(음력 5월)에 좋은 찹쌀을 깨끗하게 씻어 충분히 불린다.
②깨끗하게 헹구어 고두밥을 무르게 푹 찐다.
③막 쪄낸 고두밥을 시루째로 쳇다리 위에 걸쳐 놓고, 차갑고 깨끗한 냉수를 끼얹어 휘저어주며 온기가 없도록 차게 식힌다.
④널게 펼쳐서 여분의 물기를 뺀다.
⑤2~3일 전에 햇볕에 법제해 곱게 빻아 체에 친 누룩가루를 고르게 섞어 혼화한다. 작업과정에서 주변의 날물(생수)이 튀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⑥술항아리에 담고, 몇 겹의 천이나 유지(油紙, 또는 종이호일)로 입구를 두텁게 봉하고 서늘한 곳에서 발효시킨다. 3주가 지난 뒤 용수를 박아서 청주를 떠내거나, 그대로 탁주로 거른다.

* 이양주로 빚고자 하면, 밑술은 멥쌀 1~2되로 개인의 기호나 형편에 맞게 죽?고두밥 등으로 전분가공해서 차게 식힌 후, 누룩가루와 섞어 혼화해서 술항아리에 담아 발효시킨다. 3~4일 후에 덧술한다. 덧술은 위의 원방문대로 고두밥을 찌고 밑술과 혼화해서 발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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