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봄철, 상황에 맞는 보르도 와인

봄이 절정이다. 봄과 와인에 공통점이 있을까? 분명 있다. 시각, 후각, 미각의 아름다운 조화가 무척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럼, 세계 여러 산지(産地) 중에서 봄날과 가장 어울리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황홀한 부케, 아름다운 빛깔, 다채로운 미감이 두드러지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블렌딩 와인이 아닐까 싶다. 단조로운 단일 품종의 와인에게선 느낄 수 없는 복합적인 매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소펙사)와 보르도와인협회(CIVB)가 생기 넘치는 봄날을 맞아 피크닉, 결혼, 비즈니스 등 각 상황에서 센스 있게 공유하기 좋은 대표 와인을 아펠라시옹(원산지)별로 추천했다.

보르도와인협회(CIVB) 관계자는 “아펠라시옹별로 성격이 다양한 보르도 와인은 그 특징을 간단하게만 알고 있어도 상황에 맞는 와인을 고를 때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피크닉엔 보르도 로제 지역 와인

본격적인 봄 날씨가 시작되면서 주말이면 가족이나 연인들의 나들이가 한창이다. 이때 싱그러운 와인과 함께하면 봄나들이가 더욱 특별해진다. 피크닉에는 달콤하고 뒷맛이 깔끔한 화이트와인이나 봄의 태양빛을 담은 로제와인이 잘 어울린다.

깔베 프리미에르 꼬뜨 드 보르도 화이트 2007(3만원)은 오렌지톤의 연한 골드 컬러만 봐도 피크닉에 딱 맞는 화이트와인이다. 스위트와인으로 유명한 프리미에르 꼬뜨 드 보르도 아펠라시옹의 와인은 잘 잡힌 균형감과 신선함이 매력적이다. 보르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는 화이트와인 품종이자, 스위트 화이트와인을 만들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품종인 세미용이 70% 이상 함유돼 있다. 순백색 꽃의 부드러운 향과 오렌지․레몬 같은 상큼한 감귤류 향, 입안에 감도는 허니 터치가 돋보인다. 또 와인에 녹아든 꿀과 과일의 느낌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미감을 배가시킨다. 치즈와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특히 피크닉 음식인 샌드위치, 샐러드 등과 함께 즐겨도 좋다. 보르도 로제 아펠라시옹의 두르뜨 뉘메로 엥 로제 2008(3만5000원)은 오렌지빛이 살짝 감도는 핑크빛 컬러부터 화사한 봄 느낌을 선사한다. 이 지역의 와인들은 신선한 장미향과 사과․살구 등 달콤한 과일향이 매혹적이다. 산뜻하고 부드러운 터치감 때문에 가볍게 한 잔 할 때나 갈증 해소에 좋다. 아시안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것으로 이름 높다. 봄철 샐러드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신혼부부라면 보르도 쒸뻬리외르 지역 와인

결혼식이 가장 많은 계절이 바로 봄이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를 축하해주고 달콤한 미래를 기원해주려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을 담은 와인이 정답이다. 우선 부담 없는 도수로 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또 향기롭고 은은한 봄꽃 향과 좀체 바래지지 않을 것 같은 짙은 자줏빛 색깔이 아름다운 미래를 연상시키며, 완벽한 균형미와 풍부한 아로마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고조시켜준다.

라피트 사가 보르도 루즈 2006(3만7000원)은 카베르네 프랑과 카베르네 쇼비뇽을 반씩 배합해, 부드러운 타닌이 입안 전체를 어루만지는 느낌이 좋다. 보르도 전역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보르도 아펠라시옹의 이 와인은 조화, 섬세함, 맛의 균형감이 완벽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이 와인은 특히 나풀거리는 나비처럼 발랄하게 피어나는 봄꽃 향기와 과일향이 어우러져 신혼의 로맨틱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 샤또 그랑 빌라쥐 루즈 2006(3만3000원)은 밀크 초콜릿과 같은 달콤한 아로마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와인이다. 신선한 과일향과 풍부한 꽃향기의 진한 아로마가 보르도 쒸뻬리외르 지역의 특징을 여실히 나타낸다. 또 농축된 그 맛에 단단한 힘이 느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맛이 좋아질 잠재력을 갖고 있어, 신혼부부의 영원한 약속과도 비슷한 와인이다.

 

◆비즈니스에선 몽타뉴 생떼밀리옹 와인이 제격

1분기를 마감한 4월, 연초에 세워둔 목표의 첫 단추는 잘 꿰어졌는지 점검하는 회의가 많은 때다. 또 각종 신(新)사업들의 논의까지 이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같은 비즈니스 미팅 때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해주는데 와인만한 것이 없다. 묵직하고 견고한 와인보다는 비단길을 걷는 듯한 촉촉한 감촉과 세심한 미감이 돋보이는 메를로 품종의 레드와인을 추천한다.

토마스 바통 리저브 쌩떼밀리옹 2006(4만8000원)은 메를로 품종이 80%로, 타닌이 강한 보통의 레드와인과 달리 체리․딸기를 갈아 넣은 듯한 풍부한 과일맛을 마지막까지 길게 느낄 수 있다. 이 와인은 질 좋은 메를로 품종이 많이 나는 쌩떼밀리옹 지역의 부드러움이 제대로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밝고 선명한 가넷 빛과 풀바디의 구조가 좋고 복합적인 부케를 선사하기 때문에 무거워질 수 있는 비즈니스 자리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샤또 나구에 2006(4만5000원) 역시 메를로 80%로 풍부하면서도 그윽한 과일향이 입안을 감싸면서 생기 넘치는 봄의 느낌을 고스란히 잘 전달한다. 깊고 진한 여운이 매력적이어서 비즈니스 자리에서 첫 호감을 이어가기에 좋다. 메를로 와인은 오랜 친구처럼 숙성되면서 순한 향신료와 깊이 있는 아로마가 은근하게 드러나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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