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주류도매업중앙회 오정석 회장 인터뷰

오 회장 항상 열린 자세로 봉사하는 회장 될 터

7월 중 협회장·대의원 참석하는 대토론회 개최

토론회서 도출되는 현안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낸다

주류도매업계 각종 데이터 비축하는 IT인프라 갖춰

 

“비정상을 정상으로 확 바꾸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봉사자세로 회장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제조사를 상대로 도매업자들의 권익보호에 앞장 설 것을 다짐한다”

이는 지난 3월20일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회장 선거에서 오정석 회장이 내걸었던 공약중 하나다. 오정석 회장은 회장 선거에서 당선되고 나서 임기가 시작되는 지난 4월1일 중앙회장에 취임 하고 3년의 임기를 시작 했다.

취임한지 불과 10여일 남짓으로 잠시도 틈을 내기 힘든 오 회장을 지난 14일 중앙회 회장실에서 만나 앞으로 중앙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임을 축하한다. 중앙회 회장에 취임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이었나.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IT(Information Technology)강국이다. 그런데 우리 중앙회는 아쉽게도 아직 아날로그 시대에 살고 있다. 전국 1,200여개 도매사의 연간 매출규모가 6조2천억 원에 달하고 25,000여명의 임직원과 10만여 명의 가족을 거느린 거대한 조직인데도 적절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앞으로 누가 요구해도 주류도매업과 관련된 자료를 내 놓을 수 있는 IT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한다.

-단체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회원사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이를 해결하는데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 그래서 전국 각 시도협회장은 물론 135여명의 대의원들과 7월중 숙박을 함께 하며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밤을 새며 토론을 하다보면 주류도매업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각종 현안들이 도출될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도출된 문제들을 가지고 로드맵을 만들어 업계가 안고 있는 현인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면 우리 주류도매업계도 한 걸음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고 그만큼 업계의 위상도 올라갈 것이다.

중앙회는 이번 대토론회를 필두로 주류발전 포럼이나 업계 현안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업계의 중지를 모으는 토론회를 자주 열 계획이다.

-주류도매업 특성상 업체 상호간에 경쟁이 치열해서 단합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던데요.

◂주류도매사들의 영업형태가 앉아서 파는 것이 아니고 배달이다 보니 그렇다. 그렇다고 무한 경쟁만 하다보면 도매사들은 공멸할 것이다. 중앙회를 비롯하여 각 시도협회가 주축이 돼서 회원 간의 상호 화합과 단합이 이루어지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실례로 협회 차원이나 지회 차원에서 단합이 잘된 지역은 매출대비 이익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경쟁사간 치열한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제값을 받자는 풍조가 일어나서 적게 팔고도 제대로 된 이익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매사가 어쩔 수 없이 매출을 늘려야 하는 데는 제조사의 매출압력도 한몫할텐데요.

◂물론이다. 제조사는 도매사가 죽든 말든 밀어내고 보자는 식이다. 도매사가 단합되면 이런 관행도 막을 수 있다. 앞으로 제조사와 도매업체 모두가 상생의 길을 가야하는데 중앙회가 앞장서겠다. 그래서 회원 상호간의 화합과 단합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오 회장이 중앙회 사업발전담당이사를 역임하면서 많이 개선된 냉장고 지원문제는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사실 도매사가 소비자인 식당 등에 지원하고 있는 냉장고 문제는 초기에는 제조사가100% 지원했었다. 이후 5:5로 바뀌었다가 IMF이후에는 도매사의 100% 부담으로 지원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제조사가 1/10수준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단계적으로 증액하여 제조사가 전액 지원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도매사의 이익분에서 상당액이 냉장고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모두가 단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주류를 제조하거나 유통하는 사업이 사회로부터 천대 받는 일이 드물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술장사’니 ‘물장사’니 하며 냉대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개선책이 있다면….

◂도매업을 하면서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바로 그런 소리다. 많은 국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시면서 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을 천대시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주류업계가 타 업계에 비해 사회 공헌활동에 다소 미진했던데 기인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주류업계의 위상을 높이는 일은 바로 여타 업계처럼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라 여겨 앞으로 나눔을 실천 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주로 어떤 내용으로 나눔을 실천할 것인가.

◂안으로는 장학사업을 펴 나갈 것이다. 도매사에 종사하는 종사원 자녀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밖으로는 사회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불우이웃도 돕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류업계가 술만 판다는 인식부터 바꿔나가겠다. 그래야만 주류업계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이런 노력을 계속 한다면 우리 주류업계도 외국처럼 존경받는 업종이 될 것이다.

-오 회장은 중앙회를 강한 단체로 만들어 회원사의 권익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회장 선거 시 천명한 적이 있었는데….

◂단체의 역할이 회원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있다면 그만한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불합리한 제도와 정책도 개선할 수 있고, 회원사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분쟁도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단체의 힘을 키운다는 것은 다름 아닌 화합과 단합이 우선돼야 한다.

중앙회와 지방협회간의 화합은 물론이고 각 협회에서도 회원 간 또는 이웃 협회간의 화합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주류도매업계는 규제개혁위원회, 공정위 등에서 면허를 자유화 시키라고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수입주류가 밀려들어오고 있고, 도매업의 고객인 업소에서는 무리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갈수록 외풍이 세지고 있는데 우리가 단합하지 않으면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중앙회는 회원사간의 과당경쟁을 최소화하고 회원사간의 화합을 제일 목표로 삼고 업권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종합주류도매업이 생기고 나서 도매업을 운영하는 운영자들의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

◂운영자들 즉, 도매업을 영위하시고 계신 대표 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도매업계는 많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경영마인드를 바꾸는 일이 급선무다. 바둑 격언(格言)에도 ‘아생연후에 살타(我生然後殺他)’란 말이 있듯이 우선 내 사업이 잘되고 나서 레저를 즐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소모적이고 낭비적인데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앙회에서는 장차 경영자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투명하고 알찬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겠다. 이른바 앞에서 남고 뒤로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현재의 주류도매업이 1976년 대리점체제에서 전환된 것인데 아직까지 상당수 도매업자들은 체계적이고 현대적인 운영방법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한 개선 대책이 있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맞는 말이다. 한 마디로 주먹구구식으로 하시고 계신 분들이 상당수 있다. 나 역시 제조사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도매업을 하다 보니 답답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영업사원들과 함께 배달도 하고 영업도 함께하면서 하나하나 문제점들을 찾아 메모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메모를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낸 것이 ‘주류도매유통의 강자가 되는 길’이다. 아직은 미흡하지만 도매 장에서는 그 나마 하나의 메뉴얼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주류도매업계에는 2세한테 경영을 넘기시는 분들이 많아 젊은 분들의 경영자가 많아져 이 분들이 새로운 경영마인드로 운영하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체 도매업계도 새로운 경영방식이 도입되어 경영의 내실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오정석 회장은 1954년생으로 동국대를 나왔다. 첫직장으로 잡은 주류제조사에서 24년간 근무했고, 현재 동원주류판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2월 치러진 남부주류도매협회장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이어 중앙회장에 당선돼 전국 1200여개 도매업자를 대표하는 수장이 되었다.

현재 동국대학교 총동창회 부회장, 동국대학교 중소기업인모임 회장, 수도권 종합주류 발전협의회 자문의원, 미래를 책임지는 주류발전 포럼 대표 등을 맡고 있는 오 회장은 저서로 ▴성공을 이끌어내는 종합주류도매상 교육매뉴얼(2004)▴주류도매업계를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 자료집Ⅰ(2012)▴주류도매유통의 강자가 되는 길(2013)▴주류도매업계를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 자료집 Ⅱ(2014) 등이 있다.

오 회장은 권위적이기보다는 실무형 회장이라고 할 만큼 도매업 경영에 밝다. 앞으로 3년간 주류도매업의 위상을 강화하고 당당하고 강한 주류도매업 중앙회가 될 것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김원하 기자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