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감하향주(甘夏香酒)의 특징 및 술빚는 법

조선시대 양주 관련 고식문헌에 수록된 1천여종의 주방문을 조사하고 연구한 바 ‘감하향주(甘夏香酒)’는 1800년대 중엽의 문헌으로 알려진 <曆酒方文>에 수록된 것이 유일한 기록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감하향주(甘夏香酒)’는 ‘감향주(甘香酒)’와 ‘하향주(荷香酒, 夏香酒)’라는 두 종류의 주방문을 융합시켜 놓은 것으로 여겨지는 바, 그런 의미의 주품명이 아닐까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다른 문헌에서는 ‘하향주(荷香酒)’라고 표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曆酒方文>과 <要錄>에서는 ‘하향주(夏香酒)’로 표기하고 있는데, 주방문은 <諺書酒饌方>의 ‘하향주’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하향주(夏香酒)’는 ‘하향주(荷香酒)’의 오기이거나, “여름철에 빚는 향기 좋은 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曆酒方文>의 ‘감하향주(甘夏香酒)’ 주방문을 살펴보면, 여느 기록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주방문이다. 즉, 밑술은 쌀가루를 익반죽한 후, 한주먹씩 떼어 구멍떡을 빚고, 끓는 물에 넣고 삶아서 익어 떠오르면 차게 식기를 기다렸다가, 떡 삶았던 물과 좋은 누룩을 거칠게 빻아 1되를 합하고, 힘껏 치대어서 술밑을 빚는다. 술밑은 3일간 발효시킨 다음, 팔팔 끓여 따뜻하게 식힌 물로 밑술을 체에 밭쳐서 걸러 찌꺼기를 제거한 후, 찹쌀 1말로 고두밥을 짓고, 거른 밑술과 합하여 술밑을 빚는다.

이상의 과정을 보면 별반 다를 것이 없으나, 밑술과 고두밥을 섞어 덧술을 빚는 과정에 대해 “뜨거워 손으로 만지기 힘들므로 주걱으로 헤쳐 놓는다. 따뜻한 온돌방에 앉혀두고 6일간 발효시킨 후, 찬 곳에 옮겨 다시 7일 후에 채주하여 마신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덧술의 고두밥을 차게 식히지 않고 술을 빚는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따라서 <曆酒方文>의 ‘감하향주(甘荷香酒)’는 단맛을 높이기 위하여 고두밥을 식히지 않고 술을 빚음으로써, 빠른 당화를 도모하고자 한 것을 알 수가 있으며, 특히 밀봉하여 따뜻한 온돌방에 앉혀 발효시킨다는 사실 역시 발효촉진을 위한 방법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의 술이 ‘감주’나 ‘감향주’가 아닌, ‘감하향주(甘荷香酒)’가 된 까닭은, 밑술을 구멍떡으로 빚고, 발효된 밑술을 체에 걸러 누룩찌꺼기를 제거함으로써 누룩냄새를 줄이는 한편, 고온 발효에 따른 감미와 함께 연꽃향기 나는 술이 되는 것이다.

다만, <曆酒方文>의 ‘감하향주(甘荷香酒)’는 고두밥이 따뜻할 때 밑술과 합하고, 따뜻하게 하여 발효시킨 까닭에 다른 어떤 술보다 산패 등 실패율이 높은 단점을 안고 있는데, 산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밑술과 고두밥을 섞어 술밑을 빚은 후, 반드시 술밑을 차게 식혀서 술독에 담아 안쳐서 발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과연 ‘감하향주(甘荷香酒)’를 빚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에 띄지 않은 주방문이나, 경험 삼아 빚어보자고 하였다가, 뜻대로는 되지 않아 몇 차례나 실패를 거듭하였다.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포기를 하였다가, ‘소곡주’를 빚어보고서야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쪄 낸 고두밥을 한김 나가게 식혀 따뜻한 상태가 되었을 때 밑술과 섞고 힘껏 치대어 술밑을 빚은 후, 한동안 서늘한 곳에 두어서 반 술밑을 차게 식으면 술독에 담아 안쳐서 발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로서는 수 차례 실패를 통하여 터득한 방법으로, 한번 도전해 보고픈 사람은 참고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감하향주(甘荷香酒)’라는 주품명 그대로, 부드러운 단맛과 은은한 연꽃향기는 ‘하향주’ 못지 않았으나, 지나치게 단맛이 강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 수 있겠다.

 

甘夏香酒方<曆酒方文>

 

술재료▴밑술:찹쌀 1되, 거친 누룩가루 1되 ▴덧술:찹쌀 1말, 끓는 물 (적당량, 3되 정도)

술 빚는 법 :

▴밑술:①찹쌀 1되를 백세하여(물에 백번 씻어 매우 깨끗하게 헹군 뒤, 새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뺀 뒤), 작말한다.(가루로 빻는다) ②쌀가루를 넓은 그릇에 퍼 담고, 솥에 물을 팔팔 끓이다가, 뜨거울 때 4홉 정도를 쌀가루에 골고루 붓고, 치대어서 되지도 질지도 않은 익반죽을 만들어 놓는다.③익반죽을 한주먹씩 떼어 구멍떡을 빚고, 끓는 물에 넣고 삶아서 익어 떠오르면 건져내지 말고, 그대로 방치하여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식은 떡과 떡 삶았던 물에 좋은 누룩을 거칠게 빻아 1되를 합하고, 힘껏 치대어서 술밑을 빚는다.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술독 주둥이에 묻은 것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베보자기와 뚜껑을 덮어)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1말을 백세하여(물에 백번 씻어 매우 깨끗하게 헹군 뒤, 새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빼 놓는다.②찹쌀을 시루에 안쳐 무른 고두밥을 찌는데, 익었으면 자배기에 퍼서 담아 놓는다.③물(적당량, 3되 정도)을 팔팔 끓여 따뜻하게 식힌 후, 밑술과 함께 체에 밭쳐서 걸러 찌꺼기를 제거하여 진흙같은 밑술을 만든다.④체에 거른 밑술(막걸리)과 고두밥을 한데 합하고, 힘껏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데, 뜨거워 손으로 만지기 힘들므로 주걱으로 헤쳐 놓는다.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친 다음, (술독 주둥이에 묻은 것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베보자기로 밀봉하여 뚜껑을 덮어 놓는다.⑥술독을 따뜻한 온돌방에 앉혀두고 6일간 발효시킨 후, 찬 곳에 옮겨 다시 7일 후에 채주하여 마신다.

* 방문에 주품명을 ‘감하향주방(甘夏香酒方)’이라고 하였으나, ‘甘荷香酒方’의 오기인 듯하고, 술 빚는 방법으로는 ‘감향주’와 유사한 방문이다.

 

 

광릉춘(廣陵春)의 특징 및 술빚는 법

 

‘광릉춘(廣陵春)’의 술이름에 관해서는 <酒饌> 외의 다른 어떤 문헌에서도 나타나지 않거니와, 본 문헌에서도 이렇다 할 설명이 없어, 이 방문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다만, 술이름을 그대로 해석하면, 아마도 산지나 특정 지역의 이름을 빌어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로 ‘호산춘’이나 ‘약산춘’, ‘한산춘’이 다 같이 지역 명칭을 딴 방문들이고, 경기도 지방에 ‘광릉’이 있어 미루어 짐작할 뿐, 광릉지역에서 ‘춘주’를 빚었다거나, 이 지역에 어떤 술이 유명했다는 등의 소문도 들은 바 없다.

‘광릉춘(廣陵春)’의 술 빚는 법을 보면 <酒饌>에 수록되어 있는 다른 여러 방문과 비교하여 약간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밑술 방문에서는 별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없으나, 덧술에서 탕수를 이용하여 밑술을 막걸리 형태로 걸러서 사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탕수의 양이 1말로 밑술의 양보다도 많다는 점과 함께, 죽(범벅)으로 밑술을 빚고 밑술을 체로 걸러서 덧술을 빚는 술은, ‘광릉춘(廣陵春)’ 이외 <양주방>의 ‘호산춘’ 등 몇몇 주방문에서도 똑 같은 방법을 찾아볼 수가 있다.

다만, <酒饌>에 수록된 주품만을 놓고 보면 본 문헌의 ‘절주’가 똑같고, ‘황감주’가 비슷하나, ‘황감주’는 물을 타지 않고 거른 탁주를 이용하여 술을 빚고 있어, 분명하게 차별화된다. 또한 ‘절주’는 밑술을 구멍떡으로 하여 빚고 있으며, ‘황감주’는 고두밥으로 빚는 술이라는 점에서 이들 술의 특징이 드러나며, ‘광릉춘(廣陵春)’의 덧술 방문만을 놓고 보면 같은 춘주류인 <양주방>의 ‘호산춘’을 비롯 속성주류에 속하는 ‘동방주’와 ‘시급주’, ‘급청주’ 등의 방문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광릉춘(廣陵春)’은 <酒饌>에서 이제까지 보아왔던 여러 방문과는 분명하게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광릉춘(廣陵春)’은 밑술을 범벅으로 빚고, 부재료로 밀가루를 사용하는 등 고급 춘주류(春酒類)에서 자주 목격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덧술에서는 용수의 양을 늘림으로써 발효를 촉진시키는가 하면, 춘주류로서는 드물게 수율(收率)이 매우 높은 주방문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酒饌>에 수록되어 있는 ‘광릉춘(廣陵春)’ 외 ‘백화춘’, ‘도화춘’, ‘호산춘’, ‘송계춘’, ‘은화춘’ 등 춘주류 대부분이 다른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 춘주류와 비교했을 때 수득율이 높은 주방문을 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배경을 보면, 본 문헌의 서두에서 언급하고 있는 도량형(되, 병, 말 등)의 차이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테면, ‘광릉춘(廣陵春)’은 다른 어떤 술보다 밑술의 작업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밑술 방문에서 나타나듯 멥쌀 1말을 가루로 빻아 끓는 물 10사발로 죽(범벅)을 쑤어야 하는데, 1사발의 물 양은 넉넉하게 잡아도 800ml이고, 10사발이라야 8L로서 반말이 안된다.

따라서 밑술의 죽(범벅) 상태는 진흙과 같이 끈적거리는 관계로 그것도 섭누룩 4되를 사용하여 정상적인 발효를 유도하려면, 밑술 빚는 작업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힘든 작업을 통해서 정상적인 발효를 거치게 된 밑술의 힘은 덧술의 발효에서 실감할 수 있는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다운 향기와 맛, 높은 알코올도수의 술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다른 여러 주방문에서 누차 설명하였듯 어찌보면 평범할 정도로 특별한 과정이 없어 보이는 술이 ‘춘주’의 반열에 올라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소위 ‘명품(名品)’이라고 해서 매우 특별한 재료, 특별한 공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원료와 청결하고 위생적인 작업공정, 철저한 원칙과 장인의 은근과 끈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 누적된 경험에 의한 작업의 결과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廣陵春 <酒饌>

 

술재료 ▴밑술:멥쌀 1말, 누룩 4되, 밀가루 3홉, 끓는 물 10사발▴덧술:찹쌀 2말, 탕수 1동이

술 빚는 법

▴밑술:①멥쌀 1말을 백세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뒤) 작말한 다음, 넓은 그릇에 담아 놓는다.②솥에 물 10사발을 끓여 팔팔 끓을 때 쌀가루에 골고루 붓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죽처럼 갠 범벅을 쑨 다음, (넓은 그릇에 나눠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범벅에 누룩 4되와 밀가루 3홉을 합하고, 고루 치대어 술밑을 빚는다.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2말을 백세하여 하룻밤 물에 담가 불렸다,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뒤,)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②솥에 물 1동이를 팔팔 끓여서 그릇 여러 개에 나눠 차게 식힌다.③고두밥이 익었으면 펴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차게 식힌 탕수 1동이로 밑술을 체에 걸러 막걸리를 만든다.⑤고두밥과 막걸리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⑥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10일간 발효시킨다.

※ 방문에 “누룩은 섭누룩을 쓰고, 물은 소스라치게 끓여서 식혀 쓰며, 술을 독하게 하려면 물을 적게 넣는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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