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술을 섞어 마신다고 숙취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곡천(谷泉) 유태종(劉太鍾)박사는 그의 저서 <술, 악마의 유혹인가 성자의 눈물인가>에서 ‘깡술과 짬뽕’이라는 제목으로 술에 대한 이해와 술꾼들이 흔히 짬뽕으로 술을 마셔서 숙취가 심하다는 편견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결론은 여러 가지 술을 섞어서 마셨기 때문에 숙취가 심한 것이 아니라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이라 했다. 또 보통은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는 것이 흔한 일인데 술은 저도수부터 마시다가 도수가 독한 술로 입가심하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맥주로 입가심하는 것이 아니라 양주로 하는 것이 맞다는 것. 또 보통 술 배라고 하여 맥주를 많이 마신 사람들이 배가 나오는 것은 술 때문이 아니라 고단백질의 안주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배놓지 않았다. 주당들에게 귀감이 되는 대목이라 여기에 ‘깡술과 짬뽕’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술을 마시면 왜 머리가 아픈가

흔히 과음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술의 주성분이 에틸알코올이어서 그것 때문에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닌가 생각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생리적으로 연구된 바에 의하면 에틸알코올이 아닌 성분들이 그 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술에는 여러 가지 성분들이 뒤섞여 있게 마련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메틸알코올과 퓨젤유 그리고 알데히드 등이다. 이들의 함량이 그 술의 질을 좌우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제아무리 비싼 술이라도 마시고 난 다음에 뒤끝이 깨끗해야 좋은 술이 되기 때문이다.

 

*메틸알코올

메탄올이라고도 하는데 메틸알코올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메틸알코올은 몸에 흡수된 후 에틸알코올과는 달리 쉽게 탄산가스와 물로 분해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몸속에서 독성이 강한 포름알데히드와 개미산으로 쪼개진다. 포름알데히드는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작용이 강한 독성물질이다. 그래서 시신경염 등 각종 독성 증세를 나타난다. 심한 경우 중심성 암점을 호소하게 되며 마침내는 실명하게 된다. 또 호흡 장애, 심장 쇠약을 일으키기도 한다. 치사량은 개인차가 심해 5~10g이다.

191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독일 베를린 무숙자 구호소에서 보드카를 마신 161명이 중독, 67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술 속의 메틸알코올 함량에 대한 문제를 까다롭게 따지게 되었다.

과실을 원료로 해서 술을 만들 때 미량 생산되기도 한다. 메틸알코올 허용량은 과실주의 경우 1㎎/㎖, 소주 고량주 위스키의 경우 0.5 ㎎/㎖이하로 되어 있다. 최근 중국에서 값싼 메틸알코올을 섞어서 만든 고량주로 많은 사람들이 실명하고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술 전문가라도 맛을 보고 메틸알코올이 섞인 술을 식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퓨젤유

탄소수가 3~6개 사이의 알코올을 통칭해서 퓨젤유라고 한다. 메틸알코올은 탄소가 1개, 에틸알코올은 탄소가 2개이다. 퓨젤유는 단백질이 술이 되는 과정에서 분해되면 만들어진다. 술 만드는 원료로 단백질이 많은 곡류를 사용하는 경우 퓨젤유가 많이 만들어진다. 퓨젤유가 많기로는 고량주가 손꼽히고 있다. 단백질 함량이 많은 수수와 옥수수 등을 원료로 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특급청주를 만들기 위해 백미를 절반이나 깎아 낸 원료를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퓨젤유는 몸 안에서 대사가 잘 이루지지않아 여러 가지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퓨젤유 중의 한 가지인 아밀알코올의 독성은 에틸알코올 보다 30배나 강하며 위염과 심근장애까지 일으킨다는 동물 실험결과도 있다. 퓨젤유 허용량은 고량주의 경우 0.3%다.

 

*알데히드

알데히드는 알코올이 산화되면 만들어지는 것인데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등 종류가 많다. 이들 중 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세트알데히드이다. 알데히드는 단백질 분해 중간 대사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해 잘 만들어진다. 따라서 옥수수와 같이 단백질 함량이 비교적 높은 원료로 사용하는 술일수록 함량이 높게 마련이다.

알데히드는 독성이 매우 강해 살균제로 쓰이기도 한다. 포름알데히드의 용액을 포르말린이라고 하며 동물 표본을 만들 때 쓸 정도로 독성이 강한 것이다. 단백질과의 결합력이 강해 몸밖으로 쉽게 배출되지 않으며 대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장애를 일으킨다. 알데히드 종류가 바로 술 마시고 난 후 골치를 때리게 하는 대표적 범인인 것이다. 술에 분순물이 없는 술이라고 과음을 하면 체내에서 에틸알코올이 분해되어 아세트알데히드가 만들어져 숙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술을 섞어서 마시는 것은 옳지 않는가

과음한 후 아침에 머리가 아프고 뱃속이 메슥거리고 목이 타는 등 숙취 증상이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그렇게 되면 피로감이 심하고 권태로워지며 현기증이 나고 제대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때에 술꾼들이 하는 말이 1차,2차,3차로 술을 마시면서 소주, 청주, 맥주 등 여러 가지 술을 섞어 마셨기 때문에 그렇다고 원망들을 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이것은 옳지 않은 말이다. 숙취 현상이란 저급 술이나 부정주류를 마셨을 때도 원인이 되지만 무엇보다 지나친 음주가 주범인 것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몸에 들어간 알코올이 대사 과정에서 우선 아세트알데히드가 중간대사물로 만들어지고 이어서 분해가 계속되면 탄산가스와 물이 만들어진다. 물과 탄산가스가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아세트알데히드가 쌓이게 되면 그 영향을 사람들은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좋지 않은 술에는 메틸알코올이나 퓨젤유 등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아세트알데히드의 독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두 잔의 다른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신다고 숙취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만찬 때에 다른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신다고 숙취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만찬 때에 저녁을 먹으면서 서너 가지 이상의 다른 종류의 술을 마시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포도주나 맥주, 샴페인, 위스키, 브렌드, 코냑 등을 그대로 마시거나 칵테일로 섞어서 마시는 일이 많다. 그렇게 여러 종류의 술을 마셨다고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음날 아침에 숙취를 호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여러 사람들이 술을 섞어 마시는 것을 흔히 짬뽕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이 곧 숙취를 일으키는 원흉으로 말하고 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의 신체적 조건과 술의 질, 그리고 음주량과 술을 마시는 속도에 따라 숙취가 나타나는 정도가 다르게 되어 있다. 숙취예방을 위해선 소화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있을 때는 되도록 음주량을 줄이고 술 마시는 속도에 따라 숙취가 나타나는 정도가 다르게 되어 있다. 숙취 예방을 위해선 소화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있을 때는 되도록 음주량을 줄이고 술 마시는 속도도 늦추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면 아세트알데히드의 생성량도 줄어들고 생성 속도도 늦어져 숙취를 잘 일으키지 않는다. 여러 가지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실 때는 도수가 높은 술을 먼저 마시고 알코올 함량이 적은 술을 나중에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하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먼저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 등을 마시고 높은 브랜디로 입가심을 하는 것이 위에 부담을 덜 주는 올바른 음주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먼저 소주나 고량주 같은 술 아니면 위스키 같은 고농도 알코올을 마시고 3차쯤에 가면 입가심을 한다고 맥주 집에 들러 찬 맥주를 배불리 먹는 습성들이 있다. 맥주가 목을 통과할 때 시원한 느낌을 주어 기분이 일시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를 혹사할 대로 혹사하는 결과가 되어 숙취 현상도 심해지고 위에 부담도 크게 주는 것이므로 옳은 음주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깡술은 몸에 해롭다.

알코올은 흡수가 매우 잘된다. 한 되의 물을 마시지 못하지만 한 되의 술은 거뜬히 마신다고들 한다. 그래서 ‘술은 메고 가지는 못하지만 마시고 갈 수는 있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물보다 알코올이 흡수가 빠르고 잘되기 때문이다.

술중의 알코올은 위에서 약 20%가 직접 흡수되고 나머지는 위를 통과해서 소장에서 흡수된다. 다른 식품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소화 효소의 작용을 받아서 입에서 위, 십이지장을 거쳐 비로소 소장에서 흡수되나 알코올은 소화효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위와 장에서 직접 흡수되는 것이다. 그 흡수 속도는 알코올의 농도와 양 그리고 함께 먹은 식품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영향이 큰 것은 위의 내용물이다. 위가 비어 있을수록 알코올 흡수 속도는 빨라진다. 빈속에 안주 없이 도수 높은 술을 마시는 것은 가장 쉽게 경제적으로는 취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단백질이나 지방을 먹은 다음에는 알코올의 흡수는 더디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위벽에 대한 영향도 무디어지기 때문에 몸을 위해 매우 좋은 것이다. 이른바 강술이 몸에 해롭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게 있는 것이다. 부득이 술을 많이 마셔야 할 곳에 가는 사람들이 우유를 마시고 가면 견디기 쉽다는 말이 있는데 확실히 근거가 있는 말이다. 그렇다고 술을 마시면서 단백질이나 칼로리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비만이나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술을 즐겨 자주 마시며 배가 많이 나온 사람들에게 흔히 맥주 배니 막걸리 배라고 하는 말을 해 왔다. 이것은 맥주나 막걸리의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안주를 많이 먹어 뱃살이 찐 것으로 보아야한다.

소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곧 혈액 속으로 들어가 온몸에 운반된다. 알코올은 물에 녹기 쉽고 일부의 뼈나 피하지방을 제외하고는 뇌, 간, 신, 폐, 피부 등 수분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에나 파고 들어간다. 폐나 신장 또는 피부에 들어간 알코올의 일부는 직접 그 곳에서 배출되기도 한다, 술을 마신 뒤 입김, 오줌, 땀에서 술 냄새가 풍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배출되는 양은 매우 적으며 혈액 중 알코올의 90~98%는 간에서 분해된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