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13)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十 八 首
梦李白 (其一)
꿈속에서 이백을 만나
死別已吞聲, 生別常惻惻。
江南瘴癘地, 逐客無消息。
故人入我夢, 明我長相憶。
恐非平生魂, 路遠不可測。
魂來楓林青, 魂返關塞黑。
君今在羅網, 何以有羽翼?
落月滿屋梁, 猶疑照顏色。
水深波浪闊, 無使蛟龍得。
죽어 이별은 소리 죽여 울면 되지만,
살아 이별은 언제나 슬프기 그지없네.
강남지방은 열병이 있는 곳인데,
귀양 간 사람은 소식이 없구려.
옛 벗이 나의 꿈에 들어오다니,
분명 내가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네.
평생의 혼령이 아닌 것 같으나,
길이 멀어 헤아릴 수가 없구려.
혼령이 올 때는 단풍 숲이 푸르렀는데,
혼령이 돌아갈 적에는 관문이 까맣구려.
이제 그대는 그물에 갇혀있어,
어이해서 날갯짓이 있을쏘냐?
지는 달이 집 대들보에 가득하니,
마치 얼굴을 보는 것 같구려.
물은 깊고 파도는 광활하니,
부디 이무기에게 잡히지 말게나.
◇ 배경
당 숙종 지덕 2년(757) 이백은 안녹산의 난 때, 남쪽에 정부를 세우려 했던 영왕 이린 편에 섰던 죄로 투옥되었다가 다시 건원 원년(758) 야랑으로 유배 도중 사면되었다. 이때 두보는 화주에 머물면서 이백의 이런 소식을 모른 채 떠도는 소문만 들었다. 심지어 이백이 야랑으로 가는 중에 물에 빠져 죽었다는 내용까지 들은 상황에서 사흘 밤이나 계속해
서 이백을 만나는 꿈을 꾼 후 지은 것이다.
◇ 어휘
惻惻(측측) 슬퍼할 측. 딱하고 가엾다. 슬퍼하다.
瘴癘地(장려지) 장기 장. 돌림병 려. 풍토병이나 열병이 번지고 있는 곳.
逐客(축객) 쫓아낼 축. 대궐에서 쫓겨난 사람. 즉 이백을 가리킴.
羽翼(우익) 깃 우. 날개 익. 털 날개.
波浪闊(파랑활) 높은 파도가 끝없이 넓게 일고 있다.
蛟龍(교룡) 교룡 교. 사람을 해치는 용. 여기서는 간신을 뜻함
◇ 해설
이 시에서 이백에 대한 보고 싶은 두보의 마음을 가장 극렬하게 표현한 것은 두 구절이다.
첫 번째는 死別已吞聲 生別常惻惻(죽어 헤어지는 것이야 소리 죽여 울면 그만이지만, 살아 못 보는 이별이란 언제나 안 잊히고 슬프기가 그지없구나)이다. 사람이 죽으면 슬프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잊혀져 체념해 버릴 수는 있다. 그러나 그리운 사람 못 보면 마음에 그늘이 져 언제나 응어리진 슬픔을 주체할 수가 없다. 마치 오늘날 우리의 이산가족을 보는 듯하다.
두 번째는 落月滿屋梁(지는 달이 지붕을 비춘다)이다. 사흘 밤 계속해서 이백의 꿈을 꾸면서 꿈속에서 벗을 만나 즐기다가 꿈을 깨니 벗은 간 데 없고 지붕 위에 싸늘한 달빛만이 흩어져 있다. 역시 벗에 대한 생각이 간절함을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서 두보가 이백의 천재적인 품격을 사모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천재와 천재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서로 알아볼까?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한다.
이백과 두보는 동양시문학을 대표하는 불세출의 천재이나 생애는 불운과 절망, 도피와 발버둥으로 점철되었듯이 평생을 떠돌이로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술과 시로 지내왔다.
744년에 낙양에서 이백과 두보가 역사적인 조우遭遇를 하였을 때 이백 나이 44세, 두보 나이 33세이다. 11살 차이는 천재들에겐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다만 시기적으로 이백은 절정의 시심이 솟구치던 무렵이었고, 두보는 장래가 촉망되는 시인이었을 때였다. 훗날 두 사람의 만남을 중국 호사가들은 “태양과 달의 대면”이라고 칭했다. 즉 “창공에서 태양과 달이 만난 것같이 기이하고 상서로운 징조”라는 것이다.
◇ 명구
死別已吞聲, 生別常惻落月滿屋梁, 猶疑照顏色
十 九 首
春日憶李白
봄날에 이백을 생각하며
白也詩無敵, 飄然思不群。
淸新庾開府, 俊逸鮑參軍。
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
이백! 시로서는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고,
자유분방한 시상 뭇 군상과 같지 않구려.
청신하기로는 유개부의 시와 같고
뛰어나기로는 포참군의 시를 닮았소.
위북에는 봄날에 나무가 드리워져 있는데
강동에는 해 저무니 구름이 끼어있겠네요.
어느 때나 한 동이 술잔 기울이며
그대와 함께 글을 논할 수 있을까?
◇ 배경
두보와 이백은 2년도 안 되는 짧은 교유였지만 뜨거운 우정을 나누었다. 그런 사이였던 만큼 이 시에는 장안에 있는 두보가 강남에 있는 이백을 생각하며 언제쯤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이며 예전같이 시를 논할까 하는 간절한 마음이 배어있다.
◇ 어휘
飄然(표연) 나부낄 표. 법속을 초월하여 날아갈 듯하다.
庾開府(유개부) 육조 시대의 문인 유신(庾信). 개부는 관직 이름.
俊逸(준일) 재능이 뛰어나다.
鮑參軍(포참군) 제나라의 포조(鮑照). 참군은 관직 이름.
渭北(위북) 장안 북쪽에 있는 위수(渭水).
◇ 해설
영웅이 영웅을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중국 문학사의 두 거봉 두보와 이백은 천보3년인 744년 낙양에서 처음 만나 2년간 같이 지내면서 서로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이때 이백은 44살이고 두보는 33살이다).
이 시에는 두보의 이백에 대한 그리움이 구구절절 묻어나 있다. 당시(唐詩)의 쌍벽을 이룰 정도인 라이벌(?) 상태에서 상대방을 헐뜯기보다 칭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여기서 두보의 성숙한 인간미를 엿볼 수 있다. 이백의 시는 천하무적이라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어 뭇 군상들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있는 장안에는 봄날이라 나무가 우거져 아름답지만 이백 당신이 있는 “강동에는 날이 저물어 구름이 가리고 있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몸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한번 단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구려. 언제 다시 한 번 만나 예전같이 술 한 잔 기울이며 만고의 시름을 달래볼까나.’ 이런 마음이 간절하다.
뜨거운 우정을 간직하는 두보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그러나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결국은 더 이상 만나지를 못했다.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밥북사가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