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잔에 220만원 꼴
지난 달 26일 농림수산식품부 직원 등 8명이 26일 충남 태안에서 바닷가 백사장의 바위와 부딪힌 교통사고로 모두 숨졌다. 이들이 탄 그랜드카니발 승합차는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 그런데 뒷부분은 상태가 양호했는데 어떻게 승차한 8명 모두 사망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들은 사고 직전 드르니항의 한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태안군 직원 문 모(54)씨가 운전한 차량에 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문 모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54%로 나타났다고 했다. 운전 한 사람이 이 정도 술을 마셨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어느 정도 술을 마셨는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이번 사고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음주한 사실을 뻔히 알면서 같이 동승한 사람들한테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도 “어찌 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것도 공무원이란 사람들이 대리운전을 안 부르고 음주운전을 하는데 그냥 뒀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번 사고에서 얻는 교훈은 운전을 해야 할 사람은 절대로 술자리에 동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는 일본이나 다른 교통선진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관행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켜지지 않는다.
한일장신대 기독교사회복지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최충신씨의 석사학위 논문 ‘음주 교통사고자의 알코올 의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 가운데 95%가 음주운전 당시 동승자가 있었으며 동승자의 유형을 보면 놀랍게도 가족이 51.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직장동료 22.0%, 친구 12.8%, 친척 6.1%, 기타 3.0% 순으로 나타났다.
운전을 해야 할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술을 마시면 동승자들은 ‘음주운전 금지’는 인식조차 잃어버리게 되는 착각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이번 농림수산식품부 직원들의 교통사고는 야간인데다가 안개로 시야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 속도도 있었던 것으로 추론 할 수 있다. 이런 속도에서 바위와 부딪치는 것은 자동차 충돌시험에서 옹벽을 들이받는 것과 같다.
자동차 충돌 시험에서 50 Km/h만 되어도 더미가 견디기 힘들고 자동차 전면부가 반파된다. 교통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승차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아 시속 80 Km 이상 되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12.5%가 음주운전 때문에 발생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GDP의 2%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정부는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음주운전 하나만 근절시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은 관대한 음주 문화를 가진 것이 탈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모이면 마시고, 취하면 싸우고, 헤어진 후 다음날은 다시 만나 웃고 함께 일한다”는 것. 거기에 술을 마시고도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쩌다가 운 좋게 음주운전을 했지만 걸리지도 않았고, 사고도 내지 않았지만 음주횟수가 늘어나면 음주사고도 비례해 늘어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소한 교통사고로 인명피해를 입혔을 경우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 예를 들어 소주 1병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전치 4주의 인명피해사고를 냈다면 최소 1천500만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면허취소, 벌금, 자차 수리비, 변호사 선임비, 보험료 할증, 인사사고 면책금 등등. 이 같은 음주사고 처리비용을 감안하면 소주 1잔당 220만원씩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 된다.
이런 경제적 피해를 줄이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으면 술자리엔 차를 두고 사는 것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