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gpipe kilt 그리고 싱글몰트…스코틀랜드 이야기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 영국은 뭐고 잉글랜드는 뭔지. 또 스코틀랜드와 영국은 어떤 관계인지….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즈. 이 4개의 왕국이 하나로 뭉쳐진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그러니까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한 지방(혹은 州)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는 그레이트브리튼 섬에 있고,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 섬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 섬의 아일랜드공화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영국의 정확한 명칭은 ‘그레이트 브리튼 북아일랜드 연합 왕국’이다. 영어로는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라고 쓴다. 줄여서 ‘연합 왕국(United Kingdom)’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 하면 당장 떠오르는 이미지가 둘 있다. 영화 ‘브레이브하트(Braveheart)’와 ‘네스호(湖)’다. 1995년 개봉됐던 브레이브하트는 스코틀랜드의 영웅 윌림엄 월리스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멜 깁슨(Mel Gibson)이 주연을 맡아 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다. 네스호는 1933년부터 목이 긴 괴물 ‘네시’가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물론, 그 실체에 대해선 지금까지 밝혀진 게 전혀 없다.
스코틀랜드의 수도는 에든버러이며, 영국 내에서 2번째, 유럽에서 6번째로 큰 금융도시다.
물 색깔은 탁하지만 맛좋기로 유명
이 물로 전세계적인 위스키 만들어
하일랜드는 유명 싱글몰트 주생산지
스페이사이드엔 큰 증류소들 자리해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는 별개의 자치법으로 통치한다. 독자적인 사법제도와 보건·교육제도가 있으며, 국교회제도(國敎會制度)도 독립해 있다. 주도(主都)는 에든버러(Edinburgh)지만, 경제적 중심은 글래스고(Glasgow)다. 주요산업은 농업, 목축업, 임·어업이며 석탄의 산출이 풍부하다. 한때 활발했던 제철·조선업은 쇠퇴했다. 그밖에 그레인지머드를 중심으로 한 화학공업과 각지에 분산해 있는 전통 모직물 공업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맛좋은 물로 위스키 만들어
스코틀랜드의 물은, 색깔은 탁하지만 맛좋기로 유명하다. 그 맛을 바탕으로 위스키를 만든다. 물은 위스키를 생산하는데 절대적인 요소다. 그런 만큼 이곳 증류소들의 물 관리는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물은 크게 연수(Soft Water)와 경수(Hard Water)로 구분한다. 위스키는 주로 연수를 사용한다. 또 스코틀랜드 지표에는 피트(peat·이탄)가 많이 함유돼 있다.
스코틀랜드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지형으로, 높은 산은 없지만 깊은 계곡들이 산재해 있다. 스코틀랜드를 감싸고 흐르는 대서양은 위스키의 숙성 과정에 많은 영향을 준다. 당연한 얘기지만, 숙성 과정은 위스키의 성격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다.
스코틀랜드는 크게 하일랜드(Highland), 스페이사이드(Speyside), 아일랜드(Island), 아일레이(Islay), 로우랜드(Lowland)로 나눈다. 하일랜드는 실질적인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의 주생산지다. 동쪽의 던디(Dundee)에서 출발해 스털링(Stirling)을 거쳐 서쪽의 그리녹(Greenock)까지 연결하는 선(線)의 북쪽에 위치한 모든 지역을 하일랜드라고 통칭한다. 지명과 달리, 높고 험한 산악지대라기보다 완만한 능선으로 이뤄진 구릉지다.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인 벤네비스(Ben Nevis)의 높이는 해발 1343m다.
큰 증류소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 바로 스페이사이드다. 현재 스코틀랜드에서 가동 중인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 가운데 절반 가까운 수가 이곳에 밀집해 있다. 스페이강(江) 유역의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하일랜드에 속하지만 스페이사이드로 따로 분류한다. 이 지역의 증류소들은 다시 작은 강들을 따라 스페이사이드 스페이, 로시, 핀더호른, 데브론 지역으로 세분화하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을 포함해 ‘맥캘란’, ‘글렌리벳’ 등의 증류소들이 이곳에 집중돼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증류소인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도 이곳에 있다. 또 8개의 증류소가 위치한 더프타운(Dufftown)은 ‘싱글몰트 위스키의 수도(首都)’라고 부를 정도다.
이밖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경계선에서 하일랜드의 경계선 사이에 위치한 로우랜드는 희소성 있는 위스키들을 생산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20세기 초까지 위스키의 수도로 알려졌던 캠벨타운(Campbeltown)의 경우도 지금은 증류소 몇 개만 남아 있다.
스코틀랜드, 그리고 위스키
유럽대륙은 포도 같은 과일을 숙성시킨 와인이 잘 발달된 반면, 스코틀랜드는 포도가 자라기 힘든 환경이다. 대신 평원은 물론 협곡까지 보리가 뒤덮고 있다. 이렇게 많은 보리를 식용(食用) 이외의 용도로 찾다가 만들어낸 게 바로 위스키다.
많은 이견이 있지만 스포츠 역사가들은 스코틀랜드에서 골프가 처음 시작됐다고 인정한다. 골프뿐만 아니라 위스키를 처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나라도 여럿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깊고 다양한 맛을 지닌 위스키를 생산하는 곳이 스코틀랜드라는 사실은 그들 역시 반박하지 못한다.
골프와 스카치위스키는 출생지가 같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친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사례 중 하나로 골프코스가 18홀로 제한돼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억하기 쉬운 15홀이나 20홀이 아니고 왜 하필이면 18홀일까.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무척 춥다. 이 때문에 당시 보편적으로 마시던 위스키를 들고 한 홀에 한 잔씩 마시다보면 18홀에 도착할 즈음 추위를 이기게 해주는 그 술이 다 떨어져 골프를 그만뒀다는 속설이 있다. 물론, 정확한 이유나 근원을 알게 해주는 기록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스카치는 낮술로 몇 잔 마셔도 일하는데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일의 능률을 올려준다. 프랑스의 코냑(Cognac)이 즐기기 위한 술이라면 영국의 스카치는 건강하게 더 많은 일을 하게 한다. 영국민의 건실한 성품이 술로 투영되고 승화된 셈이다.
密造가 낳은 스카치위스키
일반적으로 스카치위스키(Scotch Whisky)는 스코틀랜드에서 제조·생산된 위스키를 통칭한다. 스코틀랜드에서 제조된 최초의 위스키는 갓 증류해낸 무색투명한 알코올 그 자체였다. 그것이 밀조(密造)시대를 맞아 놀라운 발전을 한 것이다.
1707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합병돼 대영제국이 탄생한 후, 정부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종전보다 높은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증류업자들은 하일랜드의 산간으로 들어가 달빛 아래에서 불법으로 위스키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소위 ‘문 샤이너(Moonshiner)’로 불리는 밀조업자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산간에 숨어든 밀조업자들은 술의 원료인 몰트(malt)를 건조시킬 연료가 부족함을 알게 된다. 이에 하일랜드 산중에 매장돼 있는 피트(peat)를 채취해, 은밀한 곳에서 불을 때 몰트를 건조시켰다. 이후 몰트를 분쇄해 발효시킨 다음 소형 단식증류기(pot still)로 증류한 결과 특유의 스모크(smoke) 향이 발생했고, 이것이 피트의 훈연(熏煙) 때문인 것을 알았다. 그런데 산간에서 증류한 술은 판로가 수월치 않아 양이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은폐수단으로 스페인에서 수입한 셰리와인(sherry․스페인산 강화와인)의 빈통을 주워 그곳에 술을 담았고, 이를 산막에 은폐시켰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엔 스페인에서 와인을 다량 수입했는데, 이것들의 빈통이 흔하게 버려져 있었다. 이후 밀매를 위해 술통을 열어본 밀조업자들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증류 당시의 술은 무색이었는데 그 통 속의 술은 투명한 호박색을 띠고 있었고, 짙은 향취는 전의 술과 너무 달라져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저장’의 동기가 된 것이다. 궁여지책의 수단이 밀주의 질적 향상을 가져와 그 인기는 날로 높아졌다. 이후 1620년대에 영국의회에서 위스키를 합법적으로 제조하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1623년엔 세제(稅制)가 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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