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보기 163
전통주 양조장, 준비가 있어야 성공도 있다
최근 전통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단순 호기심이었다면 전통주 컨설팅 요청 횟수 증가를 보면서 사업적 관심의 증가도 체감할 수 있다. 컨설팅의 내용도 제조뿐만 아니라 온라인판매, 바틀샵, 전통주 전문점 등 분야도 다양해 졌다. 전통주 교육기관의 교육대기 기간이 1년이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할 수 있다.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나 구독 서비스 이용자 증가, 신규 바틀샵 증가 등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보면서 사업적 관심이 커지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신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사업적 관심만큼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때도 있다.
전통주는 쌀, 누룩, 물만 있으면 생산이 가능하다. 단순한 원료지만 이 원료로 다양한 술들을 만들 수 있는 매력에 전통주를 사업화 하려 하는 듯하다. 하지만 술 만드는 것을 배웠다고 해서 좋은 술을 만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오랫동안 술을 배웠다고 해서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최근 인기 있는 양조장들 중에는 독학이나 또는 교육기관에서 단기간의 술 제조를 배우고 바로 양조장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술 빚기를 오래 했지만 사업적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양조장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보았다.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충분한 준비를 하고 시작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이 현재의 전통주 시장이다.
이러한 실패를 줄이기 위한 첫 번째로 자기만의 제조방법이 결정되어 있어야 한다. 처음 양조의 시작은 고문헌이나 다른 사람들의 제조방법을 참고해서 나만의 술을 제조해 본다. 처음 시작은 작은 규모에서 최종 제조방법을 결정한다. 최종 제조방법으로 충분한 제조 경험을 가져보지 못하면 실제 면허를 받고 여러 문제에 부딪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일반적으로 1년 동안 계절별로 발효실에서 발효변화나 대량 만들 때의 발효조건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조장 시작 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소량과 대량 제조의 어려움을 이야기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자신의 술을 가지고 계절별로 대량 제조까지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신의 술에 어떠한 변화가 올지 알 수 없다. 최선의 방법은 자신만의 제조방법으로 만들고자하는 규모로 1년 동안 만들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쉽지 않은 방식이다. 그렇다면 소규모 제조라도 1년 동안 사계절에 따른 내 술의 발효 특징을 알고 시작을 해야 한다. 그래야지 소비자에게 품질의 변화가 없는 제품을 보여줄 수 있다.
두 번째로 술 제조시의 장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많은 전통주 양조장이 수제방식을 택하기에 큰 장비 없이 시작을 한다. 전통주 방식으로 술을 만드는 것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술 특징을 수제로 생각하고 소량 생산만 한다면 장비 고민은 필요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많은 용량을 하려면 장비 도움 없이는 어려움이 많다. 결과적으로 장비를 알아야 한다. 전통주 생산자들이 장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비 업체의 이야기만 듣고 잘못된 장비를 들여놓는 경우를 간혹 본다. 술 제조는 기본이고 거기에 장비를 알아야지 좋은 술을 꾸준히 그리고 조금 더 편하게 생산, 관리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최소 1년 이상 양조장을 유지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필요하다. 신생 양조장이 술을 만들어서 판매를 한다고 해서 바로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띠고 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음회도 하고 박람회 등도 나가서 내 술을 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수입은 없고 지출만이 있을 뿐이다. 충분한 양조장 운영비(쌀 구입, 병 값, 디자인, 인건비, 인증제 등)가 필요하다.
대부분은 수입은 술 판매로 유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일들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술이 잘 팔리면 생산규모 증설이나 자동화로 인해 또 다시 새로운 장비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충분한 여유자금이 없다면 안정적인 생산에 어려움을 격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만든 술에 대한 소비층을 확실히 해야 한다. 전통주 업체 수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술이 생산되고 있지만 한정된 소비층으로 경쟁도 치열해 졌다. 맛있으면 팔리겠지 라고 접근하는 시대는 지났다. 내가 만든 술의 맛과 스토리 등이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을 할지 성별에 따른 소비는 어떨지 등을 예측하고 세분화해야 한다. 전통주의 판매 방식이 다양해졌지만 내 술이 모든 유통망에서 판매되기는 어렵다. 특정주류를 통한 전통주 전문점 등의 입점이냐 온라인에서의 판매냐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정확한 소비층을 아는 것은 유통과 마케팅 방법의 결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밖에도 양조장 창업을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주세법과 식품위생법도 알아야 하고 세금과 관련된 부분도 알아야 한다. 물론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알아갈 수도 있고 주변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양조장 준비 기간 동안에 충분히 알아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 이다. 전통주 양조장 수가 많아지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사라지는 양조장도 많다.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양조장 설립 전에 더 세밀한 준비가 있어야지 성공에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다.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