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시종(點檢始終) 거안사위(居安思危)
임재철 칼럼니스트
오륜기가 상징하듯 국경을 초월해 인류가 하나로 통합하는 올림픽 정신은 인종과 이념, 빈부와 세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했다. 승자와 패자는 있기 마련이지만 서로 격려하고 포옹하는 모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렇다면 이런저런 여전한 상황 속에서 산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힘든 것일까. 삶이 도대체 그리 만만치 않은 까닭이 무엇이고, 행복하게 살기로 다짐하고 원해도 그렇게 행복하지 않는 걸까. 사람이 살면서 다 해결되고 삶에 걱정거리가 없고, 부족함이 없다면 편안하게 살아갈까 하는 등의 자문이다.
더구나 요즘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좋은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온갖 막말과 속된 말들이 세상에 가득 차면서 어떻게 해야 저런 소리의 해악에서 벗어날 가를 걱정하고 살아가는데, 귀가 어두우면 유쾌해진다는 옛 선현들의 역설이 마음에 와 닿지만 실제로는 작동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정치적 경쟁자들이 아니라 죽여 없애야 할 적으로 여겨 입만 열면 시시비비만 따지고, 온전한 이성적 인간이 아닌 사람까지 하늘 닿게 추켜올리는 일에 주저하지 않고, 아무리 바르고 옳은 사람도 자기 진영 사람이 아니면 거짓과 가짜로 모함하여 진구렁이로 밀어 넣고만 있으니, 이런 모습, 이런 소리들을 안들을 방법은 없고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무더위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올 여름이 유난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에 주목하지 못하고, 다시 말하면 마음을 잡지 못하고 삶의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편으론 제 자신이 주목해서 보는 그것이 내 ‘삶이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여행을 할 때 지나 가거나 들리는 곳의 모든 것이 다 보이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아무리 감성이 뛰어나도 그렇고, 정 신을 차리고 보아도 자신이 아는 만큼과 관심 있는 것만 보게 된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에둘러 말하면 지난 70여 년 동안 우리는 앞만 보고 줄기차게 달려왔다. 숱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면서 위대한 성취를 만들어 왔다는 점에 대해서 자타가 인정한다. 그 과정에 많은 괄시와 서러움을 맛보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반전돼 남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경제 발전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보다 많은 파이를 획득함으로 인해 가능했다.
그러나 아직도 설익은 산업화와 민주화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마치 모든 것을 다 이룬 것처럼 허영과 허세를 부리고,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비정상적인 행동들이 국내외적으로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선진국이다.
2021년 7월 초,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설립 57년 만에 첫 사례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 변경한 것이다. 당연히 이 나라의 문화⋅경제⋅사회 안전 등 다양한 평가들을 근거로 지위 격상을 결정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우리 멋대로 자가 발전한 것이 아니다. 지구촌 전체가 ‘그럴 만하다’고 승인해준 것이다. 그들이 씌어준 왕관의 의미는 개인과 국가를 초월해서 이제는 지구촌에 충성해 달라는 요구가 핵심 메시지일거다
앞서 요즘 선거철 상황을 언급했지만 수십 명의 여야 정치인들이 자신만이 제일 훌륭한 사람이고 자신만이 대통령으로서 적격자라고 자랑하면서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백성은 속일 수 없고, 하늘과 자신의 양심은 정말로 속일 길이 없을진대 참으로 높은 벼슬에 있으면서 자기를 등용해준 권력자와 각을 세워 그들의 반대편 진영의 환영을 받으려고 자신의 양심과 하늘을 속인 일은 없는가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령 아무도 모르지만 백성과 하늘은 그의 양심까지도 알고 있을 것이니 한 번쯤 자신을 ‘점검시종(點檢始終)’ 해보는 것도 필수일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면서 국민 모두가 큰 재앙으로 인해 참으로 힘든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데, 그들 정치인들은 무엇을 주목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본디 정치인과 관료들은 일상적인 그들의 업무와 다르게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백성들을 구제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취해야 할 특별한 처방이 있어야만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흔히 말하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란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다는 뜻의 경구이다. 태평성대(太平聖代)와 함께 평화로운 시기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그렇다면 권력자들이나 권력을 잡기위해 애쓰는 그들이여, 지금 대한민국이 넉넉한 국태민안의 시기인가? 말이다.
화제를 바꾸어 필자가 몸담았던 항공 여행측면에서 얘기를 좀 나눠볼까 한다. 코로나 사태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이때, 해외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명소를 감상하던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되면 꼭 해외여행을 떠나리라 다짐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덩달아 최근에는 그냥 공항만 둘러보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살면서 꼭 한 번 가봐야 한다는 해외 공항이 큰 주목을 받고 있기까지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국제공항인 창이국제공항이 그렇다. 싱가포르의 국적기이자 플래그 캐리어인 싱가포르항공의 허브이다. ‘정원의 도시’로 알려진 싱가포르의 명성답게 공항에서도 여행객들을 위한 녹지 공간과 푸른 정원, 그리고 10층 규모의 복합 문화 공간 ‘주얼 창이’를 만나볼 수 있다. 세계 1위 공항으로 수차례 뽑혔던 창이 공항은 코로나로 인해 지난 3월 문을 닫았으나 6월부터 경유를 허용하며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음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으로 꼽힌다는 프린세스 줄리아나 국제공항. 신트마르턴 국제공항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공항은 세인트마틴 섬의 네덜란드령인 신트마르턴 서부에 위치한 국제공항이다. 이 국제공항은 바로 앞에 마호 해변이 펼쳐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활주로 길이가 2,108m로 상당히 짧고 활주로의 끝과 해변까지의 거리도 짧아 비행기가 착륙 시 상당히 낮게 난다는 것인데, 해수욕장에 있는 사람들과 거의 닿을 듯한 모습을 연출하여 이목을 받기도 한다.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미국에서는 가장 큰 공항, 바로 ‘덴버 국제공항’이다. 이곳은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난 1995년 개항돼 연 600만 명 이상의 여객과 무려 22만 톤의 화물을 수송하는 최대 규모의 공항이다. 덴버 국제공항에 있는 관제탑 또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관제탑으로 꼽히며 활주로는 북미에서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밖에 독일 뮌헨 공항을 비롯, 프랑스 리옹 생텍쥐페리 공항, 24시간 영업하는 면세점이 운영되는 아랍에미티르의 ‘UAE 두바이 국제공항’과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런던 히스로공항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항 중 하나다.
그렇듯 가고 싶은 곳뿐만 아니라,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사람의 마음은 무엇인가에 끌리게 마련이다. 그 끌림의 대상을 선명하게 알면서 가는 경우도 있고 모르는 채 끌려가는 경우도 있다. 틀림없는 것 가운데 하나는 조금은 올림픽에 가려진 대선 정국이 나라를 더 들끓게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인 쉽지 않은 시기를 걸어가고 있는 요즘, 항상 미래를 걱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걸 코로나 감염 사태에서 뼈저리게 느꼈듯, 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옛 선인의 말씀을 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