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술

전국 단일 대추 농장으로는 최대 규모 구암농원

 

전국 단일 대추 농장으로는 최대 규모 구암농원

 

대추는 선비 과일, 관혼상제시도 제일 중히 여겨
대추엑기스 첨가한 대추 막걸리로 대상 거머줘

 

 


결혼식 폐백에서 대추(大棗)는 필수품이다. 시어머니가 신부의 치마폭에 아들 딸 많이 나라며 대추를 한 움큼 던져준다. 조상에게 드리는 제사에서도 조율시이(棗栗柿梨)로 제일먼저 대추가 밤이나 곶감 보다 앞선다. 우리 조상들이 가장 중히 여겼던 관혼상제시 대추를 이처럼 중요하게 여겨 왔던 것은 어디에 있었을까.
동의보감에서는 ‘대추가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힘이 있어 즐겨먹는 것이 좋고 장복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게 된다’고 했고, 중국황실의 건강비법에서도 ‘매일 3개의 대추를 먹으면 나이를 먹어도 늙음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을 만큼 대추를 귀하게 여겨온 탓이 아니었을까. 대추나무에 주렁주렁 대추가 열리듯 자손이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고, 거의 모든 한약에 대추를 넣어야 할 만큼 대추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과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대추 꽃은 과일 중 가장 늦게 피고 열매 또한 늦게 여물어 선비를 닮은 과일이라고 여긴 탓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대추의 주산지는 충북 보은으로 알려졌지만 단일 대추농장으로 청송의 구암농산( 대표 申鉉吉)이 전국 최대 대추 농원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청송이 새로운 대추 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구암농산은 대추엑기스를 첨가한 대추막걸리로 2010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살균막걸리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해 막걸리업계에서도 강자로 등극하고 있다. 대추가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일이긴 하지만 구암농산의 신현길(74세) 대표를 마나보면 그의 나이를 의심할 만큼 젊은이 못지않은 피부와 주름이 없어 20여년은 젊게 느껴질 정도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어보니 대추를 장복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대구에서 청송군 부남면에 자리 잡고 있는 구암농원(龜岩農園)으로 가는 차속에서 신 사장은 대추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선 대추는 전 세계에 300여종이 분포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40여종이 있으며 구암농원에는 30여종의 대추가 2만본 심어 있다.

 

인민대회장에서 대추 효능 역설한 신 사장

 

신 사장은 지난 5월11일 중국인민대회장에서 중화문화촉진회, 한중일경제발전협의회, 중일환경협회가 공동 주최한 ‘韓·中·日 양생 문화 및 실버산업 포럼’에 참가하여 한국 대표로 ‘대추가공제품 및 건강과 장수에 대한 강연’을 했다고 했다.
신 사장은 이날 포럼에서 대추의 효능 및 효과에 대해 ▴단백질, 비타민C, 칼륨, 철분 함유가 많아 갱년기 증상에 좋고▴미용효과가 탁월하고▴이뇨작용을 촉진 시키고▴성인병 예방및 개선과 원활한 혈액 순환에 효과가 있으며▴노화 예방 및 갱년기 극복에 효과가 있음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염증치료및 관절염 예방▴감기증상 억제▴천연수면제▴당뇨예방▴동맥경화및 심근경색 예방에도 좋다고 하자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제는 대추 박사란 칭호를 들을 만큼 대추에 관한 한 일가견(一家見)을 갖게 된 신 사장은 대구에서 나고 자란 대구 토박이다. 경북대학교 법정대학을 나와 직장 생활을 하다가 섬유업체인 (주)대왕물산을 설립했고, 이어서 달성군 월배면에서 섬유부속기계를 생산하는 고도산업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차에 노후에 편히 쉴 자리를 찾던 중 지금 대추농장이 들어선 땅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깨끗한 물과 병풍 같은 암벽이 있는 이곳에 터를 잡고 노후를 보내려고 했었는데 주위에서 토질이 대추나무가 자라는데 적격 같으니 대추농장을 해보라는 권유에 대추농장을 시작한지도 어언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땅속에 숨어 있던 거북바위 나타나

 

농장으로 진입하는 길을 만들려고 야산을 밀던 중 땅속에 숨어 있던 거북바위가 나타났다. 신기하게도 거북바위는 암놈위로 숫놈이 기어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어 농장 이름을 구암(龜岩)이라 지었다고 했다. 이곳을 와 본 지관들은 하나같이 명담임을 강조 하고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길조 현상 때문인지 7만여 평(길이 1300m 넓이 680m)에 심은 2만여 대추나무가 15년 전쯤 대추 병으로 주변 대추나무들이 죽어갈 때도 구암농원의 대추들은 무사했다. 그리고 신 사장이 대추를 첨가한 대추막걸리를 출시하고 나서 2010년에 개최된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살균막걸리 부문에서 대상을 받는 영광을 얻게 된 것도 신 사장은 구암의 덕이라고 믿는다.
이는 신 사장이 자식 못지않게 밤낮으로 열심히 돌보고 가꾼 탓으로 대추나무가 잘 자라준 것이고, 좋은 재료와 맛좋은 물로 막걸리를 빚은 탓에 대상을 거머쥔 것을 신 사장은 거북바위 탓으로 돌린다.

 

튀지 않고 적절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우리랑’

 

구암농산에서는 대추 막걸리 외에도 대추와인이나 대추 잼등을 만드는데 이 대추막걸리의 주재료는 94%의 백미와 6%의 대추 농축액으로 빚는다. 13일의 숙성기간을 거쳐 최신식 자동화 설비(일반음료를 제조하던 기계)로 막걸리를 생산한다.
구암대추막걸리(상표명, 우리랑)는 대추의 붉은 색은 그렇게 눈에 띄는 편은 아니다. 살구 색에 가깝다. 갑작스런 방문이라 안주거리가 변변치 않아 참외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을 마셔보니 부재료가 들어간 막걸리로는 ‘튀지 않고 적절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살균막걸리 임에도 적당한 산미와 단맛이 어우러져 막걸리 좋아하는 사람에게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술이라고 여겨졌다.
‘우리랑’의 소매가는 마트에서 2천 원 이상을 주어야만 구입이 가능한데 여느 막걸리에 비해 고가인데도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대추의 효능 때문일 것이다.
현재 구암농산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은 알코올 도수 6%인 구암 대추막걸리(우리랑)외에 ‘티쥬쥬베 와인’(청송 맑은 물과 당도 높은 구암대추 50%와 청송사과 50%를 엄선하여 만든 와인)으로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급 와인이 있다.
그리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대추와 체내 중성지방을 감소시켜주는 대추잎 추출액상차로 물 대용 음료인 ‘대추 워터’와 대추를 그대로 고아내린 대추 즙인 ‘구암 대추즙’, 씨제거 대추를 그대로 썰어 만든 대추채인 ‘구암 대추재’, 하동의 전통제다법으로 만든 ‘대추잎차’ 등이다. 구암농산에서는 앞으로 대추를 원재료로 해서 화장품도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추의 식이성 섬유는 사과 등의 다른 과일들과 유사하게 체내의 발암 물질을 흡착하여 몸 밖으로 배출시켜줌으로 암 예방 에도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나쁜 콜레스테롤을 흡수하여 같이 배출 시켜준다. 때문에 더운 여름 복날에 즐겨먹는 삼계탕에 대추를 넣게 되는 것인데 이는 대추가 닭 속에 있는 독소 및 콜레스테롤을 흡수하는 작용을 하고 있어서 삼계탕을 먹을 때 가급적이면 대추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대추막걸리 ‘우리랑’ 中 진출

 

청송대추막걸리는 2011년 전국 최초로 ‘전통주 품질인증’을 획득한바 있다.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하고 한국식품연구원이 평가한 ‘제1회 술 품질인증제’ 심사에서 청송 구암농산 대추막걸리가 지역중소업체에서 생산한 막걸리로는 유일하게 합격의 영광을 안은 것이다.
품질인증을 받은 업체는 제품판매시 품질인증마크를 표시할 수 있어 구암농산 대추막걸리에는 황금색바탕의 ‘100%국내산 품질인증’이 표시돼 있다.
이 밖에도 경북도 막걸리브랜드 대상 등을 수상하는 등 구암대추 막걸리는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낸 결과 2012년 7월에는 중국에도 수출을 하기에 이르렀다. 막걸리의 상품명은 ‘우리하나’(URIHANA jujube Makgeolli)로 처녀 수출 치고는 상당히 많은 총물량 10만병(병당 1000㎖), 11만4000달러에 이르렀다.
일본에도 생대추를 비롯한 즙과 막걸리가 수출되고 있는데 최근 대추가 새로운 힐링 식품으로 각광을 받자 주문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구암농산은 대추 잼 제조방법을 비롯한 대추와인 및 그 제조방법, 대추추출물을 이용한 대추탁주 및 그 제조방법 등 3건의 실용신안 특허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신 사장은 평통 상무위원을 비롯한 지역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는 그의 폭 넓은 사교성으로 친화력이 남다르기 때문인데 수시로 그의 친구들을 농장으로 초대하여 대추나무를 자랑한다.
이런 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신 사장은 대추 농장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농원으로 발전시킬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물 좋고 풍광이 뛰어난 이곳 청송 골이 머지않아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다.
대추가 붉게 물드는 계절이 빨리 다가 왔으면 한다. 그 때쯤 단맛이 감도는 대추를 안주 삼아 대추막걸리 한잔이 간절히 생각나기 때문이다.

청송에서 김 원 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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