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술김에 그랬어…그래서 어쩌라고
확실한 통계가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술김에 그랬다’는 말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은 아닐까. ‘김에’는 어떤 일의 기회나 계기를 말한다.
남자들이 상투적으로 상대방 여성에게 “술김에 그랬어. 용서해줘”하는 말로 실수(고의 포함)를 무마하려 드는 것에 대해 잘 생각하고 처신해야 한다고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같은 짓을 저지른 사람의 재범률은 76%이상 이라고 한다.
특히 연애를 하는 과정에 폭력을 저지르고 ‘술김에 그랬다’며 잘못을 술로 돌린다면 연애를 이어질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들은 “폭력은 폭력일 뿐, 용서는 반복된 폭력을 부른다”며 이는 절대 사랑이 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10여 년 전 김세진이 작사 작곡한 ‘술김에…’를 은지원이 부른 랩을 들어 보자. 익살스러운 노랫말에 감미로운 멜로디를 얹은 힙합 스타일이다.
술김에 난 사랑한다 말했어/ 술땜에 난 입을 맞춰버렸어/ 술김에 술땜에 너 때문에 에에/-중략-어젯밤 일은 내가 미안해/ 난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 넌 정말 믿기 힘들겠지만/ 필름이 끊겨버린 것 같아/ I remember remember/ 우리 둘만 남았던 그 술자리까지는/ I’m sorry so sorry/ 대체 내가 너에게 무슨 짓 했니…
그놈의 김에 김에를 언제까지 써 먹을 것인가. 자기의 처신이나 잘못을 애꿎은 술로 돌리지 마라. 술이 진짜로 화나면 물불 안 가리는 것 알지.
혹여 모르는 사람에게 술김에 성추행이라도 했다면 간단히 끝날 문제가 아니다. 콩밥 먹거나 많은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술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감형 받는다는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다.
서태영 변호사가 판사시절 겪었던 비망록 <피고인에게 술을 먹여라>를 보면 과거에는 가벼운 범죄라도 형을 살게 되는 피고인이 안타까워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범행 전에 술을 먹지 않았느냐”고 묻고 술을 마셨다면 “심신미약이여서…”라며 감형을 선고했다고 했다.
그런데 눈치 없는 피고가 술 마셨다고 하면 가중 처벌 될 것 같아 한 방울도 먹지 않았다고 하면 감형을 해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술 마시고 저지른 범죄는 가중 처벌한다니 입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로 영업행위를 제한 받던 유흥주점들이 1일부터 12시를 제외한 모든 규제가 사실상 해제되었다. 술이야 일반 식당에서도 마실 수 있으니 이제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술을 마시기 힘들다는 불평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맘껏 마시지 못했던 주당들은 허리띠 풀러놓고 꽐라될 때까지 마셔라부어라 하지 않을까.
근 20여개월 동안 영업을 제한 받았던 식당이나 카페, 유흥주점 등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은 해방된 기분일 것이다.
옥죄던 가슴이 뻥뚫리는 기분일 것이다. 모두가 코로나 때문이었다. “죽었던 상권, 제발 살아났으면”하는 간절한 바람이 비단 자영업자뿐이겠는가.
그렇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위드(with)코로나’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 두어야 할 것이다.
적당량의 술은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과도한 양의 음주는 높은 확률로 어떠한 사건과 사고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술을 마셨기 때문에’라는 전제를 깔고 사건을 너그럽게 용서해주면 이와 유사한 범죄는 사그라지지 않고 점점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제 술김에 어쩌고저쩌고 하는 이야기는 근절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